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정오를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호남선 하행은 한산한 느낌마저 주었습니다.
광주를 지나 주암톨게이트로 빠져나와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송광사 팻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부터 송광사 옆을 지나만 다니다가 우연히 한번 들렀을 때의 감회를 잊지 못해 다시금 찾는 길이었습니다.
소나무 '송', 넓을 '광'..
송광사로 가는 길엔 벚나무가 그리 넓지 않은 길 옆으로 줄지어 나아 있는데, '이름이 왜 송광사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했었습니다.
이러한 궁금함은 주차권을 받고 식당가에 주차를 하고 다시 입구 매표소로 걸어가면서도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매표소부터 조금을 걸어가니 '황토길'이라는 푯말이 있더군요.
그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넓지도 깊지도 않은 계곡이 우측으로 흐르면서 목이 아플정도로 고개를 한참 제쳐야 끝을 볼수 있는 키 큰 나무들과 그 속으로 살짝 살짝 비추는 하늘이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평탄하면서도 잘 다져진 길이 걷기도 편해서 그런지 걸음마를 지나 이제 막 뛰기 시작하는 꼬맹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이 많이 눈에 뛰더군요.
황토길이 끝날 무렵 계곡과는 다르게 넓고 푸르게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만든 연못이 흐르더군요.
지나는 이들이 나무그늘 아래서 잠시 쉴 수 있는 크고 넓직한 바위가 연못 옆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차게 느껴져 엉덩이 시려울까 무서워 그냥 지나쳐 갔습니다.
연못 바로 위부터가 경내인 듯합니다. 그리 발을 옯기려 할때 음각으로 글이 새겨진 돌기둥이 있더군요. '하마대'......
'말에서 내려 걸어라...'라는 뜻이죠.
이는 아마도 경내에 들어오기 위해선 누구나 귄위와 신분을 버리고 평등해야만 한다는 뜻이라 생각됐습니다.
송광사...'선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답인 듯합니다.
사찰 입구로써의 역활을 하는 '우화각'을 보는 순간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사찰로 통하는 다리인데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얻어 밑으론 계곡물이 흐로고 옆으론 '사자루'가 있었습니다.
우화각엔 벤치처럼 앉아 쉴 수 있는 나무들이 기둥 사이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냥 가려해도 시작인 가을을 담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자꾸만 다리를 무겁게 합니다.
벤치에 앉아 사자루쪽을 바라보면 너무도 아름다운 계곡물과 나무들...
그리고 사자루의 창가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창 안쪽에서 창을 열고 있으면 눈앞에 들어오는 가을을 그냥 그 자리에서 온몸으로 맞이 할 수 있을 것같단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다시 일어서서 왠지 둥굴둥굴하게 생겨 무섭진 않게 느껴지는 사천왕상을 지나 본 경내에 들어섰습니다.
대웅전으로 가는 길엔 여느 사찰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 가득합니다.
-제 여행 습관중 하나가 대웅보전이나 작은 암자나 꼭 그 뒤쪽 풍경을 둘러 본다는 것입니다.
알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얻을 수 있는 듯합니다.-
대웅전엔 세 불이 모셔져 있더군요. 약간은 특이하다고 해야하나...하지만 경건하게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뒤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절대 만족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 찾았을때도 그렇게 대웅전 뒤쪽 큰 창들을 다 열어 놓아 마치 대웅보전의 기둥을 제외한 모든 문을 열어놓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창사이로 한분이 뒷마당을 바라보며 묵도를 하시고 계셨습니다. 중년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는 웃도리를 벗고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앉아 눈을 감고 무언가를 찾는 듯 묵도중이시더군요. 그 분을 조용히 지나면서 대웅전 뒤쪽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저곳 사찰을 돌아다니면서 대웅전의 뒷쪽 탱화를 볼 기회는 좀처럼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의 기회는 대단하다고 해야하나...-
아마도 부처님에 대한 삶과 죽음과 환생을 나타내는 듯한 세 폭의 길고 커다란 탱화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눈을 등뒤로 돌려 대웅보전 뒤쪽 풍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정말 아름답다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문이 있었습니다.
제 눈높이에서 시작되는 계단을 몇개 올라가면 단하하게 닫혀있는 문.
마치 여자의 한복 치맛폭처럼 아름다운 선을 가진 문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불경스럽나.....)
문 위엔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너무 문 자체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현판의 글을 읽고 뜻까지 생각해 봤었는데 도저히 기억이......(우연히 길에서 아름다운 여자를 봤을때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와 같단 생각이..)
아마도 '응진당'으로 이어주는 문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송광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통하는 가장 아름다운 문이라...........
