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사과궤짝에서 크리스털까지… 말씀이 선포되는 곳 상징·예술성 결정체

YOROKOBI 2009. 3. 22. 17:54
교회 강대상 변천사

교회 강단에는 십자가와 강대상 촛대 생화 등 여러 가지 상징물이 놓인다. 그 중 강대상은 말씀이 선포되는 곳이기 때문에 예배의식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대상은 상징성과 예술성, 실용성이 핵심 요소다. 초기 강대상부터 산소발생기와 LCD 스크린이 내장된 최신식 강대상에 이르기까지 그 특징과 흐름을 살펴본다.

◇90년대 중반까지 목재 강대상 선호=강대상의 기원은 바벨론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이 에스라를 위해 특별히 만든 '나무 강단'(느 8:4)에서 찾을 수 있다. 초기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사과 궤짝을 강대상 삼아 복음을 전했다. 1960년대부터 성가구(聖家具)로서 목재로 된 강대상이 보급됐으며, 간혹 돌과 옥을 사용하기도 했다.

70년대까지 한국의 중소형교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던 강대상은 제트기 모양을 닮았다 해서 이름이 붙은 '제트기' 강대상과 고대 두루마리 성경을 형상화 한 '두루마리' 강대상이었다. 70년대 말부터 정동제일교회를 중심으로 가는 나무 조각을 쌓아올린 것 같은 강대상이 나와 인기를 끌었다. 80년대는 광림교회와 강남침례교회의 강대상이 히트를 쳤다. 광림교회는 한국 전통가구의 모양을 형상화했으며, 고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었다. 강남침례교회의 강대상은 사방 어디서 봐도 정면처럼 느껴지는 7각·12각으로 둥글게 짜 맞춰진 것이었다.

재료로는 월넛과 오크, 티크, 향나무가 많이 쓰였으며, 안쪽에 서랍과 보관함을 만들어 예배 용품과 성찬기를 보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노동집약적 사업이다 보니 다품종 소량 생산이 주를 이뤘다. 목재 강대상은 주문 제작이기 때문에 교회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다. 보통 30년 이상 사용 가능하며 가격은 80만∼450만원선이다.

40년간 목재 강대상을 제작해 온 임선재 성애성구사 대표는 "90년대까지 목재 강대상이 주로 사용된 것은 전통적으로 가구 하면 목재라는 인식이 강해 경건함과 중후함을 강조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목재 강대상이야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예수님이 나무 구유에서 태어나시고 목수로 일하셨으며, 나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 듯 여전히 나무는 영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좋은 재료"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열린 예배 열풍에 대대적 교체=100년 넘게 한국교회에 목재 강대상이 대세를 이뤘지만 90년대 후반 일명 '크리스털' 강대상으로 급격히 교체된 것은 시대적 분위기와 직결돼 있다. 교회는 건축과 리모델링 붐이 일기 시작하자 현대적 인테리어에 맞는 세련된 강대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열린 예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목재 강대상의 경우 무겁기 때문에 이동이 불편했으며, 강단 활용에 제약이 컸다.

반면 크리스털 강대상은 하단부에 바퀴를 달아 이동을 수월하게 했다. 2000년대 초엔 찬양반주기와 모니터를 탑재했으며, 2003년부턴 유압장치를 장착해 강대상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산소발생기를 붙인 제품이 나왔다. 2008년엔 자체 스피커를 탑재해 설교자가 자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국내에 출시되는 제품 중 100% 크리스털 제품은 없다. 이름만 크리스털이지 사실은 강화유리나 플렉시글라스(Plexiglas) 재료를 사용한다. 유리 제품의 경우 파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가격대는 70만∼800만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크리스탈성구사 이봉준 대표는 "96년 우연한 기회에 미국교회를 들렀다 투명하고 세련된 크리스털 성구를 보게 됐으며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했다"면서 "열린 예배와 교회 건물 리모델링 붐이 맞아떨어져 큰 인기를 얻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강대상은 보통 수십 년 사용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업체에서 구입하는 게 필수"라며 "공장을 직접 견학하고 AS가 잘 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