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천안함

어느 뱃사람이 보는 천안함 사고.

YOROKOBI 2010. 5. 1. 12:02

나는 이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있어 전 국민을 동원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군 당국과 피해 당사자인 유족이 나서서 해결 할 일 일이라고 생각한다. 침소봉대해서 사건의 본말을 왜곡시키고 이익을 구가하려는 무리에 의해 변질된 것이 큰 문제라 여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고 양 당사자간 해결할 문제가 이제 국가적인 문제가 되었다. 아래 글은 국가 시스템을 운영하는 정권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아래 글은 서프에서 인용하였습니다. )

 

어느 뱃사람이 보는 천안함 사고 (서프라이즈 / 까비딴엑스 / 2010-05-01)


여느 때처럼 선교에서 인공위성으로 e-mail을 접속하고 뉴스를 내려받아 읽어본다. 함미 함수가 인양된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침몰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란다. 사고원인에 대해 예단을 하지 말라고 해놓고 군 당군이 먼저 ‘비접촉외부폭발’이라는 예단을 한다. 해난사고라면 해난사고인데 전례가 없는 일이다. 처음 사고 소식을 접하고, 잠수사들이 구조 활동과 병행하며 선체 절단면의 수중 사진만 몇 장 확보하면 원인은 금방 밝혀질 것이라 생각했다.

선원 중 누군가 올려놓은 4월7일 기자회견 녹화 영상을 보며 해군에서 발표한 침몰지점을 전자 해도에 찍어 본다. 조석표(Tide Table)도 찾아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고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본다. 3월26일 사고 당일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진 시각은 21시47분으로 침몰 시각 25분 전이다. 해군 함정도 기본적으로 선박이다. 어떤 선장도 3-5노트의 강한 조류, 어장과 어초(Fish Haven), 그리고 천소(shallow water)가 존재하는 해역은 가지 않는다. 가끔 직업병처럼 꾸는 나쁜 꿈에나 나타나는 그런 곳이다. 과연 천안함은 침몰 전 저 해역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기자회견을 반복해서 본다. 종합 결론이라며 “천안함 계획된 항로 정상 항해”, “승조원, 정상 업무 일과 진행” 등 정황상 유력한 원인을 먼저 일축하고 배제한다는 생각이 든다. 민간의 어떤 사고보고서도 저런 식으로 작성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어뢰나 기뢰 피폭설이 더욱더 공허하게 들린다. 지금부터 해군 당국에서 4월 7일 기자회견 한 내용과 이후 군 당국이 발표한 내용들을 검증해 보려고 한다. 이를 위한 단서들은 역설적이지만 전적으로 기자회견 시 해군에서 보여준 자료들로부터 나왔으며, 사용된 사고 지역의 해도는 공인받은 항해용 전자 해도이다. 해군에서 다음과 같이 침몰시간과 위치, 침몰 직전 침로와 속력을 발표했다.

침몰시각 : 26일 21시 22분
위치 : 북위 37도 55분 45초 동경 124도 36분 02초
침로 : 북서 방향 속력 6.4노트

사고 보고서에 빠져서는 안 될 그 이전 천안함의 시간대별 항적에 관해서는 아무 발표가 없다. 자동차 사고도 이런 식으로 조사하지 않는다. 바퀴 자국(Skid mark) 조사도 없이 반파가 된 자동차 사진만 찍어 놓고 대포에 맞았다고 발표하는 격이다.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위치고 위치가 시간이다. 적어도 사고 전 위치와 시간들이 사고 지점까지 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고 충분히 연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발표된 사고 시각과 위치도 그 진실성을 인정받는다. 기자회견 중 한 여기자가 왜 천안함이 북서 방향으로 가고 있었냐는 질문에 대변인은 “천안함의 방향 속력을 보았을 때 정상 기동 중이었다”고 답한다. 과연 천안함이 침몰 당시 북서 방향으로 가고 있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TOD 화면을 보면 침몰 중인 천안함의 선수가 화면 오른쪽을 향하고 있다.


 

백령도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형성되어 있는 해안에 TOD가 설치되어 있다면 영상의 오른쪽은 북서쪽, 왼쪽은 남동쪽인 것이다. 또 보여지는 TOD 영상 좌측 상단의 방위각의 값이 카메라가 오른쪽으로 돌면 증가하고 왼쪽으로 돌면 감소한다.

사고원인들 중에서 좌초설, 암초설이 힘을 잃은 이유도 침몰 당시 천안함의 항해 방향과 침몰 지점에 대한 해군의 설명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해도를 보면 침몰지점의 수심은 20미터 등심선 밖으로 항해하기에 충분하다. 천안함의 진행 방향으로 더 먼 북서해역은 수심이 40미터나 된다.

