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하나대투증권(옛 대한투자증권) 투자설명회 자리였다. 김영익 부사장의 증시전망이 끝나자 한 사내가 단상으로 뛰어올랐다. 마이크를 뺏은 그는 자신을 증권사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곤 김 부사장에게 “제발 언론에 나오지 말고 조용히 좀 있으시라”고 소리 질렀다. 주가가 자꾸 떨어진다고만 하니 영업을 못하겠다는 얘기였다.
지난 5월 30일. 김영익 부사장은 17층 임원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기자실로 내려갔다. 매일 타고 다니던 엘리베이터였지만 유독 길게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착잡했다. “올 초 주가 전망은 틀렸습니다. 올해 코스피지수 예상 최고치를 1790선으로 높여 잡습니다. 저를 믿고 투자를 유보했던 투자자들에게는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 쪽집게 애널리스트의 실패 = 올 초 회사를 옮긴 김 부사장은 2007년 주식전망을 발표해야 했다. 그는 주로 경상수지를 바탕으로 주가전망을 해왔다. 경상수지 개선 달러 유입 증가 원화 유동성 증가 환율하락 물가·금리 안정 주가 상승 시나리오다. ‘경험상’ 경상수지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14개월 정도가 걸렸다. 2005년 12월 10억달러 흑자였던 경상수지는 2006년 1월 -1억8700만달러, 2월 -1억8500만달러로 급감하며 2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때문에 14개월 시차를 감안할 때 올 2분기 주가는 1250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예상됐다. 김 부사장은 2000년 ‘경상수지가 주가에 선행한다’는 골드만삭스 보고서에서 힌트를 얻었고, 이 방식은 그를 ‘족집게’로 만들어준 비밀무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김 부사장은 주가예측모델을 다시 검토해야 했다. 그는 경상수지가 주가에 미치는 시차가 14개월에서 24개월로 벌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유는 납득되지 않았다. 그는 “14개월에서 10개월로 차라리 더 짧아졌다면 경기순환주기가 짧아졌다는 말로 설명이 가능할 텐데 24개월로 늘어난 이유를 모르겠다.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면서도 “어쩌면 경상수지와 주가 상관관계가 완전히 변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경기선행지수를 간과했다 = 김 부사장은 반면, 경기선행지수를 토대로 주가전망을 한 결과는 9월까지 상승추세로 나왔다고 했다. 과거 국내증시와 흐름과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던 전년 동월 대비 경기선행지수가 9월까지 상승할 것으로 생각했다. 김 부사장은 이런 경기선행지수를 간과했고 결과적으로 주가전망이 빗나가게 된 주요 원인이 됐다.
경기선행지수는 다른 전문가들도 올해 주가 상승세의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가 작년 8~9월 바닥을 보이며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을 뿐, 주가를 끌어올릴 만큼 강한 회복에 대한 자신은 누구도 없었다. 작년 동월 대비 경기선행지수 증감률은 1월 4.7%, 2월 4.9%로 오른 후 3월에는 4.8%로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4월과 5월에는 각각 5.1%를 기록하며 상승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수출이 예상보다 좋았고 이게 생산·투자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자금) 청산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부동산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지자 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주택가격 하락 소비둔화 금리인하 달러약세 엔화강세 캐리트레이드 자금 청산 주가하락의 시나리오였으나, 미국 과잉소비가 지속되면서 연결고리가 처음부터 끊어졌다. 김 부사장은 “미국 가계저축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소비가 이어지며 미국경기가 생각보다 나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하반기 2000 넘는다고 말하지만
김 부사장은 단기 조정을 점치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2009년 말 코스피지수 3000을 주장해왔다. 최근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다시 상향조정하며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쯤 2000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한국경제가 안정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기업이익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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