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제주세계유산> "정부.지자체 한마음 '쾌거'"(상)

YOROKOBI 2007. 6. 27. 16:33


"때는 기다리면 온다"..철저한 준비

국민도 성원..'설악산' 실패 교훈

※편집자주 = 우리나라가 6년여의 노력끝에 제주도 자연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오르기까지 과정, 의미와 효과, 과제를 (상), (하)로 나눠 살펴본다.

(크라이스트처치<뉴질랜드>=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룬 배경에는 문화재청 등 중앙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차분하고도 철저한 준비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성원이 있었다.

2001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포함해 7건의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을 확정한 문화재청은 1년뒤 한라산을 최우선 신청대상으로 결정한데 이어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국내외 저명 학자들을 초청해 세계적 독특성을 찾아나가는 학술 조사 및 연구에 착수했다.

자연경관은 뛰어나지만 생태계 보존이 미흡하고, 일부 주민과 자치단체의 반발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1996년 '설악산 교훈'을 심포지엄을 통해 되새기며 제주 자연환경에 대한 원형보존과 도민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신경을 집중했다.

2003년 5∼8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자연유산국장인 나타라얀 이쉬와란, 동굴연구 권위자인 호주의 그레고리 미들턴, 뉴질랜드의 세계자연유산 고문인 레스 몰 로이, 영국의 지질학자인 크리스 우드 박사 등을 잇따라 초청해 조언을 들었다.

제주도 당국도 학술조사용역 등을 통해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대상 지역을 점차 압축해 갔다.

그러나 2003년 말 자연유산등재를 기획.총괄하는 강원대 우경식 교수가 제주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당초에 세웠던 '2004년 초 세계유산등재 신청계획'에 대해 '여건 미비'를 이유로 "서둘지 말자"고 제안하면서 등재 작업은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우 교수는 당시 "외국 학자들이 '제주의 화산지형과 용암동굴 등이 우수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할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지만 독특함과 뛰어남을 입증하는 연구자료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차분한 준비를 주문했다.

제주도는 그로부터 1년뒤 학술조사용역을 토대로 세계자연유산 후보지를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산굼부리, 만장굴 동굴계, 성산일출봉, 주상절리대 등 5곳으로 정하고 이듬해인 2005년 5월 유산의 명칭을 '제주도 자연유산지구-용암동굴과 화산지형'으로 결정했다.

이 무렵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서 거대한 용암동굴인데도 석회동굴 특성을 지니고 신비의 호수까지 있는 세계적으로 특이한 '용천동굴'이 전봇대를 세우다 우연히 발견되는 하늘의 도움(?)을 얻어 세계유산 등재작업은 탄력을 받게 된다.

같은 해 8∼12월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그동안 학술조사와 자문을 토대로 세계자연유산 후보지역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환,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로 줄여 확정했다. 이를 함축한 명칭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문화재청은 해가 바뀐 2006년 1월 외교통상부를 경유해 대한민국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공식 신청했다.

이 때부터 문화재청, 국제자연보존연합(IUCN)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 국제단체, 제주도 등의 움직임은 가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문화재청과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제주 자연유산을 예비실사해 미비점을 보완하고 세계유산위원회의 자연유산등재 자문그룹인 IUCN의 실사에 버금가는 강도높은 검증을 헬기까지 동원하며 입체적으로 진행했다.

제주도는 세계유산 신청지구인 구좌와 조천, 성산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모두 12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여는 등 지역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광복절에는 한라산과 만장굴, 성산일출봉에서 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위원장으로 추대된 이수성(李壽成) 전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제주 자연유산사랑 출정식'을 대대적으로 열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염원하는 국민적 운동에 돌입했다.

이 운동에는 휴양차 제주에 왔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를 비롯해 한명숙(韓明淑) 당시 총리 등 국가 지도자들이 서명에 동참하면서 동참 열기가 전국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에 제주도와 등재추진위는 보름만에 30만명이던 서명 목표를 100만명으로 늘려 잡았고, 새마을운동중앙회와 한국노총, 농협중앙회, 상공인단체 등이 전국 조직망을 가동해 세를 보탰다.

결국 서명운동은 10월까지 총 147만5천명(도민 46만5천명, 관광객 등 도외 100만8천명, 외국인 2천명)이라는 기록적인 동참을 이끌어냈다.

서명서는 IUCN 실사단인 폴 리처드 딩월 상임고문 겸 자문관에게 견본품으로 전달돼 그를 놀라게 했다.

이를 전후해 한일해협 8개시도현 지사교류회의가 제주 자연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바라는 공동선언문과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 42개 환경단체의 공동 지지성명 등이 이어졌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올해로 접어들어서는 외교적 노력이 한층 강화됐다.

지난 2월 문화재청과 외교부, 제주도, 세계자연유산추진위는 IUCN의 패널회의 및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 대비, 외교협력회의를 잇따라 열고 해외동향을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등 긴장의 끈을 풀지 않았다.

IUCN은 지난달 전문가 회의를 통해 제주 자연유산에 대해서는 권고, 보완, 보류, 불가 등 4가지 의견 중 최고 수준인 '등재 권고'를 결정,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했다.

IUCN은 보고서에서 "세계유산 등재기준인 '경관적 아름다움'과 '지질학적 가치'에 있어서 세계유산으로 손색이 없다"며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유산지구 관리, 화산과 관련된 다른 유산과의 비교 연구가 탁월하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민들의 세계유산에 대한 인식, 국민 대다수의 적극적인 지지, 시민사회의 참여도 돋보였다"는 의견도 달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국내 첫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데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