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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 찔린 <조선><동아>, 왜 침묵하나?

YOROKOBI 2007. 9. 5. 18:54
  
▲ 4일자 <청와대브리핑> 머릿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궁금했다. 어제(4일) 청와대가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한나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 검증에는 소홀한 채 이명박 후보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평소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답지 않다. <조선일보>는 특히 자신을 공격하거나 비판한 <청와대브리핑>에 대해서는 거의 빠짐없이 이를 보도하고, 이에 대한 비판 칼럼이나 사설 등을 게재해 왔지만, 어제 청와대의 강도 높은 '실명비판'에는 일체 반응하지 않았다.

 

'특정후보 방패 노릇, 되풀이되는 한국 언론의 수치- 2007, 한국언론의 부끄러운 기록①'로 돼 있는 <청와대브리핑> 글은 홍보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한국언론의 부끄러운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앞으로도 5~6차례 더 게재될 예정이다.

 

이 글에서 청와대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다른 언론들이 앞다퉈 이 후보와 관련돼 갖가지 비리의혹을 취재 보도할 때도 거의 손을 놓고 별다른 취재를 하지 않았다"며 "다른 언론이 취재한 기사를 받아쓸 때도 그 내용을 충실하게 전달하기는커녕 이 후보의 해명 위주로 기사를 작성했다"며 두 신문이 이 후보를 편들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지난 8월 28일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사설 내용을 직접 거론하며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가로막고 필사적으로 이 후보의 방패막이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비판은 민감한 대선 국면에서 두 신문이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들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두 신문의 공정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5~6회에 걸쳐 더 문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두 신문으로는 모른 체 하고 넘어가기 어려운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동아> 두 신문은 오늘 한결같이 이를 외면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자신들을 겨냥해 비난했다는 기사를 아예 싣지 않았다.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이를 문제 삼지도 않았다.

 

두 신문만이 아니다. 청와대의 공격에서는 일단 빠진 <중앙일보>도 일체 이를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한겨레>만 이를 비중 있게 1면 기사로 보도하고, 그 파장을 짚었다.

 

<한겨레>는 '청와대, 조선·동아와 이 후보 비판 파장'이라는 분석 기사(신승근 기자)에서 "청와대가 보수 언론과 이명박 후보를 한 묶음으로 공격하는 모양새"라며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수세적 상황을 벗어나는 한편 보수 언론과 야당 중심으로 흐르고 있는 대선 판을 다잡겠다는 판단이 깔려있음직 하다"고 풀이했다.

 

<조선>·<동아> '이명박 검증' 외면 두고두고 부담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동아> 두 신문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에서도 특별한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다. 왜 그럴까?

 

아마도 <청와대브리핑>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물론 한나라당도 내놓고 대응하기에는 곤란할 정도로 '아픈 곳'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로서는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 검증을 사실상 외면했던 것이 두고두고 큰 부담으로 남게 됐다. 왜냐하면 한나라당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서 확인됐듯이 한나라당 당심의 50% 이상을 차지한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에게는 결과적으로 두 신문이 이명박 후보를 편들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의 대변자임을 자임하고 있고, 앞으로 대선 본선 국면에서 보수 세력의 여론을 어떻게 주도하느냐에 올인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두 신문으로서는 과거의 이런 행적이 자꾸 불거져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거친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 신문이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간 다툼과 공방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극구 피하고 싶은 대목이다. 여기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두 신문이 이명박 후보를 편들었다는 편파 논란까지 가세할 경우 여전히 '내전' 중인 양 후보 진영 간 갈등과 대립의 불씨가 다시 지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루기 힘든 사안이다. 청와대가 내놓고 대선 개입에 나섰다는 논평이라도 나올 만하지만, 아직까지 조용한 데에는 이런 곤혹스런 상황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한나라당이 언제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청와대브리핑>이 제2, 3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두 신문이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 검증을 외면하고, 되레 그 방패막이를 자처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날 선 비난에 어떤 논리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또 청와대의 '이명박 방패언론' 공격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그 처신이 쉬워 보이지 않는 <중앙일보>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