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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최우규기자)=세 사는 이들은 한결같이 ‘서럽다’고들 하죠.
김성준=제 경우 처음 세를 삽니다. 빌라형 주택 3층인데, 학교 근처라서 얻었죠. 이사올 때에는 집이 깨끗했지만 살면서 창문에 이슬이 맺히고, 벽지가 일어나더군요. 그래서 집주인에게 고쳐달라고 했는데, ‘싫으면 나가라’고 했어요. 형편에 맞춰 들어왔는데, 서럽더군요. 힘들어도 참고 살 수밖에요. 결국 고칠 일이 있으면 내가 부담해서 고쳐요. 변기가 고장나면 내 돈 몇 만원을 들여 고치고 그랬죠.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어서 학교 근처에 있는 집이라 참고 살고 있어요. 집사람은 곰팡이 생기고 불편하니까 아파트로 이사가자고 하는데 전셋값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내죠.
임상복=얘들이 대학생이라 등록금도 많이 들고 집사람은 당뇨병을 앓고 있어요. 그러니 집값 올려달라고 하면 참 힘들대요. 전세 사는 서러움은 서민만이 알아요. 집을 크게 옮기고 싶어도 돈을 빌리려면 ‘보증을 내세우라’는데 그것도 쉽지 않고. 예전에 수도나 전기 계량기가 가구마다 달려 있는 게 아니라 하나로 된 집에서 산적이 있었죠. 그러면 쓴 만큼 내게 해야 하는데 집주인은 조금만 내고 세 사는 사람에게 더 물려요. 자기들은 식구도 많고 더 쓰면서. 공평하게 내자고 했더니, ‘나가면 될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별 사람이 다 있어요.
문종도=저는 결혼한 지 5년쯤 됐고 두 번 이사했는데, 다 집주인 잘 만나서 별 고생은 안했어요. 그래도 한번은 전세비를 2000만원 올려달라고 하더군요. 서민에게 작은 돈입니까. 돈을 구하지 못해 작은 집으로 이사가면서 ‘집을 사자’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사회= 모두 ‘나도 집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가요.
임상복=지금 얘들 뒷바라지가 급선무예요. 졸업해 사회에 나가야 뭐든 할 수 있으니까. 졸업시키는 게 우선이죠. 사실 집값 뛰는 거는 지금으로서는 차후 생각입니다. 먼저 학교 마치고, 아들 대학 2, 3학년인데 한 명은 휴학하고, 등록금 벌어서 다녀요. 한 명은 학교 그만두고 ‘군 장교로 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배울 때 시기 놓치면 평생 가도 못한다’고 말렸어요. 부모로서 면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집 사는 거는 뒷전입니다.
김성문=저는 산술적으로 집 사는 게 불가능해요. 서울에서 30평 되는 아파트가 2억원쯤이라면 해볼까 생각도 하지만, 현재 평당 3000만원, 4000만원이면 지금 전셋값 갖고 2평 정도 겨우 살 수 있습니다. 집을 사고자 하는, 돈을 벌어서 발전해보려고 하는 동기부여가 안되는 거죠. 젊으니까 그냥 전세 살고, 나중에 지방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고향이 지방이라, 직장을 지방으로 옮길 수 있다면 가려고 해요. 그래도 지방에서 집 사는 거 아직은 가능할 거 같으니까요. 집사람이 대학 동기인데 학원 강사로 돈벌어 살고 있습니다. 집 문제는 집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어요. 집사람이나 저나 아이를 갖고 싶은데 그런 게 걸려서 못 갖고 있습니다.
문종도=박사학위 따려면 얼마나 남았어요.
김성문=수업은 마쳤고, 논문만 남았어요. 통상 2년 정도 걸려요. 애를 낳으면 누군가 양육해줘야 하는데 친가는 경남, 처가는 전남에 있습니다. 집사람이 천상 돈을 벌어야 하고. 1년 뒤 계약을 새로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그러니 애를 갖는 게 엄두가 안 나요. 내 여동생은 벌써 애를 낳았는데.
문종도=저는 결혼한 지는 5년 정도 됐고, 졸업해 사회생활한 지는 7년 됐어요. 올해나 내년에 대출 1억원 정도 받아서 아파트 분양 받으려고 했는데, 그 계획이 틀어졌어요. 지인들에게 돈 빌려줬다가 그게 묶여 버렸죠. 또 딸, 아들 한 명씩 있는데 얘들 교육하면서 집 한 채 마련하는 게 참 어려워요. 그래도 3~4년 내 아파트 분양 받으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은 집을 사기보다는 30평대로 시작하려는데 지금은 여력이 안돼요. 그 정도 분양 받으려는데 4억~5억원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집값이 계속 올라 답답해요.