경내를 돌아다니다가 박물관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왠지 어색하다고 해야하나....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으면 눈앞에 굉장히 큰 쇠 대문이 있습니다. '자동문'이라 적혀있습니다. 그 앞에서면 정말 자동으로 열립니다.
자동문이 신기하다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쇠문이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양으로 '짜자잔~~~~'하면서 배경음이 있어야만 왠지 어울릴 듯 한 문이 열리고 무서운 할아버니가 계십니다. 이곳을 담당하는 보살님으로 보이는데...어린이 출입금지인 이곳에 가끔 문이 신기해서 장난치며 들어오는 아이가 있으면 엄청 무섭게 대하십니다. 당연히 혼쭐이난 아이는 박물관을 둘러보는 부모중 한 사람에게 달려가죠. 그럼 그 할아버지는 그 부모에게도 짜릿한 눈빛으로 경고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경우 아이를 데리고 나가 밖에서 기다리는 다른 부모와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보통 아이들만 내쫓고 다시 부모는 구경을 하더군요. 정말 신기한 보물이 있어서 꼭 봐야한다는 듯이....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사용하던 것들도 있더군요.
정말 세밀하게 만들어진 작은 집모양의 패와 이보다 더 세밀하게 만들어진 불상이 그 속에 들어있는 모습들....
특히 옥으로 만든 등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만약 이런 등이 있다면 정말 은은한 기분이 들것같습니다.
아.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들어오는 지눌스님이 지니고 다니며 기도를 하셨다는 작은 불상이 너무도 인상깊었습니다. 어떻게 그 시대에 저런 세밀한 수공이 가능했을까....
박물관을 나오면 '승보전'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커다란 말 구유처럼 생긴 나무 둥이가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쌀 네가마분량의 밥을 담을 수 있는 일종의 밥그릇이더군요. 배가 고파집니다.
나오는 길에 연꽃이 피어있는 연못 한가운데 위치한 건물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건물일까....'하는 생각에 다가갑니다. 하지만 곧 알게 됩니다. 그곳이 '해우소'라는 것을....냄새로...
해우소로 가기 위해선 역시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일을 보고 나오면 손을 어디서 씻지?'라는 궁금중을 가질 수도 있지만 다리 양 옆으로 쭈~욱 수돗꼭지가 매달려 있으니 틀고 씻으시면 됩니다.
아마도 용변을 보고 씻은 물도 다시 연못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엔 용변이라는 가장 더럽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고 그 더러움이 묻은 손을 씻어낸 물이 모여 세상을 이루고 ....다시 부처의 깨달음을 일컽는 연꽃으로 인해 다시금 맑아진다는 뜻일지도 모른단 짧은 생각이...
해우소를 지나 입구에서 지났던 우화각을 옆으로 하고 계곡 위로 나아 있는 돌길을 건너가려고 할 때 좌측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은 이제 가을의 문턱을 넘었구나....'
하늘과 구름, 사찰 기둥과 우화각의 둥근 밑 기둥 그리고 나무들이 거울처럼 투명한 계곡물에 거꾸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에 가을이 묻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 제가 서 있었습니다.
참고로 낙안 읍성 민속마을을 강추합니다.
용인이나 천안, 안동의 민속마을등 몇군데를 가 봤지만 자연스럽고 왠지 정감가고 풍경이 좋은 곳은 이곳이 최고란 생각이 듭니다. 짧은 식견으로....
송광사와는 그리 멀지 않고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근처에 있으니 꼭 찾아보시길....주차료 무료, 입장료만 내면 됩니다.
그리고 꼭 매표소 옆에 있는 성곽 위에 올라가 보세요. 민속마을의 초가지붕들이 아름아름 모여있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먹거리로는 벌교의 꼬막정식을 추천! 제가 잘 가는 곳은 '외서댁 꼬막정식'인가...하는 곳인데 벌교읍내로 들어오셔서 읍내를 지나는 작은 강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 아파트 단지 바로 아래에 있는 식당가에 있습니다. 읍내에도 플랑카드가 걸려있더군요. 1인 12000원입니다.
낙안 읍성 민속마을 안에도 먹거리 장터가 있습니다. 파전부터 비비밥까지...국밥도 있더군요...맛나죠.
남쪽은 이제 가을이 시작될 듯 합니다. 제가 사는 충북은 밤엔 입김이 보여 반바지에 파카를 입고 다닙니다. 전....
건강들 조심하시구요.
가을 여행 계획해 보세요.
하늘을 날다.
