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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 6월 항쟁에 "무임승차"

YOROKOBI 2007. 5. 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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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광장 5월 포럼, 20년 언론개혁운동도 큰 위기

[미디어오늘 유지은 기자]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룬지 20년.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또 언론개혁 운동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언론광장(상임대표 김중배)은 1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6월항쟁 20주년, 한국 언론은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나'를 주제로 5월 포럼을 열었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의 사회로 언론개혁 운동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현재 상황과 발전적 대안을 진단하는 자리였다.

"한국 언론, 6월항쟁에 무임승차"

▲ 18일 광주 김대중센터에서 열린 언론광장 5월 포럼
주제발표에 나선 최용익 MBC 논설위원(새언론포럼 대표)는 민주화 20년 동안 계속돼온 언론개혁 운동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위원에 따르면 과거 군사 독재기간 동안 정치권력과 싸우던 언론은 이제 스스로 권력화되어 기득권을 확장하는 데 혈안이 됐고, 생존논리로 인해 자본권력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위원은 이런 모습은 일부 거대 보수신문들의 경우 더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최 위원은 또 "일부 진보개혁적 언론이 의미있는 시도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영향력은 아직 제한적"이라면서 "이런 현실은 민주화 20년 이전이나 현시점이 크게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방송 역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인물 현대사' 'PD수첩' 등으로 의미있는 PD저널리즘을 보여줬지만 언론계 지형을 바꿀만큼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고 최 위원은 진단했다. 최 위원은 "거칠게 말해 한국의 신문· 방송 등은 6월 항쟁으로 열린 민주화 공간에서도 선도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 발전을 억제·지체시킨 면도 있는 등 6월 항쟁에 무임승차했다"면서 "전체적인 한국 언론 지형, 그리고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한국사회 여론 담론 시장은 아직도 구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언론개혁 운동 양대 축 모두 내부분열 위기"

특히 최 위원은 "'언론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맺겠다'며 언론개혁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게 했던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일부 언론과 '악의적 적대관계'를 형성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지난 15일 새언론포럼이 주최한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평가한다' 주제의 토론회에서 오간 내용을 소개했다.

최 위원은 노무현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해준 것에 더해 최근 언론개혁 운동 진영도 큰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언론노조 신임 위원장이 전임 집행부 당시 회계부정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비리 의혹에 얼룩졌다. 최 위원은 이에 대해 "19년의 역사를 가진 언론노조가 최소한의 자기정화능력도 가지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내부 의결기구 논의과정 없이 위원장이 독단으로 검찰에 고발함으로서 내부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이 외부에 비치면서 언론개혁에 힘이 빠지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도 최근 내부 분열 양상을 보여준다고 최 위원은 밝혔다. 5공 시절 '보도지침' 폭로 등 의미있는 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이사장 자진 사퇴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언련 간부가 정부나 국가기관으로 옮겨가거나 '국정 브리핑'에 청와대를 옹호하는 글을 기고하는 과정에서도 온갖 의혹과 비판을 불렀다. 최 위원은 "노무현 정부가 '부족한 인재 풀'을 이유로 시민단체 인사를 불러들임으로써 정부와 시민단체 양쪽에 모두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정파성과 거리를 둬야 할 시민사회단체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보수언론들에게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언론개혁운동의 양대 축인 언론노조와 민언련이 내부 분란에 휩싸인 원인으로 운동방식의 관성화·타성화로 인해 내부 비판에 소홀했던 점과 엘리트 중심의 운동 방식을 들었다. 내부 구성원과의 소통이 적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결국 쌓이고 쌓여 크게 폭발해 버린다는 뜻이다.

"언론개혁운동, 초심으로 돌아가야"

최 위원은 진보개혁세력의 무능이 보수세력의 득세를 부르고 있는 현실에 대해 "오히려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질적인 변화' 또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는 질문은 시대를 맞는 새로운 가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 위원은 특히 "언론개혁 운동 진영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돌릴 쇄신과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특정 정권과 거리두기를 통해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기본 존재근거를 지켜야 하고, 스스로 고도의 도덕성을 지켜야 하고, 언론개혁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들 스스로 기득권에 편입된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사 경영 침체로 생존 논리 득세…언론개혁 철학 줄어"

주제 발표에 이어 토론에 나선 김주언 전 신문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은 "20여년간 언론개혁 운동을 하면서 편집권 독립과 공영방송 체제 유지 등의 노력이 계속됐고, 시민단체에서도 언론사 감시나 모니터 활동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언론노조는 단체 이익을 위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시민단체도 언론 감시 견제 기능이 크게 약화된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전 사무총장은 그 이유를 "언론사 경영 침체와 쇠퇴 위기로 생존 논리가 더 커지면서 언론 개혁에 대한 철학이 많이 줄어든 것"이라 진단했다.

김옥조 광주전남기자협회장(광남일보 사회부장)은 "언론개혁은 언론인 스스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언론관련 단체가 목소리를 내고 언론인이 따라가는 것보는 언론인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고 언론인의 사명을 뒤돌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특히 지역언론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음을 지적하며 "지역 언론은 언론의 하향평준화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일단 수렁에서 빠져나와서 언론개혁 운동을 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어렵다 보니 뜻있는 언론인들이 오히려 언론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 대안 언론인 '시민의 소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걸 이사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시민의 소리'를 시작했다"면서도 "권력으로부터는 확실히 독립해있지만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한계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언론개혁 실천으로 시도한 시민 저널리즘 신문으로서 지역밀착형 이슈를 생산하는 등 의미있는 시도를 해왔다고 자평하지만 어려운 경영 현실로 처음 생각했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김환균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은 "언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권력화'됐다고 비판하는 것에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운동도 권력에 맞설 힘이 필요하고 따라서 어느 정도의 권력화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언론운동이 지향해야 할 권력화의 방향과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언론개혁 운동 진영, 다양한 담론 형성 부족…보수신문 비판말고 뭐 있나"

김환균 회장은 또 진보개혁세력이 다양한 의제를 제기하지 못한 채 거대담론에만 천착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기엔 편집권 독립, 언론인 내적 자유 등 다양한 의제로 여론을 이끌었지만 최근엔 일부 보수신문에 대한 비판 담론밖에 없어 여론주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김 협회장은 "반면 반대쪽에서는 시장이라는 강력한 개념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한호 광주대 신문방송광고학부 교수는 "언론개혁 운동을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운동은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언론 개혁을 통한 사회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언론개혁 운동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언론운동의 다양화·분화·전문화'를 들었다. 한 단체가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는 전문화된 여러 단체에서 정교하게 개혁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언론개혁 운동가들 스스로의 지적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 운동은 언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논리적 완결성 및 근거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