임상복=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앞으로 희망도 있고. 저는 지금까지 전세 6번을 옮겼어요. 골방 같은데 4식구 살고, 햇볕도 잘 안 들고 그래요. 그런데 평당 3000만원 하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줄 선다, 딱지 값이 얼마니 그런 거 들으면 정신이 핑 돌아요. 상상도 안되고, 남의 나라에 사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김성문=진짜 왜 이렇게 오르는지 모르겠어요.
임상복=현 정부가 결과적으로 바람만 잔뜩 넣고 ‘붐’만 이루고, 말한 사람은 책임도 안 지고 그러는 거 같아요. 결국 제일 어려운 사람이 피해를 입지.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 잡았을 때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임상복씨는 여기서 말을 잠깐 끊고는 담배를 빼물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서민은 답답해요. 먹고 살게 일자리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도 돈 벌다 몇 번 어려움 겪으니까 속절없더라고요. 사람이 돈에 여유가 있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는 무슨 일이 생겨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뭔가 계획을 세우고 일을 열심히 해서 ‘목표가 저긴데’ 하다가 급한 일이 생겨 자꾸 어려워 지고. 또 집사람이 당뇨병으로 지난 1월 쓰러지면서 일 손 놓고 간호하지….
사회=꼭 집을 소유해야 하나요.
임상복=남의 집에 살면 ‘나가라, 돈 올려달라’ 그런 구애 받아야 하고, 싫은 소리 들어야 하죠. 밤에 들어갈 때에는 발자국 소리도 못 내고. 내 집이면 그런 거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죠. 여름에도 속옷 차림으로 있어도 뭐라고 할 사람 없고.
김성문=계약이 끝나는 2년마다 집을 옮겨야 하는 문제가 있어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전세냐 자가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기성 세대가 문제죠. 저는 지금은 굳이 집을 사야 하나 하고 생각해요. 돈도 문제지만, 그 돈을 갖고 교육비같이 다른 것에 쓰면서 전세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께 이런 말씀 드렸더니 ‘너도 나이 들어보라’고 하시더군요.
문종도=우리나라에서는 집을 가진 게 무조건 유리하고 이익이 남기 때문이죠. 집이 없으면 불이익이고요. 부동산 불패신화가 이어져 온 거죠. ‘집 가지는 게 별 이익이 안된다’는 신호가 신뢰성 있게 지속되면 그런 움직임이 바뀌겠죠. 지금은 돈을 다 털어 집에다 ‘올인’하는 구조죠.
사회=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임상복=제도적인 문제라고 봐요. 있는 사람들은 법망을 피해서 집 늘리고 사고, 서민들은 없어서 못 사고, 산 뒤에도 세금 같은 것을 못 내면 과태료 내고 누진세 내고. 없는 게 죄죠.
문종도=집을 보유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하고, 취득과 양도 단계에서의 정책들을 일관성있게 유지해야 돼요. 거래가 위축된다고 규제나 완화하고 그러지 말고. 정권이 바뀌든, 바뀌지 않든 대다수 국민은 집값 안정을 바라죠. 정책을 일관성있게 하고, 원가공개, 분양가 상한제 같은 정책은 보완해서 확실하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고요. 지금은 돈이 없어도 일단 사놓고 계약금만 치르면 대출이 되니까 사는데, 이런 점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대출 규제 같은 정책을 지속적으로 하고. 우리 인구도 점차 준다고 하는데, 언젠가 집값은 잡힐 거라고 봅니다.
김성문=최근 집값이 몇% 내렸다는데 너무 느리게 내려요. 우리 주택에 대한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돈 빌리고 해서 어렵게 산 사람들이야 억울할 수도 있지만…. 우리 소득 수준과 다르게 너무 올라가 있어요. 이해할 수 없는 구조죠.
임상복=새벽 5시30분 인력시장에 나가보면 답답한 풍경이 많이 벌어집니다. 아침 8시30분 넘어서도 일 못 잡은 그날은 공치는 거죠. 새벽같이 나와서 다시 가방을 싸서 집에 들어가려고 하면 기가 막힐 겁니다. 소주나 막걸리 사서 계단에서 마시더군요. 그리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는 일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무일푼으로 가서 ‘회사가 어려워 돈을 못받았다’고 하면서.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 나라 집값은 황당하기만 한 거죠.
김성문=친구들 보면 무리하게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더라고요. 1억5천만원 빚내서 3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고. 한달 이자만 70만원인데도, 후회하지 않아요. 집 값은 오르니까 나중에 팔면 적어도 이자 값은 한다는 거죠. 저처럼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은 서울 친구들이 부러워요. 출발부터 다른 거죠. 서울에 부모님 집이 있는 친구들은 거기서 출발해 서울에 집을 살 수 있게 준비하지만, 지방에서 온 친구들은 그러지 못하고, 아직도 하숙하는 친구도 있어요. 빚내는 것은 엄두를 못 내고, 어떻게든 융통하면서 전세에 들어가는 겁니다. 집 문제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친구도 있고. 전세가 워낙 비싸니까요. 집 문제로 헤어지는 커플도 있어요.
