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천안함

천안함, 절단전 침수

YOROKOBI 2010. 5. 1. 12:56
천안함의 함미는 왜 순식간에 침몰했을까. 버블제트 실험 동영상을 봐도 배가 두 동강이 날 뿐 함수와 함미가 한동안 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배는 내부에 수많은 격실이 있기 때문에 절단이 되더라도 곧바로 가라앉지는 않는다. 그런데 천안함은 왜 장병들이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침몰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함미가 절단 전에 이미 침수가 진행됐을 가능성을 지목하고 있다.

함미 부분에 이미 침수가 진행된 상태였다면 그 가능성은 두 가지다. 첫째, 암초에 걸려 찢겼을 가능성, 둘째, 자체 균열 가능성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버블제트를 유일한 가능성으로 두고 있지만 일부 현장 전문가들은 침수 후 절단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군이 사고 직전 7분을 둘러싼 의혹에 함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우선 군 관계자들이 사고 초기 "좌초"라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안함 침몰 직후 해군 2함대는 인천해양에 "천안함이 좌초됐다"고 신고했다. 군은 나중에 "배가 침수됐다는 의미로 좌초라는 말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좌초와 침수를 혼동한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과거 연평해전이나 대청해전 직후 교신기록을 전면 공개했던 군은 천안함의 교신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사고 직후 군이 희생자 가족들에게 보여준 작전 상황도에도 "좌초"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한 희생자 가족이 이를 휴대폰으로 찍어 아시아경제가 보도했는데 이 상황도 상단에는 "고조 : 03:41/16:13, 저조 : 09:57/22:39, 평균수면 : 6.4m"라는 위치 설명과 함께 "최초 좌초 6.4 4"라고 적혀 있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역은 이 지점에서 동남쪽으로 2.3km 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당일 사고 시간은 최저조에 가까웠으며 이는 수심이 4m 정도였음을 의미한다"고 추정했다. 신 대표는 최근 서프라이즈에 올린 글에서 "천안함은 '최초 좌초' 지점에서 사고를 당한 뒤 이동하다 함수가 가라앉은 지점에서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함미 부분이 급격히 침수되면서 여기 머물던 장병들은 미처 탈출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대 조선공학과 백점기 교수는 사고 직후 프랑스의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함정이 얕은 바다를 항해하다가 좌초해서 손상된 바닥으로부터 침수를 당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백 교수는 "함미가 부유 능력을 상실하면 물로 인해 아래로 구부러지고, 그러면 선박은 두 쪽이 난다"면서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는 폭발음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학회 참석차 출국한 상태라 연결이 닿지 않았다.

선박구조 전문가인 백 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천안함의 침몰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절단면 상태보다 함체 구조가 어떻게 손상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 역시 버블제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천안함 선저의 천공 유무와 강판변형정도와 찢김 상태 등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전직 수리 조선소 사장 최동익씨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은 건조된지 25년이 넘은 배라 수도 없이 철판을 잘라내고 덧대고 수리한 기록이 있을 것"이라면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체와 기관 검사기록부, 그리고 수리내역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는 군사기밀과는 무관한 것으로 천안함이 사고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아무리 군함이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어졌더도 바다에 나가면 종이조각이나 마찬가지라 바닥을 긁히거나 구멍이 뚫려서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 구멍이 뚫린지도 모르고 운항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통은 미리 발견해서 수리하면 큰 무리가 없지만 그때마다 초음파 비파괴 검사를 통해 안전성 검사를 해야 하는데 이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최씨는 "처음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뉴스를 듣고 오죽 다급했으면 저기까지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배에 물이 들어차는데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고 일단 모래사장에라도 대자는 심정으로 백령도 근해로 들어가다가 함미의 무게를 못 이기고 절단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씨는 "웬만한 상선 같으면 그렇게 쉽게 절단되지 않겠지만 군함은 적재된 무기의 중량이 엄청난데다 처음 건조 당시와는 복원력이 크게 달라져서 침수에 특히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이 같은 주장은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의 관측과도 일치한다. 이 대표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뢰든 어뢰든 폭발로는 절단면이 저런 상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함수와 함미 인양작업을 클로즈업한 방송 화면을 보면 두터운 갑판까지 송두리째 뜯겨 나갔는데도 그 위에 얹힌 가드레일이나 서치라이트가 거의 손상을 받지 않은 걸 발견할 수 있다.

최씨는 "폭발이 있었다면 엔진과 엔진 받침대(다이), 샤프트 등이 완전히 망가져 있어야 하지만 한쪽으로 밀려나 있는 것을 보면 침수가 진행되면서 배 빝바닥에서부터 갈라져 올라간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고막이나 내장 파열 환자가 전혀 없는데다 생존자 가운데서도 물기둥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고 사망자들의 시신이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사실 등을 종합하면 버블제트에 의한 절단은 개연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배에 물이 자주 샜다는 희생자 가족의 증언도 흘려넘기기 어렵다. 최씨는 "천안함 침몰은 좌초나 정비불량(균열)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군은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민주당 김효석 의원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등이 좌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선원 연구원도 "사망자나 생존자의 상태로 볼 때 외부 폭발일 가능성은 낮다"면서 좌초로 인한 침몰에 무게를 뒀다. 시사 주간지 시사인은 최근호에서 "미군은 사고 당일 UAV(무인정찰기)를 동원 북한 해군의 동향과 한미연합 훈련 상황을 녹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