건강

기온 '뚝' 심장마비 주의보..60초내 심폐소생술 生死 가른다.

YOROKOBI 2014. 3. 11. 21:28

 

기온 '뚝' 심장마비 주의보..60초내 심폐소생술 生死 가른다.

 

수개월 前 흉통·호흡곤란 사전경고 후 점점 증세 악화
쓰러졌을 때 바로 심장마사지·인공호흡… 생존율 80%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번주 들어 아침과 저녁 기온이 섭씨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일부 산간지역엔 눈까지 내렸다.

찬바람이 불면 주의해야 할 질환은 돌연사의 주범인 심근경색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혈압이 상승한다. 혈관이 갑작스럽게 수축되면 혈액이 지나는 통로가 그만큼 좁아져 심장운동 장애를 일으키거나 심할 경우 심장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심근경색이 발생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거나 과격한 운동을 할 경우 심근경색, 부정맥,폐색전증 등에 의한 심장마비(급성 심정지)가 종종 발생한다.

주변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해야 환자의 목숨을 건질 수 있다.심폐소생술로 생사를 가른 대표적인 사례로 고(故) 임수혁 선수와 신영록 선수를 꼽을 수 있다.

2000년 4월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도중 2루에서 임수혁 선수가 쓰러졌다. 하지만 주변에 있다가 몰려든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한 일은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허리띠를 풀어 구급차에 태운 것뿐이었다.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임수혁 선수는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10년이 지난 2010년 목숨을 잃었다.

신영록 선수는 2011년 5월 제주종합경기장에서 대구FC와 제주유나이티드 프로축구 종료 직전 의식을 잃고 그라운드에 쓰려졌다. 부정맥에 의한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은 것이다. 신영록 선수 곁에 있던 선수들은 재빨리 기도를 확보하고 의료진을 불렀으며 상태를 파악한 응급의료진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신영록 선수는 쓰러진 지 12분 만에 제주한라병원으로 이송돼 전기충격과 심폐소생술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빠르고 정확한 초기의 응급처치가 신영록 선수를 살린 것이다.

김현중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정지가 오면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뇌가 손상돼 신체나 정신장애가 생길 수 있고 치료 없이 수분 동안 심정지가 지속되면 사망할 수 있다"며 "하지만 목격자 심폐소생술(bystander CPR)을 할 경우 생존율이 3배 이상 올라간다"고 말했다.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 급성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2~3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급성 심정지 발생자 2만7823명(2011년 기준) 중 목격자인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비율은 6.5%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스웨덴 55%, 미국 30.8%, 일본 27%에 비해 턱없이 낮다.

대한심폐소생협회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인이 실시한 심폐소생술이 3.2%에서 6.2%로 늘었고 그 결과 급성심정지 환자의 생존퇴원율이 3.3%에서 4.4%로 높아졌다"며 "그러나 아직도 생존퇴원율이나 일반인의 심폐소생술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크게 낮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고려대병원 부정맥센터 교수는 "최근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인한 급성 심장마비 환자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이런 면에서 볼 때 심폐소생술은 문명사회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익혀 어떠한 위급상황에서라도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심장마비는 갑작스럽게 발생하지만 전조 증상은 있기 마련이다. 심장마비 진행은 주로 4단계로 나누는데 1단계는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수일 또는 수개월 전부터 흉통, 호흡 곤란, 심계 항진, 피로감 등이 나타나거나 점차 증상이 심해진다. 하지만 환자의 약 25%는 1단계 증상이 전혀 없다가 심장마비가 발생하기도 한다. 2단계는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직전이나 1시간 이내에 부정맥, 저혈압, 흉통, 호흡 곤란 등 증상이 나타난다. 3단계는 부정맥 발생으로 심장 기능이 정지되고 의식을 상실하지만 즉각적인 치료로 소생이 가능하다. 4단계는 즉각적인 소생술이 이뤄지지 않아 모든 생체기능이 중지되는 생물학적 사망이다.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다. 급성 심장마비 환자의 예후는 심폐소생술의 신속성, 원인인 부정맥의 종류, 원인 질환의 종류 등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주변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곧바로 구조를 요청하고 심장 마사지와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의 약 3분의 2는 처음 1시간 이내에 발생하므로 신속한 심폐소생술이 가장 중요하다. 치사 부정맥은 생긴 후 1분 안에 치료하면 성공률이 80% 이상이지만 10분이 지나면 성공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급성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은 90%가량이 병원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다. 집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75%에 달하는 만큼, 평소에 환자 가족은 물론 일반인도 응급처치법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익혀 둔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