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학력 검증에 대한 열기가 늦더위 만큼이나 뜨겁다. 미디어도 네티즌 국민도 그 열기에 놀란다. 그 열기 확산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강도가 너무 높아 우리 모두를 태울까 걱정된다.
시시비비를 가리고야 마는 국민성 눈에 독기가 서린다. 목에 힘줄이 선다. "시시비비를 가리고야 말리라"의 정도를 떠나서 "사생결단을 내고야 말겠다"는 듯이 덤빈다. 자신의 학력을 속이고 더욱 적극적으로 가짜 학력을 조작하여 우리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권력과 돈과 명예를 누린 자들의 이면에는 "저놈들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았다"는 국민이 존재하고 이들이 이 학력 검증 열기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의 학력 중 절반은 가짜다 70년 대 후반에 나는 이런저런 직장의 인사담당 또는 총무과 근무 직원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그것도 아주 자연스런 어조로 말했었다. "지금 모든 직장의 부장 이상의 간부들 중에서 절반 정도의 학력은 가짜다,"라는 것이었다. 최근 어느 불교 사찰의 승려의 경우처럼 직장에서 적극적으로 학력 관련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경우 이력서에 학력을 허위로 기재하는 것으로 그 거짓말 학력은 시작되고, 적극적으로 학력 관련 서류를 요구하는 직장에서는 그러한 서류를 돈을 주고 위조하는 등으로 자신의 학력을 허위로 만들었었다. 나 자신 최근 자주 논란이 되고 있는 모 대학의 "졸업증명서를 만들어 주겠다"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요구한 돈은 50만 원이었다. (50만 원만 주면 졸업증명서 만들어 주겠소!)
인민재판의 제단 위로 끌려 올려진 사람들 신정아라는 여성 큐레이터의 위조 학력 파문에서 점화되고 정덕희.장미희등 대학사회로 불길이 타오른 이 위조학력 소동은 이제 강석 등 미디어로 잠시 불길이 퍼졌다가 어느새 그 불길이 방향을 틀어 최수종. 주영훈씨 등 연예계로 그 불길이 번져가고 있다. 그 양상이 흡사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공산주의 국가들의 인민재판과 같다. 그리고 그 인민재판의 제단 위로 끌어 올려진 자는 그 누구라도 군중의 돌팔매를 모질게 맞아 성한 몸으로 단하로 내려오지 못한다.
하이에나가 돼가는 미디어 기자라는 자들 신났다. 안티 세력에 의해서 조중동으로 통칭되는 신문사에서부터, "찌라시"로 통칭되는 삼류 주간지, 심지어 지역 정보지에서 밥 빌어 먹고 있는 이른바 기자라는 자들이 이제 아주 하이에나가 돼 간다. 그들은 의심이 될만한 먹잇감을 점찍은 뒤에 그들이 다녔다고 주장하는 대학이나 외국의 학위 수여 기관들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이 사람 이 학교 졸업생 맞습니까?"라며 묻고 다니는 것이다. 그러다가 드디어 "한 건 하는 날"에는 찌라시 1면에 "깃발을 펄럭이는" 것이다.
학력 사항은 프라이버시, 외부인 조회와 발표는 인권 침해다! 정말이지 이거 뭔가 아주 크게 잘못 되었다. 말하자면,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학력 사항은 지극히 사적인 사항이고, 따라서 프라이버시에 속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제3자가 적극적으로 캐고 다니거나 공표하는 일은 인권침해다. 또 설사 그 누구의 학력 사항에 의문이 제기되고 그 허위 여부가 검증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도 그야말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그 과정이 진행되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는 한 사람 한 사람 온 국민이 다 보는데서 재판을 벌이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그 누구의 학력 위조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이해당사자가 그 인적 사항을 관리하는 부서 책임자에게 그 허위 여부를 문의할 수가 있고, 이때 그 담당자가 거절하는 경우에는 소송으로 원에 청구할 수가 있다고 본다. 왜 우리가 신 아무개, 정 아무개, 장 아무개 등등의 학력 위조 또는 학위위조의 사실을 알아야 하고, 미디어가 기사화해야 하며, 그 기사를 보고 우 우 비명을 질러대며 돌팔매질을 해야 한단 말인가.
"...대학에 조회해 본 결과..." 어느 찌라시였던가 어느 온라인 미디어였던가. 그 기사는 대강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다. "...'본 기자가 ...대학에 알아본 결과...그 학교의 교무처 학적 담당자는...아무개가 그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기자야, 고등학교 사회 공부 시간에는 졸았나? 만화책을 봤나? 당신이 대학을 다녔다 치고 기자야, 당신 우리나라 헌법전은 한번 읽어 보았나? 헌법학 관련 책은 한번 보기나 했나? 우리 국민에게는 그 사안이 지극히 사적인 사안이어서 비록 정부라도 감히 침해해서는 안되는 영역이 있다는 것, 그것을 프라이버시라고 한다는 것, 따라서 어느 국민이 어느 대학을 다니고 무엇을 전공한 사람인지와 같은 사항은 사생활의 비밀에 속한다는 것, 따라서 기자가 공연히 묻고 다녀서도 안될뿐더러 그런 문의를 받은 학교나 기관이 그 질문이나 조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정말 모른단 말인가.
이 나라 대학도 반성하라 사과하라 학력 위조 또는 허위 학력과 관련 연일 우리 국민 누군가의 죄상이 폭로되고, 당사자의 고해성사가 이루어지고, 눈물을 흘리면서 사죄하고, 다소간에 조직 또는 우리사회의 단죄가 이루어지고, 그런 단죄를 받은 자들은 상처받은 몸으로 제단에서 내려온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 이 "인민재판"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나는 이 나라의 대학들이야 말로 이 위조학력 허위학력의 광풍과 관련하여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 단적으로, 이 나라 대학이 학사 행정을 공평무사하게 제대로 했으면 왜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졌겠는가 말이다. "실력보다는 간판" 풍조를 조장하고 그 풍조에 편승하여 대학졸업장 생산을 대학이라는 기업의 장사 수단으로 삼아 온 당신들 대학이 아니었으면 오늘날과 같은 이 부조리가 결과했겠는가를 반성하라는 말이다. 1990년대와 그 후 지금의 2000년 대는 어떤지 몰라도 이 나라 대학들 그 정도의 차이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이 나라 대학들 사실 "장사꾼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위를 팔아서 장사를 했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지난날의 이 나라 대학들은 제대로 시험을 치러 합격을 한 가난한 학생들과 "돈 내고 뒷문으로 입학한 학생들" 두 부류로 나눠져 있었다. 말하자면, 정문 입학생들 (정식으로 시험을 치러 합격한 학생들)의 5배수 때로는 그 이상의 후문입학생 (웃돈 내고 청강생으로 입학한 학생들)들로 대학들이 장사를 했었다. 대학은 이렇게 장사한 돈으로 학교 부지를 넓히고, 건물을 증축하고, 땅 투기도 했었다. 이들 뒷문 입학생들로부터 벌어들인 엄청난 돈을 어떻게 썼는지 이들 후문입학생들의 처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국회국정조사라도 한번 벌여야할 판이다.
대학들이여, 대학의 총장단이나 교수협의회여, 그대들에게 진정 학자적 양심이 있다면 국민 앞에 나서서 석고대죄라도 하라. 진정 어린 눈물을 한번 흘려 보아라. 각 사림대학의 이사장들이어, 지난날의 과오를 돌아보고 무릎꿇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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