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악법, 구 도청 강제철거 저지와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민중의 뜻대로! 다시 오월이다>는 이번 29주년을 맞이하는 5.18행사위원회의 기치이다. 여기에 담긴 뜻은 이 5월이 민중이 지향하는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5.18민중항쟁이 일어난 지 29번째 맞이하는 5월. 이 5월은 다시 민중들의 피어른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지 1년 3개월여 지난 오늘. 5.18민중항쟁의 성지 광주는 또다른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 5.18의 심장부였던 옛 전남도청은 강제철거의 운명 앞에 놓여 있고, 노동자 민중은 악랄한 정권과 자본의 탄압 아래 또 한 명의 고귀한 생명을 거두게 만들었다. 이 5월 광주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다시 5.18을 떠올린다. 5월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모든 것과의 투쟁이 5월을 또다시 맞이하며 새기고 있는 것이다. 5.18 전야제를 앞두고 진보진영은 이런 5월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다른 무대를 준비했다. 'MB악법 저지, 구 도청 강제철거 저지,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5.18민중항쟁 29주년 국민대회>를 열었다. 5.18기념행사가 집중되어 광주를 찾아오신 전국의 순례단과 함께 5월이 가리키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이기를 바랬다. 15일부터 내렸던 비는 17일에야 겨우 개기 시작했지만 날씨는 썩 좋지 않았다. 오후 2시 금남로에 차량통제가 이뤄진 가운데 국민대회가 열렸다. 본대회가 열리기에 앞서 오후 12시부터 전남대를 비롯해 곳곳에서 국민대회가 열리는 금남로 본무대를 향해 거리행진을 벌이며 갖가지 집회와 행사가 열렸고, 1시 30분 근린공원에서 풍물패가 길놀이를 하며 본무대까지 올라왔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행사장에 이른 대오의 정비한 다음 식전순서에는 전국에서 여러 문제로 인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여러 단체들의 발언시간이 주어졌다. 무건리 사격장 확장저지 주민대책위, 국가보안법의 탄압을 받고 있는 범민련 비상대책위가 먼저 무대에 올랐다. 무건리 주민대책위는 미선, 효순이 미군장갑차에 깔려 죽은 뒤에도 이어지고 있는 미군부대의 확장에 대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범민련은 전국적으로 여러 군데의 범민련 조직 뿐만 아니라 간부들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과 더불어 연행과 구속이 이어지고 있어 다시 공안정국이 조성되고 있다는 데 대하여 말했다. 올해 새내기들의 대규모 율동공연이 펼쳐졌다. 무대는 물론이고 단상 앞 공간을 모두 점령한 채 100여명의 대학새내기들이 대박이야와 슈퍼맨 개사곡으로 신나는 율동을 선보였다. 이어 간디학교 학생대책위에서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최보경 선생님에 대한 석방탄원을 호소했다. 무대에 선 간디학교 학생 2명은 발언에 이어 랩을 선보였다. 연단에서 내려와 대오가 있는 곳까지 거침없이 휘저으며 어린 학생다운 신선한 공연을 해서 참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630일에 이르는 복직투쟁과 70일 가까이 옛 도청 앞 교통관제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로케트전기 해고노동자 유제휘, 이주석씨가 직접 국민대회에 참가한 1만명이 넘는 참가자에게 로케트자본의 야만성과 악랄함을 비판하며 힘찬 투쟁을 결의하는 발언을 해 참가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유제휘씨는 "노동자에서 해고자로, 해고자에서 실업자로, 실업자에서 이젠 범죄자로 내밀리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다"면서 "고공농성 68일째에도 저들은 아무런 답이 없다. 마지막 남은 노동자의 자존심으로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그 뒤를 "우리 국민을 화나게 하지 말라"며 프로젝트 팀의 노래공연이 이어졌다. '전진앞으로'와 '경고'라는 2곡의 노래를 선보이며 최근 광주지역 공연무대에 새롭게 등장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내용을 담은 노래들은 지금 광주가 아니 전국의 민중들이 정권과 자본에 대하여 보내는 최후통첩처럼 비장했다. 프로젝트 팀의 공연을 끝으로 식전행사는 마무리됐다. 곧이어 본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민중의례가 이어졌다. 묵념시간에는 고 박종태 열사가 동지들에게 남긴 유서가 낭독되었다. 가슴을 찌르는 분노와 눈물이 솟구치는 시간이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살아남은 우리들에게 비수처럼 날아들었고 가슴을 뻥 뚫어놓았다. 그 울분과 가슴 저미는 슬픔을 안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야 했다. 유서의 여운이 가시지 전이라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게 불렀다. 그 어느 때보다 분노를 씹으며 불렀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분노로 불렀다. 민중의례를 이어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대회사를 하러 무대에 올랐다. 이 대표는 "차마 안녕하시냐는 말을 드릴 수 없습니다"며 "29년 전 바로 이 도청 광장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며 핏빛 절규를 하던 광주시민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지금 29년 전 광주대학살의 시간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며 "군인의 총검 대신 자본의 비수가 국민들의 심장을 겨누고 있습니다"고 말하며 오늘의 현실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삽질 경제, 녹슨 성장, 땜방 일자리로 경제를 살리겠다며 우리 국민들 가슴에 염장을 지르고 있습니다"면서 "99%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이 정권이야말로 싸이코패스 정권입니다."며 이명박 정권에 칼을 들이댔다. 