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YOROKOBI 2010. 5. 10. 07:38

너는 본시 먼 시골 백성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고 감히 강산을 어지럽게 하였다.

 

드디어 불측한 마음을 품고 높은 자리를 노려보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죄가 이미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로 되어서 반드시 여지없는 태망을 당하고 말 것이다.

 

햇빛이 활짝 비치니 어찌 요망한 기운을 그대로 두겠으며,

하늘의 그물이 높이 베풀어져 있으니 반드시 흉한 족속들은 제거되고 마는 것이다.

하물며 너는 평민의 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밭두둑 사이에서 일어났다.

 

불지르고 겁탈하는 것을 좋은 꾀라 하며, 살상하는 것을 급한 임무로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헤아릴 수 없는 큰 죄를 지었고, 죄를 용서해 주려해도 착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천하 사람이 모두 너를 죽이려고 생각 할 뿐만 아니라,

땅 속에 있는 귀신까지도 남몰래 베어 죽이려고 의논하리라.

비록 숨은 붙어 있다고 하지만 넋은 벌써 빠졌을 것이다.

 

무릇 사람의 일이지만 제가 자신을 아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너는 자세히 들어라.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더러운 것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결점을 따지지 않는 은혜가 지중하여 너에게 병권을 주고 또  맡겼거늘...

 

오히려 짐새와 같은 독심을 품고 올빼미와 같은 흉악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움직이면 사람을 물어뜯고 하는 것이 개가 주인을 짖는 격으로...

 

너는 국가에 은혜를 저버린 죄가 있을 뿐이니 반드시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인데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지 않느냐.

 

하물며 주나라 솥은 물어 볼 것이 아니요. 한나라 궁궐은 어찌 네가 머무를 곳이랴.

너의 생각은 끝내 어찌하려는 것이냐?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에 회오리 바람은 하루 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낙비는 온 종일 갈 수 없다고 하였으니 하늘의 조화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는구나.

 

춘추전에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놓아 두어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죄 짓는 것을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앙화가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막에다 집짓고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물고기가 솥 속에서 너울거리지만 바로 삶아지는 꼴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뛰어난 군략을 모으고 여러 군사를 규합하여

용맹스런 장수는 구름처럼 날아들고 날랜 군사들은 비 쏟아지듯 모여들어

높이 휘날리는 깃발은 초새의 바람을 에워싸고 총총 들어찬 함성은 오강의 물길을 막아 끊었다.

 

앞으로 서울을 수복하기는 한 달이면 되겠지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것은

하늘의 깊으신 덕화요, 법을 늦추고 은혜를 드리는 것은 국가에 좋은 제도이다.

 

국가의 도적을 토벌하는 데는 사적인 원한을 생각 말아야 하고

어두운 길에 헤매는 이를 깨우쳐 주는 데는 바른 말이라야 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의 한 장 글을 날려서 너의 급한 사정을 풀어 주려는 바이니...

미련한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이 기회를 보아 자신의 선후책을 세우고 과거의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만일 미쳐 날뛰는 도당에 이끌리어 취한 잠에서 깨지 못하고,

사마귀가 수레바퀴에 항거하듯 융통성 없게 행동한다면,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사가 한번 휘둘러 쳐부숨으로써

까마귀 떼처럼 질서 없고 솔개처럼 날뛰던 무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칠 것이며,

너의 몸뚱이는 도끼날에 기름이 되고 뼈다귀는 수레 밑에 가루가 될 것이며,

처자는 잡혀죽고 권속들은 배임을 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