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제주세계유산> "화산섬에 세계가 놀랐다"(하)

YOROKOBI 2007. 6. 27. 16:34


독특한 아름다움.지질학적 가치 인정받아

세계적 관광지로 `우뚝'..성급한 자원화는 '금물'

(크라이스트처치<뉴질랜드>=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한반도 '남녘의 섬' 제주도의 아름다움과 지질학적 가치를 국제사회가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360여개의 기생화산(오름)을 거느린 거대한 순상화산체와 다양한 생물들, 수십만년전 용암이 흘러내리며 만들어 놓은 수 많은 동굴과 그 안을 수놓은 다양한 석회장식, 수중화산 폭발로 생성된 거대한 응회환의 위용에 세계가 놀란 것이다.

이는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이 제주유산 실사 결과를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하면서 세계자연유산 등재기준의 하나인 '경관적 아름다움'에 대해 한라산, 용암동굴, 성산일출봉 모두 뛰어나다고 평가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IUCN은 또 '지질학적 가치'와 관련해 "제주도가 화산활동에 관한 중요한 역사를 보여 준다"며 "다양한 탄산염 2차생성물을 포함하고 있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서 이런 특징이 뚜렷이 나타나며, 성산일출봉 응회환은 수중분출 화산의 이해를 돕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놀라워 했다.

이번 등재로 문화재 당국은 11년 전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려다 실패한 악몽에서 깨어나 전국 곳곳의 훌륭한 가치를 지닌 우리 자연유산들을 세계유산 명부에 올리는 작업에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런 성과는 중앙정부의 치밀한 계획에다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자연유산을 보호하려는 의지, 관련 학계 및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지 등 국민이 하나로 결집된 결과물로 평가되고 있다.

제주도 차원에서는 불과 100여년 전 조선시대까지 돌, 바람이 많아 유배지로나 여겨왔던 화산섬의 이미지를 환경보전 선진지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제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게 됐다.

또 유네스코를 통한 간접 홍보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인지도를 높이고 관광산업을 증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하롱베이가 199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당시 방문객이 23만6천명이었지만 10년만인 2005년 방문객이 150만명으로 6.4배나 증가했고, 중국 장자제(張家界)는 13년만에 120만명으로 8배, 일본 야쿠시마(屋久島)는 12년만에 34만명으로 3배가 증가한 것으로 볼 때 이와 같은 전망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제주산 농축수산물에 대한 청정성 부각으로 상품가치가 상승해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한 농산물 시장개방을 극복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감귤시장 개방화, 해군기지 갈등으로 좀처럼 도민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제주사회에 오랜만에 건강한 웃음을 선물한 것도 '뉴질랜드발 낭보'의 효과중 하나다.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제주도 전체 면적의 10% 정도가 포함된 세계유산지구를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어떻게 철저히 보존하고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특히 핵심지역에 1.46㎢(1.5%), 핵심지역으로부터 500m 이내의 완충지역에 29.13㎢(32.1%)의 사유지가 포함돼 행위제한에 따른 갈등은 언제든지 불거져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보존과 개발이라는 좀처럼 양립하기 힘든 '뜨거운 감자'를 놓고 제주도민들은 과거 20∼30년간 논의를 거치고 중지를 모아 이를 해결해 왔으며, 개발할 곳과 보존할 곳을 구분하고 지키려 노력했던 성숙된 도민의식이 지속된다면 이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세계유산지구의 상당 면적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오래 전에 지정됐고, 그 밖의 지역도 대부분 GIS(지리정보시스템)에 의한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엄격히 관리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사소한 부분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관리당국의 자세와 나만의 재산이 아닌 세계인의 유산이라는 성숙한 도민 의식이 필요하다.

또 세계자연유산 등재 효과를 단시일내 거두기 위해 성급하게 관광자원화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조급증은 수십만년동안 이어져 온 제주 화산섬의 특징을 순간적으로 사라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자연유산의 자원화 계획은 정부는 물론 국내외 전문가 집단이 폭넓게 참여하는 가운데 부작용이 없는 부문에서 장기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