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1923824
펌글입니다. 한번 자세히 읽어보세요. 이 글 쓰신 가을여자님. 내공이 장난 아닙니다.
심재철 의원님. 안녕하세요. 가을여자입니다......
저는 유난히 가을을 좋아해서 아이디를 가을여자라고 지었어요. 젊은 여자는 아니구요^^...... 집 밖에 모르고 사는 아줌마랍니다^^ 제 아들 녀석은 아직 고등학생 철부지인데 두 달전, 같은 반 여학생이 촛불집회에서 크게 다쳤다는군요...... 그런데 글쎄 이 녀석이 그 이후로 주말마다 촛불집회 나가서 밤새고 일요일 아침이 되서야 귀가하는거에요. 공부와 멀어진 것 같아보여 혼 좀 냈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하는 말이...... 다친 친구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그저 가슴이 시키는대로 갈 뿐이더라는군요...... 그러면서 갑자기 주먹 쥐고 장난스럽게 투쟁! 을 외치며 지 방으로 쏘옥 들어가는거 있죠^^ 요새 애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어쩔땐 여전히 애기 같기도 하고......
아참...... 이곳 게시판은 어제 아들 소개로 알게 됐어요. 언젠가 아들이 심스마일...어쩌고 하면서 투덜대길래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심재철 의원님의 별명이라고 하더라구요. 누구보다도 밝은 미소의 의원님인데 아들 녀석은 좀 안좋게 얘길 하더군요. 그래서 다그치면서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고 말했어요. 그래도 안믿길래...... 심재철 의원님이 서울대 영어교육과 출신이잖아...... 엄마는 서울대 영문과 졸업했구... 못믿겠으면 검색해봐...... 이랬더니 그제서야 아들녀석이 믿는군요.
그럼 서로 아는 사이면 편지 한번 보내 보라며 아들이 장난칩니다. 그런데 심재철 의원님은 받는 편지마다 친절하게 다 읽어보시고, 답장까지 써준다는군요. 확실히 다른 의원들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몇일전, 아들도 의원님께 편지 한 통 썼다던데...... 글을 너무 못썼는지 답장 받기가 겁이 난다고 해요. 공부를 좀 더 시켜야 할까봐요......
한때 같은 시각 같은 캠퍼스에서 스치듯 지내왔던 의원님...... 오랜 세월로 흑백영화처럼 기억은 잘 안나지만 대학생이었던 의원님의 모습은 참으로 멋스러웠죠. 제 친구들도 의원님이 서로 자기꺼라고 다투기까지 했답니다^^ 지금은 빛바랜 추억이죠...... 그래도 먼지 낀 오랜 사진을 가끔씩 꺼내보면 그 옛날 짝사랑의 향기가 아련하게 피어 오르곤 합니다......
아카시아 흩날리던 80년 5월의 봄을 기억하십니까?
저는 그 해 서울대에 갓 입학한 새내기 여대생이었습니다. 심재철 의원님은 우리 학교 총학생회장이었죠. 그 시절 저는 아무것도 모른채 선배들에게 이끌려 시민여론조사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과정을 지켜봤어요. 가두시위때 홍보전단지를 적극적으로 배포하기 위함이라더군요. 당시 가두시위를 바라보는 여론이 썩 좋지는 않았나봐요. 어떤 선배는 가두시위에 나가는 즉시 계엄군이 쳐들어와서 잡아갈 수 있다고 겁을 주기도 했거든요.
복학생 선배님들 위주로 시일이 급하니 당장 가두시위를 나가고자 했던 것으로 기억되요. 국문학과였던 친한 친구 한 명도 하루빨리 가두시위를 나가고 싶어 했구요... 결국 그 친구는 13일밤 광화문쪽에서 시위했다더군요. 워낙 책을 많이 봐서 그런지 1학년인데도 정치와 역사에 관해서는 박사급이었어요. 얼굴이 마치 백설기처럼 희고 고왔죠. 몸매도 갸날프고 늘씬해서 눈독들인 남자선배들이 한 둘이 아니었답니다. 이 친구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학생운동에 꽤나 열심이었어요.
결국 저는 15일날 이 친구 손에 이끌려 서울역 광장으로 나갔죠. 저는 살다살다 그런 광경 처음 봤습니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10만, 아니 20만명은 넘어 보이더군요. 그때 사람들은 저마다 계엄철폐, 유신잔당 물러나라고 외쳤던 걸로 기억되요. 저는 좀 낯설기도 하고 겁도 나서 구호는 외치지 못했어요. 어찌보면 부끄럽네요. 아줌마가 된 지금의 저는 목소리도 엄청 크고 당당하지만요......^^
훗날, 고대에 입학했던 동창을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 그 당시 학교자랑에 여념이 없더군요. 글쎄, 고려대 학생들이 서울역 가는 길 도중 성북경찰서에 들러 그곳에 잡혀있던 고대생 2명을 구출하기 위해 담판을 가졌다는군요. 고대생 2명의 죄목은 긴급조치위반이던가... 잘 생각은 안나지만 암튼, 협상하러 간 학생이 성북경찰서장에게 두 사람을 석방하지 않으면 서울역에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시위 인원들이 성북경찰서에 들를 것이라고 공갈을 쳤다네요. 근데 제 친구 말로는 실제로 그 학생이 15일 저녁에 학생들을 인솔하고 고대로 돌아오는 길에 성북경찰서장에게 지금 간다는 전화를 3번한 끝에 잡혀있던 두 학생이 구출되었다네요.....
