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대를 걸어왔던 시대와 지금의 20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너무나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어떤 비교를 한다는 것이 무리가 따를 수는 있겠지만 20대만이 가져야 할 비전은 세대를 추월해서 그렇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질문 내용을 들여다보니까 첫 번째가 요즘 가장 신경 쓰는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취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9.6%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결혼 14.4%, 재테크 10.4% 순으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88만원 세대를 양산하는 현실에서 취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88만원 세대를 살아야 하는 20대가 취직을 위해 갖추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영어는 필수고 그밖에 자격증에 내가 지나온 세대와는 많은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 당시도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반대로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다음 질문으로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는 출신 대학을 가장 많이 꼽았고 개인의 적성과 외국어 성적이 뒤를 이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는 변한 것이 없다.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다 보니까 초등하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사교육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첫 직장을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50퍼센트가 넘었는데 요즘 20대는 첫 직장을 평생 직장으로 여기는 응답자는 22.4%에 그쳤다. 그만큼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뜻도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70% 넘는 응답자가 20년 전의 20대보다 불행하다고 답했다. 20년 전에도 경쟁은 있었지만 지금 보다는 덜 했다. 더 많은 이력을 쌓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마음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을 해 본다.
결혼과 연애에 대한 생각은 20년 전에 비해 더 개방적이었다. 사랑한다면 혼전 성관계는 문제될 게 없다는 응답이 80%를 넘었고, 상대가 마음에 들면 동거할 수 있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다. 성에 대한 생각과 결혼관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생각이 든다. 더 개방적이면서 자신의 감정에 적극적이라는 의미가 느껴졌다. 감정을 숨기는 것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은 예전에 비해 더 좋아졌다.
통일을 가급적 빨리 해야한다는 응답은 24.8%에 그쳤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53.4%,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21.8%나 차지했다. 이 부분이 20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 당시는 우리에 소원은 통일을 부르는 시절이었는데 요즘 20대는 통일이 빨리 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주변 4개국에 대한 호감도는 미국, 일본, 북한 순이었고 중국은 큰 차이로 꼴찌였다. 그 당시와 달리진 것이 있다면 일본에 대해 20대가 반감이 적어졌다는 생각이 들고 북한에 대해 반감이 더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응답자 스스로 평가한 이념성향은 진보 45.4%, 중도 43.8%, 보수 10.8%로 나타났다. 이 부분을 보며 우리 20대는 진보와 중도 보수의 차이점을 정확하게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말 진보와 중도가 많았다면 통일에 대한 생각과 호감도에 따른 각 나라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몇 가지 질문을 통해 20대를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르겠지만 우리 20대가 너무 앞만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현실이 너무 급하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도전 정신이나 좀 더 멀리 보는 사고를 키웠으면 좋겠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 꺼리가 중국에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도 생각을 한다면 말이다. 또 통일 역시 하지 않았으면 하는 20대가 20프로가 넘게 나왔다. 통일을 더 큰 시장을 만들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생각도 필요하다.
현실이 힘들고 고단해도 멀리 보지 않으면 내가 본 만큼의 세상만 보일 뿐이다. 그럼 그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다. 20대가 88만원으로 살지 않기 위해선 현실을 깰 수 있는 사고와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보았으면 좋겠다.
2010년 1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