이어 "29년 전 광주 시민들은 독재의 칼날 앞에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며 "우리가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정부가 국민을 우습게 보고 탄압하고 가두고 고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똘똘 뭉치면 호랑이 탈을 쓴 쥐새끼에 불과합니다"며 단결을 호소했다. 끝으로 "이제 6월이면 MB악법이 몰려옵니다. 우리가 피흘리며 싸우며 이룩했던 귀한 가치들을 다 무너뜨리는 것입니다"며 "우리가 29년 전 광주시민이 되어 끝까지 싸웁시다. 우리가 끝까지 싸운다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며 승리를 위해 맞서 싸울 것을 외쳤다. 뒤를 이어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을 대신해 반명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투쟁사를 위해 무대에 섰다. 16일 대전투쟁에서 지도부 15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기에 임 위원장이 오지 못했음을 사죄한 반 부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죽는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승리를 역사를 쓴다고 외치며 총칼에 죽어간 이곳 민주화의 성지 앞에서 광주민중항쟁 29주기를 맞이합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생존권, 주거권을 외치며 망루에 올라간 5명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이 되어 돌아와 100일이 넘었다"며 "이 정권은 폭력정권, 살인정권"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정권은 박종태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았고, 범민련을 국보법으로 가두고 연행해 갔습니다"며 "민주노총이 앞장서겠습니다. 하나의 연대체로 모여주십시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을 끌어내립시다"며 연대와 함께 투쟁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남청율동단 청율나래는 '붉은 노을'을 개사한 곡으로 도청 원형보존을 요구하는 율동공연을 선보였다. 밝고 건강한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지역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지치지 않고 나서며 청년들이 앞장에서 투쟁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고, 지난해 촛불문화제를 통해 꾸려진 율동패였다. 개사곡은 도청 원형보존 투쟁과 함께 지금까지 쭉 공연되어왔고 "도청 원형보존"이라는 구호를 곡 뒷부분에서 되풀이하며 도청 원형보존 투쟁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두번째 투쟁사에서는 민점기 광주전남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나섰다. 민 대표는 "지금 80년 5월 계엄군이 총검을 꽂고 시내를 장악했던, 금남로를 장악했던 그 현장에 와 있습니다"며 "끝내 무장을 하고 계엄군을 며칠간 시외로 밀어내버린 항쟁의 현장에 와 있습니다"고 해서 광주민중항쟁과 금남로의 소중함에 대해 말했다. 이어 "항쟁의 심장부 구 도청에서 도청 보존을 위해 농성중인 유족회, 부상자회에 존경과 사랑,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실 것을 제안합니다"며 도청 보존에 힘을 보태줄 것을 요구했고, "다시 항쟁의 시절이, 엄혹한 시절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며 현실을 상기시켰다. 또한 "함께 투쟁합시다. 5월 정신의 핵심, 5월 정신의 심장부 구 도청을 함께 지켜나갑시다"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나쁜 것만 몽땅 모아놓은 MB의 독재에 맞서 힘찬 투쟁을 해나갑시다"고 했다. 그리고 80년 5월 27일 윤상원 열사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연설을 상기시켰다. 끝으로 "도청을 지키는 것은 부산의 영도다리, 서울의 서대문형무소, 경교장을 지키는 것에 못지 않습니다"며 "광주민중항쟁의 심장부 구 도청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야 합니다"며 힘찬 투쟁, 줄기찬 투쟁을 이어나가자며 맺었다. 다시 문예공연이 뒤를 이었다. 지역노래패연합 25명의 노래공연이었다. 먼저 편곡된 '광주출정가'로 5.18민중항쟁을 상기시켰다. 오월의 노래와 광주출정가가 뒤섞이며 5월 광주민중항쟁의 분위기를 장엄하게 승화시켰다. 이어 '반격'으로 이명박 정권과 자본에 대해 투쟁에 나서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과 반격을 예고하였다. 박희진 한국청년단체연합 공동준비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국민대회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서는 각종 악법을 양산하며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이명박 정권에 대하여 다시금 투쟁의 깃발을 드높이 올리며 민족 민주 통일의 기치를 향해 투쟁하고 전진해가려는 열망을 담았다. 끝으로 '광주출정가'를 부르며 국민대회를 마쳤다. 1만명이 넘는 인원이 광주출정가를 부르며 투쟁을 다지는 현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대 위에서 바라본 대열은 팔뚝을 쭉 쭉 뻗으며 하늘을 찔렀고 소리는 광주를 넘어 청와대로 날아갈 로켓처럼 솟아올랐다. 국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전야제까지 이어질 이날의 열기를 식히지 않고 금남로와 옛 도청 등을 둘러보며 곳곳에서 소규모 집회를 열었다. 뜨거웠던 국민대회는 비록 끝이 났지만 이명박 정권과 정권의 비호 아래 승냥이처럼 웅크린 자본을 향해 비수를 세우고 있음을 각인시켰다. 5월은 그렇게 30년 세월을 넘어 또 다른 투쟁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되새겼다. ※ 이 글은 산/들/바람님과 함께 작성했습니다. |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법원, 언제까지 정의와 시장을 외면할 것인가? (0) | 2009.05.30 |
---|---|
민중의 분노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대전집회 참혹했던 사진과 동영상) (0) | 2009.05.22 |
<증거> 1914년, KOREA가 아니라 COREA 였습니다...일본놈들이... (0) | 2009.05.20 |
죽음을 부르는 육식의 재앙, 돼지인플루엔자(SI) (0) | 2009.04.28 |
홍콩 여행가의 눈에 비친 '관광 한국' (0) | 2009.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