멋있었죠...... 이 얘기를 전해듣고 친구들에게 말해줬더니 담판 지으러 간 고대생에게 다들 반했다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래도 심재철 선배님이 더 낫지......라고 생떼를 썼죠^^ 여하튼 5월15일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저마다 떠들석한 가운데 저는 그냥 도중에 현장을 떠났죠. 제가 과외 해주던 아이가 방배동에 살았는데 마침 생각이 났던 거에요.
그리고 이틀후 5월 17일이죠..... 비상계엄령이 내려졌어요. 7년 후인 87년이 되어서야 계엄령이 선포되고 광주에서 많은 시민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저만 처음 듣는 얘기인줄 알았는데 글쎄 다들 몰랐었던 얘기라는군요. 어떤 사람들은 광주에서 학살이 일어난 것이 이틀 전 서울역에서 회군한 까닭이래요. 그리고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버스 위에 올라가 돌아가자고 했다는 건 저도 흘려 들었던 얘기인줄은 알지만...... 그 사람 참 선배님 욕을 심하게 하더라구요. 조금 화가 나기도 하구요......
그러던 중 최근에요. 우연히 의원님 관련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어디보자. 그거 스크랩 해놨었는데...... 아 여기 있네요^^
심재철씨는 80년 5.15 회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당시 저는 긴급조치하에서 형성된 사고 방식을 가지고 80년 봄이라는 열린 상황에 대처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수년간 그때의 잘못된 판단에 대한 괴로움으로 속만 태우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내가 과거에 그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작으나마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너무 잘못했다고 생각치 말아요. 저라도 아마 철수를 외쳤을거에요. 이해합니다. 그리고 잘못을 인정하면서 작으나마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려 하고 있으시다고 했는데...... 졸업 이후 기자생활을 하시다가 한나라당 의원이 되신거죠? 학생때도 투쟁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을텐데 나이가 들어도 나라를 위해 고생하시는 의원님을 보니 저는 너무 편하게 지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에구, 대체 난 뭘 하면서 살아온건지......
아! 그거 알아요? 방금 아들이 모니터를 몰래 훔쳐보길래 순발력있게 알트탭키를 눌러줬답니다^^ 만일 남편이 알면 큰일나니까요~! 근데 얘가 권태로운창인가 하는 분을 의원님께서 고발하셨다 그러네요. 무슨 말이냐고 물어봤더니 인터넷에 글 올렸다가 의원님한테 고발당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래요. 나쁜 사람...... 분명 죄를 뉘우치고 반성한다고 하셨을텐데 아직도 서울역 회군 얘기를 꺼내서 선배님을 괴롭혔나 보네요.
그래도 그분들 고발하진 마세요^^ 그냥 일반 시민들이잖아요. 아들녀석은 의원님께서 진정 반성한다면 구속된 권태로운창님을 풀어줬으면 한다고 말하네요. 근데 권태로운창님은 무슨 잘못을 한거죠? 아들한테 물어볼려고 했는데 갑자기 또 욕을 하면서 지 방으로 뛰어 들어 가네요...... 대체 이유를 모르겠어요. 학창시절 민주화운동에 앞장 섰듯이, 지금도 분명 의원님은 촛불집회에 나가시는 분일텐데......
그 옛날 의원님을 흠모하고 좋아했던 풋풋한 여대생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아줌마가 되니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지네요. 전업 주부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어느덧 재테크에도 관심이 생겨요. 누가 그러던데 한나라당에 가입해서 당원이 되면 경찰서에 끌려 가도 잘해준다네요. 그리고 이것저것 한나라당에 대해 칭찬을 하던데 흘려들어서 그런지 기억은 잘 안나네요. 저도 한나라당에 가입할까봐요 ㅋㅋㅋ
이렇게 편지를 쓰고나니 새삼 부끄러워지네요. 그냥 먼지낀 흑백사진에 입김을 불은듯 80년의 추억이 잠시 떠오른 모양이에요. 글도 잘 못쓰고 띄어쓰기도 엉망인데 의원님이 이 글을 읽고 괜히 기분 나빠하실까봐 걱정도 되요. 갑자기 아들이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얼굴도 모르실 제게 답장은 안해주셔도 될 것 같아요. 남편이 좀 한 성격 해서요...... 간통이니 뭐니 그런 얘기 싫잖아요^^
항상 웃어주세요. 여전히 의원님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옛 생각이 나서 설레입니다^^ 근데 그거 아세요? 제가 1학년일때 선배님이 항상 웃으시길래 심스마일로 별명 지었다는걸요. 아마 제가 처음으로 그 별명 지은 사람일지도 몰라요^^ 건강하시구요. 누군가가 또 서울역회군 얘기 꺼내면 저한테 맡기세요. 앞으로 쭈욱 지켜볼거에요. 힘 내세요!
.....한때 의원님을 짝사랑했던 가을여자 씀
이 분, 낚시 내공이 장난 아닙니다. 글 전체가 반어법 투성... 다 알면서 모르는척...... 권태로운창님 걱정에, 심재철도 까고, 한나라당도 까고, 서울역 회군도 알리고... 1석4조... 낚시글로 보호막치고 남편까지 들먹이며 신고, 고발도 못하게 원천차단까지... 답장이란건 심재철의 필살기인 명예훼손 신고와 고발인듯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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