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서구 지성사 3부작 외

YOROKOBI 2007. 6. 21. 15:54



  서구 지성사 3부작
H. 스튜어트 휴즈 지음, 황문수·김병익·김창희 옮김, 개마고원(02-326-1012) 펴냄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격동에 휩싸인 서구사회의 지성사를 집대성한다. 미국의 유명한 지식사회학자인 지은이는 1880년대부터 40여 년간을 인류 역사상 가장 새롭고 창조적인 전환의 시기로 보고 있다. 프로이트, 베버, 마르크스, 크로체, 뒤르켕, 융, 딜타이 등이 모두 이 시기에 활동했다. <의식과 사회>는 189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서구 사회사상을 재해석한다. 이 시기의 지적 상황은 반실증주의 전선, 마르크스주의 등장, 프로이트를 필두로 한 인간 무의식에 대한 탐구의 세 가지로 정리된다. <막다른 길>은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프랑스 사회사상을 다룬다. 지은이는 이 시기 프랑스 사상가들의 지적 탐색이 ‘국가적 자부심의 기이한 복합체’로 제한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절망의 시기’를 밝혀준 등불로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를 이야기한다. <지식인들의 망명>은 1930년대부터 1965년까지 파시즘을 피해 은거하거나 유럽을 떠난 지식인들을 살펴본다. <의식과 사회>는 2만5천원 <막다른 길>과 <지식인들의 망명>은 2만원.

유쾌한 발견
성석제 지음, 하늘연못(031-903-3341) 펴냄, 1만2천원

‘천성적으로 알고 싶은 게 많고’ ‘잘 웃는’ 성석제가 재밌는 이야기만 모았다. 부제는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낮 12시41분 창경궁 동남쪽 담장 바깥 작은 공원의 나무 아래 쓰레기를 싣고 다니는 손수레에서 자는 환경미화원을 보고 쓴 단상도 있고, 홍차 마실 줄도 모르는 남자와 수프 먹을 줄 모르는 여자가 만나는 주워들은 이야기도 있다. 한 편은 대략 7~8매, 짧은 글에 한 번은 웃음이 나온다. 피식거릴 때도 있고 박장대소할 때도 있다.

다른 곳을 사유하자
니콜 라피에르 지음, 이세진 옮김, 푸른숲(031-955-1410) 펴냄, 1만4천원

유랑, 망명, 유배, 여행 등 움직이는, 유람하는 또는 떠돌아다니는 지식인에 관한 이야기. ‘범세계주의’ ‘디아스포라’ ‘유목하는’이라는 책을 설명하는 단어는 어렵다. 텍스트는 훨씬 쉽게 읽힌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모스타르, ‘낡은 다리’라는 뜻의 도시 이름으로부터 시작해 물질적이고 상징적인 횡단에 특별한 취미를 가진 짐멜를 거쳐 이마무라 쇼헤이의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로 넘어간다. 글이 유람한다.

풍경의 쾌락
나카무라 요시오 지음, 강영조 옮김, 효형출판(031-955-7616) 펴냄, 1만3천원

‘경관공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한 일본 원로학자의 풍경미학. 토목기술자로 설계 실무를 경험하며 경관의 공학적 연구 필요성을 절감하고 대학으로 돌아간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풍경론을 세웠다. 설계 작업에 도움을 주는 자료이면서도 철학적이고 감상적인 풍경론이다. 그는 ‘풍경’이라는 단어에 ‘바람’이 들어 있는 것은 손에 쥘 수 없는 바람처럼 풍경이 항상 달라지기 때문이며, 풍경이란 그걸 본 인간이 자기 안에 만드는 이미지라고 말한다.

여럿이 함께
신영복·김종철·최장집·박원순·백낙청 강연, 프레시안(02-722-8542) 엮고 펴냄, 1만원

<프레시안>이 창간 5주년을 기념해 2006년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연속기획 강연을 엮은 것. 신영복이 좀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소통의 방법과 언론의 역할을, 김종철이 개발주의를 극복할 방법에 대해, 최장집이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민주주의에 대해, 박원순이 인간적 성숙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을, 백낙청이 남북의 화해와 공존을 이야기했다.

슬픈 미나마타
이시무레 미치코 지음, 김경인 옮김, 달팽이출판(02-523-9755) 펴냄, 1만2천원

1953년 발생한 미나마타병에 관한 기록소설. ‘평범하고 가난한 주부’인 저자가 환자와 가족을 만나 취재해 완성했다. 미나마타병은 미나마티시의 일본질소비료공장 폐수에 섞여 있던 유기수은을 주민이 섭취한 것이 원인이다. 사지말단의 감각장애와 언어장애, 경련,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사망률이 40%에 이른다. 1956년 병이 공식 확인되지만 정부는 1968년에야 수은중독을 인정한다. 2004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무중풍경
다이진화 지음, 이현복·성옥례 옮김, 산지니(051-504-7070) 펴냄, 2만원

베이징영화대학 교수가 정리한 1978년에서 98년까지의 중국영화사. 문화적 변동과 정치적 상황을 영화 해석에 활발하게 끌어들인다. <패왕별희>를 페미니즘 시각에서 해석하면서 리비화의 원작을 함께 언급하는 등 중국 문화 속에서 영화를 깊게 읽을 수 있다. 특히 80년에서 90년까지 중국 영화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실제로 중국 영화가 위축됐던 아이러니는 중국인이 아니라면 잘 해석할 수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