그래서 해군은 자신 있게 천안함은 백령도 남쪽 해역의 수심이 낮은 위험지역으로부터 멀리 항해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일종의 착시현상을 유도했다고 할까 이용했다고 할까. 하지만, 만약 천안함이 침몰 지점까지 북서쪽으로부터 왔다면 즉 남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면 내가 제일 먼저 좌초설을 원인목록에서 지워 버릴 것이다. 수심이 깊은 먼 바다에서 천안함이 사고지점까지 왔기 때문에....



사고 전 천안함의 항적 추정

해도상 주변 여건을 볼 때 (1) 천안함이 대청도 동쪽에서 북서쪽으로 연봉 등 암초를 날아 넘어서 북서쪽으로 항해할 수는 없다. 반드시 (2) 수심이 얕은 위험 구역 쪽(빨간원 수심5m이하)으로 항해했다가 다시 나와야 한다.

기자 회견 당시 군이 정상기동의 증거라고 제시한 TOD 화면을 보자.

 

TOD 화면 상 21시 02분 27초에 천안함이 화면 왼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 보인다. 즉 침몰 18분 전 천안함은 선수를 남동쪽으로 향하며 수심이 낮은 위험 구역을 향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해도를 보며 상상력을 좀 발휘해 보자. 마치 해저 지형이 깊은 골짜기와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런 해저 지형에서의 조류는 주변보다 더 빠를 것이라고 문외한이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조류는 남동쪽으로 3-5노트로 천안함과 같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되고 천안함의 평상시 기동 선속 10노트에 조류를 감안하면 사고 전 천안함은 함교에 함장도 없이,-(이 수역을 15번 경험한 것은 함장이지 당시 함교에 있던 당직사관이 아니다.)- 14노트 이상의 속력으로 전방 약 2마일 앞의 천소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2마일이면 약 8분 만에 도달하는 거리이다. (주 : 1마일은 1,852m, 배가 한 시간에 14마일 간다면 선속은 14노트이다.) 5노트의 조류라면 초속 약 2.5m로 급류에 가깝다. 우리 같은 상선을 타는 사람은 쉽게 경험해 보지 못하는 엄청난 위력이며, 속력 10노트의 선박이라면 배를 조종하기도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


21시 02분경 천안함이 남동쪽으로 14노트로 항해했다는 근거

1) 21:22경 TOD 영상을 보면 화면의 좌측 상단의 방위각은 405.0도이며 약 10분 뒤 선미가 침몰하고 선수부만 떠있는 화면(21:33)의 방위각은 383.5도다. 해군 발표를 근거로 TOD에서 천안함까지의 거리를 1.4마일로 추정하고(더 멀 수도 있다) 두 지점의 방위차이는 405-383.5=21.5도, 초등학교 수준의 산수로 계산해보면 10여 분간 0.53마일 남동쪽으로 떠내려갔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시속으로 따지면 약 3노트이다. 측정 시간이 짧고 방위측정이 원래 오차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주 근거 있는 결과가 나왔다.

2) 해군은 침몰 전 천안함의 속도가 6.4노트라고 발표했고, 또 천안함이 통상 기동 시 10노트 정도로 항해했다고 말했으므로 침몰 전 천안함이 받고 있던 역조류는 10-6.4=3.6노트이다.

3) 26일 백령도의 조석은 15시15분 2.7m, 21시 47분 0.8m이다. 21시 47분에 가까워질수록 조류는 약해지지만 (이런 해역의 정조 즉, 조류가 멈추는 시간은 10분 정도로 잠깐이다.) 전술한 대로 해저지형을 감안하면 21시 02분경 조류의 흐름을 4노트로 추정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21시 02분 당시 2마일 전방에 천소(shallow water)가 있다는 근거

보통 각도는 0도에서 360까지 표시된다. TOD 영상의 각도는 방위각으로 표시되고 4자리 숫자로 나타난다. 마지막 자리는 소수점 한자리인 것 같고, 360도(0도) 이상으로 돌아가도 0도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 침몰 당시 TOD 영상의 방위각은 405도이다. 이 장비에 사용된 방위는 상대적이기 때문에(절대방위 0도는 진북을 지시하고 상대방위 0도 또는 360도 혹은 720도는 관측자의 정면) TOD 위치를 알면 더 근거가 확실하지만, 위치를 모르므로 해군이 발표한 침몰 위치를 기준으로 하여 각도 차이대로 위치 선을 해도에 그어 보면 02분 당시 천안함의 위치는 육지와의 거리는 알 수 없지만, 침몰 위치로부터 남동쪽으로 1.4마일에 거리에 있게 되고 이 위치는 천소와 약 8분 거리이다.


