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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최고 식당주인이 말하는 점입가경 접대 요령

YOROKOBI 2007. 8. 11. 16:49


▲ 대니 메이어는 맛집 기자를‘상어떼’라고 부른다.“ 뉴욕에서 프랑스로 갈 때, 바다를 헤엄치는 방법과 상어를 타고 가는 방법 딱 두 가지가 있다고 치자. 헤엄 치면 익사한다. 유일한 방법은 상어 등에 뛰어올라 재주껏 타고 가는 것이다.”그는 상어의 악평이“문제를 찾아내 고칠 기회를 주는”선물이라고 했다. 


▲ 뉴욕대 근처의 ‘유니언 스퀘어 카페(왼쪽)’와 매디슨 스퀘어 공원의 핫도그 매점 ‘셰이크쉑(오른쪽)’/사진제공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탤리티 그룹

밤이면 밤마다 줄지어 늘어선 극장 간판에 알 전구와 전광판이 번쩍거리는 도시, 뉴욕 맨해튼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다. 환영한다. 서울 서초구보다 조금 넓은 가로 3.7㎞, 세로 21.5㎞ 짜리 땅콩 모양 이 섬엔 최고급 정찬이 나오는 프랑스 식당부터 이디오피아 빈대떡이 나오는 대학가 밥집까지 식당 2만 개가 성업 중이다.

노란 택시 1만2000대가 수증기 뿜는 맨홀 뚜껑을 밟고 고층건물 사이를 달리며 재사(才士)와 미녀와 갑부와 술꾼을 맛집으로 실어 나르는 이 섬에서 저자 대니 메이어(Danny Meyer·49)는 ‘업계의 전설’로 통한다. 스물일곱 살 때 맨해튼 남쪽 빌리지에 첫 식당 ‘유니언 스퀘어 카페’를 차린 뒤 레스토랑 네 곳, 바비큐 전문점, 재즈클럽, 핫도그를 파는 야외 매점, 카페 두 곳과 고급 출장연회업체를 차례로 성공시켰다. 식당 평가업체 ‘자갓 서베이’(Zagat Survey)가 꼽은 ‘뉴욕 최고 맛집’ 목록에서 최상위 식당 열여덟 곳 중 다섯 곳이 메이어가 하는 집이다. 7일 밤 메이어를 전화로 불러내 비결을 묻자 그는 “맨해튼은 에너지가 충만한 곳”이라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맨해튼은 토박이보다 다른 나라와 도시에서 온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입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벼르는 재사들로 늘 북적거리죠. 섬에 들어서는 순간 곧바로 그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뉴요커들은 재주 있고, 예민하고, 까다롭고, 뭐가 좋고 뭐가 후진 지 귀신같이 알아봅니다. 한마디로 ‘도전’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여기서 최고가 되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그는 세인트 루이스 출신이다. 외할아버지는 예일대를 나온 갑부,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대를 이어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였다. 아버지는 여행사와 호텔을 했고 매년 아내와 세 아이를 끌고 유럽을 돌았다. 집은 유럽에서 온 손님들로 늘 북적거렸다. 메이어 가족은 식도락가 집안이었다. 집에서 키우는 개 이름도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맛있게 먹은 토속 요리 이름을 따서 ‘라타투이’라고 지었다.


메이어는 축구·테니스·하키를 즐기고, 여자 친구와 함께 동네 맛집을 찾아 다니며 신나는 10대를 보냈고, 그 업보로 프린스턴 대학에 낙방했다. 코네티컷주(州) 트리니티 칼리지에 간신히 합격한 메이어는 “하마터면 대학에 못 갈 뻔한 뒤, 내 속에 숨어있던 경쟁심이 눈을 떴다”고 썼다.

대학 졸업 후 메이어는 도난 방지 장치를 만드는 알짜 중소기업에 취직해 영업사원으로 승승장구했다. 80년대 초반에 본봉과 성과급 합쳐서 연봉 12만5000 달러(1억2000만원)를 받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과연 자신이 평생의 업을 제대로 찾았는지 확신이 없었다.

