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방랑시인 김삿갓---회한에 젖어 울다

YOROKOBI 2007. 8. 26. 19:04

그날밤 삿갓은

시 한 수 잘 지은 덕에  술은 싫컷 얻어 먹을수 있게 되었다.

그는 체면 불구 하고 밤새도록 통음을 하였다, 그리고 새벽녘 에야

삿갓은 집안 내력의 기막힌 사연과 그로 인한 자신의 불운,

간밤의  구차했던 자신의 언동(言動)을 생각해 보고 자신도 모르게

회한과 오뇌로 눈물을 흘리다가 드디어 목놓아 통곡을 하였다

동석 했던 문객들은 저만한 재주에 저런 행색으로 떠돌때는

남에게 말 못할 무슨 곡절이 있을거라며 삿갓을 이해 한다는듯 

동정의 말을 한마디씩 하고선 한 둘씩 주섬주섬 옷을 챙겨 나가고......

 

삿갓은 늦게 잠이 들어 이튿날 해가 한낯을 지나도 잠만자는 그를

그 절 중이 깨워 내 보내려 하니

삿갓은  금강산 절경을 찾아온 시인 묵객을 내쫓는 법이 어디 있냐며 

되려 큰 소릴 치니 중은 주재에 아니꼽다는듯이

당신이 무슨 썩어질놈의 시인이요 아 어서 일어나 물러 가시오.

하고퉁명스레 소리를 꽥 ! 지른다 

<허어-----이 천하의 시인 김  입을 몰라 보다니.>하고 대답하니

중이 <흥---------언문 풍월은 두어줄 하겠군.>하고

여전히 시큰둥해 하며 깔 본다.

 

삿갓은 또 한번 젊은 중넘의 높은 콧대를 눌러주고 싶어

<아 좋소, 그럼 아무 운자나 부르시오.> 

하니 젊은중넘 한참을 아니꼬운듯 삿갓을 째려 보다가

<운은(타)자요, 어서 지어 보시오.>

운자가 떨어지기 무섭게

<허어, 사면기둥 붉게타>, <또, 타 ! >

< 석양 행객 시장타.>, <또, 타 ! >

< 네놈  인심 고약타.> 그만 젊은 중넘  안색이 해쓱해진다,

한번만 더 타 ! 카면 <니넘 지옥가기 꼭좋타> 할려고 했는데..

중는 그제사 빙그레 웃으면 글 재주 값으로 한숨더

주무시고 내일 쯤 가오 하곤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삿갓은 배도 고프고 속도 메스껍고 해서 일어나 절 마당 앞 개울에서

우선 세수를 하며 흐르는 물을 내려다 보고

아무 근심 걱정없이 자꾸만 흐르는물.

< 나는 자꾸만 산속을 찾아 가려는데, 너는 왜 자꾸 흘러만 가느냐?>

삿갓이 쓸쓸히 상념에 잠겨 있을때 아까 그 중이

상좌에게 저녁상을 들려 나오면서 

양반어른 뭐 좋은 시라도 한수 얻었소 하며 저녁을 권 하길래

 

아향청산거(我向靑山去)  녹수이하래(綠水爾何來)

                     지금 나는 청산을 찾아가는데 푸른 물아

                            너는 왜 흘러내려만 가는가?

 

중은 또 한번 놀라며

저녁상을 물린 삿갓을 보고 은근히 시 한수 더 듣기를 원 하니

 

약사금강경(若捨金剛景)    청산개골여(靑山皆骨餘)

기후기려객(其後騎驪客)    무흥단주저(無興但躊躇)

             만약에 금강산의 경치를 빼버린다면 청산은

             다만 앙상한 뼈만 남겠고,

                       그 뒤에 나귀 타고온 객은 흥이 없어

                       다만 주저하다 가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