버블제트, 전단파괴, 비틀림(torsion) 응력 그리고 고장력 강판

천안함이 침몰 전 수심이 얕은 지역을 항해했다고 하는 정황상 증거는 어뢰나 기뢰를 맞았다는 증거보다 많다.

어떻게 보면 버블제트도 전단파괴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선박의 중심에 파도의 산을 위치시켜 놓으면 선박의 자체 하중이 부력에 균등하게 받쳐지지 않으므로 절단되는 것이다. 상선에서는 화물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일부분에 선적하면 전단파괴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정해져 있다.

또 선저가 해저에 순간적으로 접촉되어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데(좌초는 말할 것도 없고) 접촉되는 순간 배는 부력의 불균형으로 배 하중의 분포에 따라 특정부위에 응력을 받게 되고 균열되는 것이다. 또 천안함 침몰 당시 선미는 똑바로 서 있고 선수가 우측으로 90도로 완전히 기운다. 비틀림 응력(수건을 비틀어 짜는 것을 상상해 보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으며 천안함 절단면이 비대칭이라면 침몰원인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1980년 90년대에 걸쳐 상선들이 원인불명으로 순식간에 두 동강 나 침몰하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획기적인 강도로 선박에 사용되기 시작한 고장력 강판(high tensile steel)이 침몰 원인의 하나임이 밝혀졌다. 고장력 강판은 잡아당기는 힘(인장강도)에는 잘 견디지만 갑작스러운 외부충격에는 강화 유리가 깨지는 것 같이 순식간에 파괴가 진행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고장력 강판의 균열은 점검 시 육안으로 찾기 어려워 일반 상선에서는 법률에 의해 정기적으로 X선을 이용한 비파괴검사를 실시한다. 이런 고장력 강판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선박무게를 줄이려고(화물을 많이 선적할 수 있으므로) 기준도 없이 너도나도 이를 사용하여 배를 지을 때가 천안함이 건조될 당시인 것이다.


선저가 접촉했다면 충격이 있을 텐데, 천안함 생존자들이 모를 수 있는가?

대답은 ‘대부분은 모를 수도 있다’이다. 10만 톤짜리 배 끼리 서로 충돌하여 한쪽 배가 완전히 침몰하였는데도 충돌 당사자가 모르쇠로 계속 항해한 배를 나는 알고 있고 선박 수리 시 배 밑바닥을 점검해 보고서야 선저 접촉에 의한 손상 또는 파공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배가 방향을 갑자기 크게 바꾸면(급선회) 어느 한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지고 흘수가 깊어지는데 회전축 쪽으로 기울면 내방경사, 그 반대면 외방경사라 한다. 상선의 경우에도 얕은 구역을 항해할 때 선회 시 경사가 많이 생기면 흘수가 깊어지므로 선저 접촉을 할 우려가 있으므로 배가 기울지 않도록 속력을 낮추고 천천히 배를 돌린다. 만약 천안함이 뒤늦게 수심이 낮음을 인지하고 급선회했고 그 와중에 해저의 사구와 접촉했다면 어느 한 쪽에 자국이 있을 것이며, 해군 발표대로 SONAR(보통 소나는 배 중심선에 장착한다.)의 이상이 없음이 선저 접촉을 안 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해군 발표 중에 “일부 격실에서 기름과 해수가 유입되고 바로 우측으로 배가 기울었다”고 발표하였는데 어뢰라면 폭발로 인해 ‘기름과 해수 유입을 증언한 목격자’가 살아 있을 리 만무하다. 또 어느 쪽 격실인가를 밝히는 것도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라 생각한다.


왜 함장은 함교에서 직접 지휘를 하지 않았나?

사고지역은 해도에서 보듯이 함장이 직접 지휘해야만 하는 곳이다. 사고 지역을 15번 항해했다는 것은 함장이지 당직사관이 아닌 것이다. 해사 관련 국제법은 선장의 직접 지휘에 대해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으며 만약 민간 상선이 저런 위험 해역에서 사고를 일으켰다면 선장(함장)의 선교(함교) 부재에 대해서 사고책임을 물어 큰 징벌을 내릴 것이다.


같은 뱃사람으로서 영문도 모른 채 유명을 달리하신 장병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cL) 까삐딴엑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military&uid=1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