임상복=서민은 장기 계획 세우기가 힘들어요. 부동산 가격 오르는 것을 전혀 못 쫓아가고. 누구든 집 하나 장만하려고 10년 계획을 세우고 그러는데, 융자 얻어 이자 주고, 은행 좋은 일만 시키는 거예요. 다음 정권을 누가 잡든 집 값을 잡아야지 우리나라가 안정되고 서민이 살 수 있어요.
문종도=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호응을 얻은 게 ‘상식이 통하는 사회, 반칙이 안 통하는 사회’를 이야기해서였어요. 공정한 룰 바탕 위에서 경쟁하는 것인데, 부동산 문제에서는 박탈감이 심해요. 땀을 흘려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고 선택 하나 차이로 처지가 달라지는 겁니다. 집값 오르기 전에 빚을 내서라도 샀느냐, 아니면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느냐, 그 차이죠. 믿고 기다린 사람만 손해를 본 겁니다. 정직하게 땀 흘려도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게 문제예요. 예전에 집사람과 맞벌이를 했는데, 지금 집사람이 직장은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합니다. 안 그러면 집은커녕 자녀 교육시키기도 어렵죠. 딜레마예요. 맞벌이 하면 얘들을 돌봐주지 못하니 교육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고.
임상복=인구가 준다고 정부에서는 애를 낳으라고 하는데, 서민들 사정은 그렇지 못한 거죠.
김성문=예전에 대학원 다니면서 강남 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때에 보니 얘들이 겉으로라도 예의 바르고 똑똑하더군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방식을 배우고 있어요. 그런데 강북 지역 어디에선가 강사할 때에는 안쓰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랑을 못 받은 애들 같은 느낌이죠. 먹고 살기 힘들어 맞벌이하느라고 부모가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직장이나 집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문제가 계속 파생되는 것 같아요. 전셋값을 벌려고 맞벌이를 해야 하고, 그럼 교육에 문제가 생기고.
임상복=정부는 인구가 준다고 애를 낳으라는데, 집 문제가 해결도 안되는데 애 낳으란다고 낳겠어요? 잘 살고 못사는 거는 자기 능력이고 노력 문제지만, 부모 입장에서 ‘나는 못살아도 자식에게는 잘 해줘야 한다’는 게 도리라고 생각들 하고 있어요. 예전에 ‘숟가락 젓가락만 들어도 애 낳는다’고 했는데 지금이 그런 세상입니까. 택도 없지요.
김성문=그게 지방자치단체간에서도 세금 문제를 놓고 말 나오고 그러니까….
문종도=내가 보기에 서울 강남에 사는 사람도 3분의 1은 ‘세금 그냥 내고 말겠다’고 하고, 3분의 1은 ‘이거 내야 하나’ 하고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3분의 1은 어려운 사람일 수 있어요. 시가로 20억원이 넘어도 가진 게 달랑 집 한 채 있는 분도 있고. 보유세도 그 없는 3분의 1 되는 사람에게는 심한 압박이죠.
사회= 스스로 이념성향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문종도=학교 다닐 때 사회 문제에 관심도 있었고, 진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진보적이지만, 사회생활 하다 보니 진보만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회 경영과 운영 측면에서 보수가 있어서 안정과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사회가 균형적으로 가죠. 제가 말하는 보수는 ‘자기 것’만 지키려는 ‘수구’와는 다르죠.
임상복=저도 나름대로 진보적이라고는 생각하는데, 이런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꺼려지네요. 그런 이야기하자면 남을 의식하게 되고 그러니까.
김성문=저는 젊지만, 말하자면 보수 쪽인 것 같아요. 말하자면 ‘건강한 보수’를 지지합니다.
사회= 정치, 대통령 선거에 관해 관심이 많습니까.
임상복=집 문제보다는 출마하려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싶어요. 젊은 사람이나 나이 먹은 사람이나 능력이 있으면 일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지금 여권에서 후보가 나오면 찍어줄 겁니다.
문종도=‘정직하게 땀을 흘려 노력한 사람이 그만한 대우를 얻어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게 해야 합니다. 한 탕 잘 하거나, 베팅을 해서 재산을 일구는 방식이 통용돼서는 안됩니다. 그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게 부동산 문제라고 봐요. ‘광풍’이라는 게 계속되면 정말 안됩니다. 로또나 부동산 투기판이 다를 게 뭐가 있나요.
김성문=우리 국민은 교육을 잘 받았고, 상식이 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민은 저러다 잊어버리겠지’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선거 직전의 여론만 무서워 하고. 지금 후보 중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나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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