선택의 순간은 1983년에 왔다. 회사에서 런던 지사에 발령을 냈을 때, 메이어는 사표를 내고 로스쿨에 가기로 했다. 로스쿨 입학시험 전날, 외삼촌 일가와 저녁을 먹을 때 메이어가 “내가 왜 이 시험을 보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외삼촌은 “차라리 시험을 보지 말고, 평생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했다. “그게 뭐냐?”고 반문하는 조카에게 삼촌은 이렇게 말했다. “그걸 나한테 묻다니? 너는 어릴 때부터 입만 열면 음식과 식당 얘기 뿐이었잖니? 레스토랑 개업은 어떠냐?”

인생, 이때 결정됐다.

메이어는 뉴욕의 한 식당에서 8개월간 부지배인 겸 주방 보조로 일한 뒤 훌쩍 유럽으로 떠났다. 100일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맛집을 순례한 뒤, 1985년 첫 식당 ‘유니언 스퀘어 카페’를 차렸다. 인테리어는 소박하게, 서비스는 일류로, 음식은 고급스럽게 냈다. “다른 욕은 다 먹어도 ‘비싸다’는 욕만은 먹지 않겠다”고 각오하고 음식값을 싸게 받았다. 요컨대 ‘고급스런 동네 식당’을 목표로 삼았다.

좌충우돌, 실수연발의 세월이었다. 주방장과 보조 요리사가 열렬한 사랑에 빠져서 냉장실 굴 보관 선반 옆에서 부둥켜 안고 있는가 하면, 2층 테라스 흡연석에서 5㎝짜리 담뱃재가 1층 손님 리조토(이탈리아 볶음밥) 그릇에 뚝 떨어지기도 했다. 주방장 커플에게 동반 휴가를 준 직후 별안간 손님이 밀려들어 주방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요리를 기다리다 화가 난 취객이 식당 안을 ‘갈 지(之)’자로 오락가락하며 “이 엉터리 식당에선 구운 감자조차 먹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린 날도 있었다. 열이 오른 메이어는 손님을 끌어내느라 주먹 다짐을 벌였다. 다음주에 데일리뉴스지(紙)를 펼쳐 든 메이어는 기절초풍했다. 야밤의 육박전을 목격한 손님 중 한 명이 그 신문 맛집 담당 기자였다(73쪽).

첫 식당을 낸 지 9년 뒤, 메이어는 조심스레 두 번째 식당을 냈다. 이번에는 고급스런 프랑스 요리에 도전했다. 또 성공했다. 메이어의 행보는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세 번째, 네 번째 식당, 다섯 번 째 식당이 뒤따랐다.

메이어가 빛나는 대목은 그의 식당들이 모두 각자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가지 종목에서 성공한 뒤 분점을 여러 개 내는 방식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도전을 했다. 동네 식당에 이어 프랑스 식당을 내고, 프랑스 식당에 이어 인도 요릿집을 내고, 후속타는 미국 중서부식 바비큐 전문점과 미술관 카페로 때리는 식이다. “내가 연 식당은 모두 성공했고, 아직 문 닫은 집이 없다”는 것이 메이어의 자랑이다.

그는 전화 너머로 “내 식당은 전부 달라 보이지만, 핵심은 모두 똑같다”며 “내가 성공한 것은 한마디로 ‘배려’(hospitality)의 힘 덕분”이라고 말했다. ‘환대’나 ‘호의’로도 번역되는 이 단어의 실상은 가령 이런 식이다. 한번은 인도 요릿집 ‘타블라’(Tabla)에 온 손님이 “택시에 휴대폰과 지갑을 내렸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식당 직원은 “돈은 나중에 내도 되니까 걱정 말고 식사부터 하시라”고 손님을 안심시키고 메이어에게 보고했다. 메이어의 지시는 이랬다.

“랜디, 이 손님은 ‘타블라’에 가는 길에 지갑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고 온 세상에 떠들고 다닐 걸세. 우리가 이 이야기를 전설로 만들어보세.”