광주를 지나 주암톨게이트로 빠져나와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송광사 팻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부터 송광사 옆을 지나만 다니다가 우연히 한번 들렀을 때의 감회를 잊지 못해 다시금 찾는 길이었습니다.
소나무 '송', 넓을 '광'..
송광사로 가는 길엔 벚나무가 그리 넓지 않은 길 옆으로 줄지어 나아 있는데, '이름이 왜 송광사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했었습니다.
이러한 궁금함은 주차권을 받고 식당가에 주차를 하고 다시 입구 매표소로 걸어가면서도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매표소부터 조금을 걸어가니 '황토길'이라는 푯말이 있더군요.
그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넓지도 깊지도 않은 계곡이 우측으로 흐르면서 목이 아플정도로 고개를 한참 제쳐야 끝을 볼수 있는 키 큰 나무들과 그 속으로 살짝 살짝 비추는 하늘이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평탄하면서도 잘 다져진 길이 걷기도 편해서 그런지 걸음마를 지나 이제 막 뛰기 시작하는 꼬맹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이 많이 눈에 뛰더군요.
황토길이 끝날 무렵 계곡과는 다르게 넓고 푸르게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 만든 연못이 흐르더군요.
지나는 이들이 나무그늘 아래서 잠시 쉴 수 있는 크고 넓직한 바위가 연못 옆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차게 느껴져 엉덩이 시려울까 무서워 그냥 지나쳐 갔습니다.
연못 바로 위부터가 경내인 듯합니다. 그리 발을 옯기려 할때 음각으로 글이 새겨진 돌기둥이 있더군요. '하마대'......
'말에서 내려 걸어라...'라는 뜻이죠.
이는 아마도 경내에 들어오기 위해선 누구나 귄위와 신분을 버리고 평등해야만 한다는 뜻이라 생각됐습니다.
송광사...'선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답인 듯합니다.
사찰 입구로써의 역활을 하는 '우화각'을 보는 순간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사찰로 통하는 다리인데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얻어 밑으론 계곡물이 흐로고 옆으론 '사자루'가 있었습니다.
우화각엔 벤치처럼 앉아 쉴 수 있는 나무들이 기둥 사이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냥 가려해도 시작인 가을을 담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자꾸만 다리를 무겁게 합니다.
벤치에 앉아 사자루쪽을 바라보면 너무도 아름다운 계곡물과 나무들...
그리고 사자루의 창가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 창 안쪽에서 창을 열고 있으면 눈앞에 들어오는 가을을 그냥 그 자리에서 온몸으로 맞이 할 수 있을 것같단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다시 일어서서 왠지 둥굴둥굴하게 생겨 무섭진 않게 느껴지는 사천왕상을 지나 본 경내에 들어섰습니다.
대웅전으로 가는 길엔 여느 사찰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들이 가득합니다.
-제 여행 습관중 하나가 대웅보전이나 작은 암자나 꼭 그 뒤쪽 풍경을 둘러 본다는 것입니다.
알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얻을 수 있는 듯합니다.-
대웅전엔 세 불이 모셔져 있더군요. 약간은 특이하다고 해야하나...하지만 경건하게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뒤쪽으로 돌아갔습니다.
'절대 만족이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 찾았을때도 그렇게 대웅전 뒤쪽 큰 창들을 다 열어 놓아 마치 대웅보전의 기둥을 제외한 모든 문을 열어놓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 창사이로 한분이 뒷마당을 바라보며 묵도를 하시고 계셨습니다. 중년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는 웃도리를 벗고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앉아 눈을 감고 무언가를 찾는 듯 묵도중이시더군요. 그 분을 조용히 지나면서 대웅전 뒤쪽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저곳 사찰을 돌아다니면서 대웅전의 뒷쪽 탱화를 볼 기회는 좀처럼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의 기회는 대단하다고 해야하나...-
아마도 부처님에 대한 삶과 죽음과 환생을 나타내는 듯한 세 폭의 길고 커다란 탱화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눈을 등뒤로 돌려 대웅보전 뒤쪽 풍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정말 아름답다고 말 할 수 밖에 없는 문이 있었습니다.
제 눈높이에서 시작되는 계단을 몇개 올라가면 단하하게 닫혀있는 문.
마치 여자의 한복 치맛폭처럼 아름다운 선을 가진 문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불경스럽나.....)
문 위엔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너무 문 자체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현판의 글을 읽고 뜻까지 생각해 봤었는데 도저히 기억이......(우연히 길에서 아름다운 여자를 봤을때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와 같단 생각이..)
아마도 '응진당'으로 이어주는 문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송광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통하는 가장 아름다운 문이라...........
