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방랑시인 김삿갓------ 금강산도 식후경

YOROKOBI 2007. 8. 26. 19:02

이튿날은 젊은 중이 알려준

금강산의 시선으로 불리우는 노 스님을 찾아 보기로 하고

한 삼십리쯤에 떨어져 있는 입석봉(立石峰) 아래 입석암(立石庵)으로 향햐여 앞으로 갓.

 

말이 삼십리지 산길 삼십리란 평지의 몇배는 된다,

아침 잘얻어 먹고 떠난 길이지만 정오가 훨씬 지나니 

허기가 저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래서 아무리 좋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생긴 모양이다

허기진 배로는 삿갓의 눈에는 모두가 헛것인냥 보이니 이를 어쩌나

어느 산모퉁이를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돌아서니

마침 지나는 스님이 보이 길래

이곳 절에 가까이 계시면 점심요기 좀 얻어 먹자고 청하니

자기는 지금 길나선 사람이라 어려우나

저 골자기 내려 오다보니 선비들이 푸짐하게 차려 놓고

시회를 하는걸 봤다면서 글루 가셔서 요기를 하라고 일러 주길래

한달음에 숲속을 헤치고 당도 해 보니 아닌게 아니라

술과 음식 냄새가 허기진 삿갓의 코와 배를 요동치게 맹그노라,

 

장구치고 시읊고 술마시느라 삿갓이 옆에 가도 누구하나 아는체를 하질 않는다

행색이 남루한 삿갓은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꾼인양 하고선

지나가는 과객이 허기져서 그러니 요기나 한술 얻어 먹자고

그 좌중에선 그래도 후하게 보이는 이에게 간청 하다시피 했건만

 

삿갓을 한번 힐끗 올려다 보곤 여기는 양반들 시회 자리니

아주 대놓고 너같은 무지랭이는 귀찮게 허지말고 가란다

 

그래서 삿갓은 어디 양반만 배고프란 법이 있냐며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그러지 말고 한끼 적선하는샘 하라니

좌중의 한사람이 삿갓이 문자 쓰는걸 듣고선 시한수 하면 

한끼 적선을 하겠단다

그래서 삿갓은 글은 쓸줄 모르니 부르는 데로 좀 받아 써 달라면서

잘짓던 못짓던 걸인 취급은 마찬가지니

삿갓은 아주 더 무식한척을 한것이다

 

그러니 모두들 남루한 나그네가 시를 짓겟다니

의아한 눈초리로 모여들어서

얼른 부르란다

삿갓은 일부러 글을 떠올릴려고 고민 하는양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참 뜸을 드리고 나서

<소나무란 글자 두어자 쓰시오>

<음,송송(松松) 썻소>

<다음엔 잣나무란글자도 두어자 쓰시고,>

< 음, 백백(栢栢) 또....>

<이젠 바위란자 두자,> 

<허,-- 암암(岩岩) 또 무슨자?) 

<이젠 돌아간다는자 한자만.................>

<아--------- 돌 회(廻)자, 음 그러니 송송백백암암회(松松栢栢岩岩廻) 햐!!!! 그것 조--------옷타> 하고 받아쓰던 선비가 소릴치니 모두들 가까이 닥아서 삿갓을 주시 한다

 

삿갓은 또 일부러 턱을 한손으로 고이고 눈을 감고 고민하는척 하다가

<물수두자 , 뫼삼두자, 곳곳이란두자......>

<허 수수산산처처(水水山山處處)............그리고?>

<끝에는 기이하다는자 있지요.>

< 음, 수수산산처처회(水水山山處處奇)라-----------허 이거 명시중에 명신(名詩)걸.>

좌중은 삿갓의 시를 보고 깜짝 놀랜다

하고 많은 시성 들의 시도 어지간히 보아 왔건만

이렇게 쉬운 글로만 금강산의 절경을

묘하게 묘사한 글은 처음 보기 때문이다

이런 시재가 시치미 뚝떼고 놀래켰다고

싫지 않은 소리로 타박 까정 하면서

서로 다투어 가며 자리를 권하고 닭다리며 소갈비며 술이며

아까운줄 모르고 대접 한다.

 

삿갓은 배부르게 먹은후 시 한수 더 하라는 성화에

 

          정관탱석소계변(鼎冠撑石小溪邊) 

         백분청유저두견(白粉靑油煮杜鵑)

            쌍저협래향만구(雙箸挾來香滿口) 

               일년춘색복중전(一年春色腹中傳)

 

                       작은 시냇가에 솥뚜껑을 돌 사이에 걸어 놓고,

                   밀가루와 참기름으로 두견화  화전을 부쳐서

              두 저븜을 집어 먹으매 향기가 입안 가득하니

          일 년의 봄빛이 그대로 뱃속에 전해지는구나.

 

언젠가 산속에서 배고픈 자신의 심정을 시로서 달래었던 거이 생각나 쩍어주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