손님이 밥을 먹고 있는 동안 직원은 예약 받을 때 받아둔 손님 휴대폰 번호로 계속 전화를 걸었다. 택시 운전사와 연결되자 부리나케 30분 이상 떨어진 브롱스까지 달려갔다. 걱정스런 얼굴로 “돈을 나중에 가져다 드리겠다”는 손님에게 ‘짠!’ 하고 지갑과 휴대폰을 내밀었다. “왕복 택시비 31달러를 썼지만, 그 손님이 그 뒤에 다른 사람들에게 한 칭찬은 우리가 했던 수고의 백 배가 넘게 가치 있다”고 메이어는 썼다(259쪽).

그의 접대 요령은 점입가경, 가히 전설의 경지다. “야외 매점 ‘셰이크?‘에서 2500원짜리 핫도그 사먹는 손님도 프랑스 식당 ‘그래머시 태번’ 단골처럼 환대하고 배려할 것. 붐비는 시간에 혼자 밥 먹으러 와서 독상을 받는 손님을 구박하지 않을 것. 귀빈 대접해서 다음에 다른 사람들 데려오게 만들 것. 손님이 화가 났을 때는 끝까지 사과할 것….” 손님 심부름은 기본이요, 맛없는 요리는 돈 받지 않고, 음식을 쏟으면 즉시 초고속 드라이클리닝 가게로 뛰어가고, 결혼기념일 외식을 하는 손님에겐 무료 디저트를 내고,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자선행사에 식당 초대권을 낸다.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리 사과해도 손님이 계속 신경질을 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최종적으로 독자를 죽인다. 또 다시 한번 허리를 꺾으라는 것이다.

자서전과 실용서를 겸비한 이 책을 통해 메이어가 들려주는 교훈은 “배려해야 돈을 번다”는 것이다. 되로 주면 반드시 말로 돌아오게 되어있다고 그는 굳게 믿는다. 전화 너머로 메이어는 “책을 쓰는데 꼬박 4년 걸렸다”고 말했다.

“남들에게 충고하거나 자랑하려고 쓴 게 아닙니다. 유명세는 덧없어요. 나는 내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는지 스스로를 분석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그런데 너무 바빠서 결국 4년이 걸렸지요.”

그가 바쁜 이유는 요식업계의 거물이 된 지금도 초년병 시절처럼 일하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근무 시간 중 4분의 1 이상 사무실에 앉아있는 법이 없다. 하루 평균 다섯 곳 이상 자기 식당을 돌며 단골과 인사하고, 운영을 살피며, 오래된 지기와 특별한 손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건다. 그가 하는 식당은 전부 그의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집이 어디냐고? 비밀이다.

서울의 대니 메이어’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 그의 충고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맛집 기자가 냉정한 평을 쓰면, 오히려 “우리 식당에 손님들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생각할 것(85쪽). 둘째, 손님이 왕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직원을 가장 먼저 배려할 것. 홀에서 문제가 생겼을 땐 직원에게 먼저 묻는다. 또 직원을 뽑을 때 서비스 숙달도는 49%만 보고, 천성적으로 친절하고 발랄한 감성적 재능을 51% 볼 것(166쪽). 셋째, 식당에 문제가 생기면 “뉴욕타임스 맛집 기자 귀에 들어가기 전에 조용히, 재빨리 해결할 것.”(257쪽) 원제 ‘Setting the Table’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탤리티 그룹’(USHG·www.unionsquarehospitalitygroup.com)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니 메이어가 운영하는 식당 목록이 일목요연하게 뜬다. 주소·전화번호·메뉴·가격표는 물론, 풀 먹인 냅킨과 싱싱한 꽃이 놓인 식탁, 광택 나는 조리도구와 싱싱한 야채가 쌓인 주방 사진까지 뜬다.

원조는 뉴욕대 근처에 있는 ‘유니언 스퀘어 카페’(Union Square Cafe)다. 뉴욕 출판계의 거물들이 자주 들른다. 점심 때 전채 하나에 본 요리 하나를 먹고 세금까지 내면 우리 돈으로 1인당 2만5000~5만원쯤 든다. 가장 대중적인 식당은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 있는 핫도그 매점 ‘셰이크쉑’(Shake Shack)이다. 햄버거는 종류에 따라 3000~8000원, 핫도그는 2000~5000원쯤 한다. 가봤다.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