경내를 돌아다니다가 박물관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왠지 어색하다고 해야하나....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으면 눈앞에 굉장히 큰 쇠 대문이 있습니다. '자동문'이라 적혀있습니다. 그 앞에서면 정말 자동으로 열립니다.
자동문이 신기하다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쇠문이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양으로 '짜자잔~~~~'하면서 배경음이 있어야만 왠지 어울릴 듯 한 문이 열리고 무서운 할아버니가 계십니다. 이곳을 담당하는 보살님으로 보이는데...어린이 출입금지인 이곳에 가끔 문이 신기해서 장난치며 들어오는 아이가 있으면 엄청 무섭게 대하십니다. 당연히 혼쭐이난 아이는 박물관을 둘러보는 부모중 한 사람에게 달려가죠. 그럼 그 할아버지는 그 부모에게도 짜릿한 눈빛으로 경고를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경우 아이를 데리고 나가 밖에서 기다리는 다른 부모와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보통 아이들만 내쫓고 다시 부모는 구경을 하더군요. 정말 신기한 보물이 있어서 꼭 봐야한다는 듯이....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사용하던 것들도 있더군요.
정말 세밀하게 만들어진 작은 집모양의 패와 이보다 더 세밀하게 만들어진 불상이 그 속에 들어있는 모습들....
특히 옥으로 만든 등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만약 이런 등이 있다면 정말 은은한 기분이 들것같습니다.
아.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들어오는 지눌스님이 지니고 다니며 기도를 하셨다는 작은 불상이 너무도 인상깊었습니다. 어떻게 그 시대에 저런 세밀한 수공이 가능했을까....
박물관을 나오면 '승보전'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커다란 말 구유처럼 생긴 나무 둥이가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쌀 네가마분량의 밥을 담을 수 있는 일종의 밥그릇이더군요. 배가 고파집니다.
나오는 길에 연꽃이 피어있는 연못 한가운데 위치한 건물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건물일까....'하는 생각에 다가갑니다. 하지만 곧 알게 됩니다. 그곳이 '해우소'라는 것을....냄새로...
해우소로 가기 위해선 역시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일을 보고 나오면 손을 어디서 씻지?'라는 궁금중을 가질 수도 있지만 다리 양 옆으로 쭈~욱 수돗꼭지가 매달려 있으니 틀고 씻으시면 됩니다.
아마도 용변을 보고 씻은 물도 다시 연못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엔 용변이라는 가장 더럽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고 그 더러움이 묻은 손을 씻어낸 물이 모여 세상을 이루고 ....다시 부처의 깨달음을 일컽는 연꽃으로 인해 다시금 맑아진다는 뜻일지도 모른단 짧은 생각이...
해우소를 지나 입구에서 지났던 우화각을 옆으로 하고 계곡 위로 나아 있는 돌길을 건너가려고 할 때 좌측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은 이제 가을의 문턱을 넘었구나....'
하늘과 구름, 사찰 기둥과 우화각의 둥근 밑 기둥 그리고 나무들이 거울처럼 투명한 계곡물에 거꾸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에 가을이 묻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 제가 서 있었습니다.
참고로 낙안 읍성 민속마을을 강추합니다.
용인이나 천안, 안동의 민속마을등 몇군데를 가 봤지만 자연스럽고 왠지 정감가고 풍경이 좋은 곳은 이곳이 최고란 생각이 듭니다. 짧은 식견으로....
송광사와는 그리 멀지 않고 꼬막으로 유명한 벌교근처에 있으니 꼭 찾아보시길....주차료 무료, 입장료만 내면 됩니다.
그리고 꼭 매표소 옆에 있는 성곽 위에 올라가 보세요. 민속마을의 초가지붕들이 아름아름 모여있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먹거리로는 벌교의 꼬막정식을 추천! 제가 잘 가는 곳은 '외서댁 꼬막정식'인가...하는 곳인데 벌교읍내로 들어오셔서 읍내를 지나는 작은 강을 지나는 다리를 건너 아파트 단지 바로 아래에 있는 식당가에 있습니다. 읍내에도 플랑카드가 걸려있더군요. 1인 12000원입니다.
낙안 읍성 민속마을 안에도 먹거리 장터가 있습니다. 파전부터 비비밥까지...국밥도 있더군요...맛나죠.
남쪽은 이제 가을이 시작될 듯 합니다. 제가 사는 충북은 밤엔 입김이 보여 반바지에 파카를 입고 다닙니다. 전....
건강들 조심하시구요.
가을 여행 계획해 보세요.
하늘을 날다.
출처 : 송광사..가을의 문턱을 넘다.
글쓴이 : 하늘을날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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