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직원들 식사·교통·야근비 챙겨주며 시작...
상명하복과 함께 '동생 챙기는 형님' 확산...
'시골서 왕노릇' 뿌리 못뽑는 감찰도 원인...
검사들이 직접 밝힌 '스폰서 두는 이유'
검사가 스폰서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과 국가형벌권을 독점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에서 검찰의 스폰서 문화가 생겨났다고 비판해왔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검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검사들은 스폰서 문화가 과거 수사비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의식과 폭탄주와 같은 독특한 문화를 원인으로 짚었다. 이를 종합하면 △수사비 △파견 직원 △지방 근무와 같은 구조적 문제와 △검사동일체 의식 △상명하복의 마초주의 문화 △폭탄주 △비뚤어진 검사 의식이라는 문화적 요인 등 7가지가 원인으로 꼽힌다.
■ 스폰서가 생겨난 구조적 요인 많은 검사들이 스폰서 문화의 시작은 수사비 때문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대검의 한 간부는 "예전에는 경찰서나 국세청 등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식사비와 교통비, 야근비는 모두 검사가 알아서 줘야 했다"며, "가끔 방 회식도 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한데 별도의 수사비나 회식비 지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파견직원까지 포함할 경우, 검사 1명당 보통 10명 안팎의 '식구'들이 딸려 있기 때문에 제법 많은 돈이 필요했다고 한다.
수사비는 보통 부장검사들이 챙겨주거나, 중요 사건의 경우 차장이나 검사장이 직접 주기도 했다. 그러나 '쌈짓돈'의 한계를 느낀 이들 중엔 체면치레를 위해 스폰서에게서 수사비를 조달하거나 회식 자리에 불러 비용을 부담시키곤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회식 자리는 스폰서가 더 많은 검사나 검찰 직원들과 자연스레 안면을 트는 계기가 됐다.
검사들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지방 근무도 원인으로 꼽힌다. 호남 출신이 경상도로 가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되면, 지역 사정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먼저 지역 유지들과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스폰서 관계가 맺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번 '향응 리스트'에 호남 출신 간부들이 들어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 총장은 큰형님, 부장은 형님? 문화적 요인이 더 크다고 하는 검사들도 많다. 지방의 한 간부는 "검사 방이면 어디에나 전국 검사 배치표가 있다"며, "검사들은 총장을 큰형님으로, 선배 검사를 형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옛 검찰청법의 '검사동일체' 원칙에서 오는 상명하복의 문화는 검찰 특유의 패거리 문화를 낳았고, 이는 80년대 군을 통해 수입된 폭탄주를 수용하면서 점도가 더욱 높아졌다.
한 부장검사는 "과거에는 전부 양폭(양주폭탄주)을 먹었는데, 잔에 술을 가득 따른 뒤 젓가락을 올려놓으면 표면장력 때문에 그 젓가락이 빙빙 돌던 기억이 난다"며, "이렇게 독한 술을 나눠마신 뒤 선배 검사 집으로 가서 다시 밤새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술자리에 합석해 비용을 치르는 '선배' 검사의 고교동문 사업가나 변호사를 보면서 '후배' 검사들도 자연스럽게 스폰서 문화를 익히게 됐다는 분석이 있다.
■ '시골 무사'들이 출세한다? 대검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이나카 사무라이'(시골 무사)로 불리는 일그러진 검사들을 스폰서 문화의 원인이자 산물로 꼽았다. 이 변호사는 "권력을 정조준해 수사를 해본 검사는 스폰서가 얼마나 무서운 줄 안다"며, "그러나 시골에서 왕 노릇이나 하던 검사들은 스폰서 문화에 푹 젖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검사들이 스폰서를 이용해 상사들에게 잘 보이고, 결국 인사에서도 열심히 일해온 동료들을 제치고 요직에 중용되는 검찰 인사 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런 '시골 검사'가 누군지 뻔히 알면서도 검찰 특유의 온정주의 때문에 감찰이 제구실을 못했고, 결국 이번과 같은 향응 리스트 파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권은중 노현웅 기자 details@hani.co.kr
상명하복과 함께 '동생 챙기는 형님' 확산...
'시골서 왕노릇' 뿌리 못뽑는 감찰도 원인...
검사들이 직접 밝힌 '스폰서 두는 이유'
검사가 스폰서를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과 국가형벌권을 독점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에서 검찰의 스폰서 문화가 생겨났다고 비판해왔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검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 스폰서가 생겨난 구조적 요인 많은 검사들이 스폰서 문화의 시작은 수사비 때문이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대검의 한 간부는 "예전에는 경찰서나 국세청 등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식사비와 교통비, 야근비는 모두 검사가 알아서 줘야 했다"며, "가끔 방 회식도 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한데 별도의 수사비나 회식비 지원이 없었다"고 말했다. 파견직원까지 포함할 경우, 검사 1명당 보통 10명 안팎의 '식구'들이 딸려 있기 때문에 제법 많은 돈이 필요했다고 한다.
수사비는 보통 부장검사들이 챙겨주거나, 중요 사건의 경우 차장이나 검사장이 직접 주기도 했다. 그러나 '쌈짓돈'의 한계를 느낀 이들 중엔 체면치레를 위해 스폰서에게서 수사비를 조달하거나 회식 자리에 불러 비용을 부담시키곤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회식 자리는 스폰서가 더 많은 검사나 검찰 직원들과 자연스레 안면을 트는 계기가 됐다.
검사들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지방 근무도 원인으로 꼽힌다. 호남 출신이 경상도로 가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되면, 지역 사정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먼저 지역 유지들과 가까워지면서 서서히 스폰서 관계가 맺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번 '향응 리스트'에 호남 출신 간부들이 들어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 총장은 큰형님, 부장은 형님? 문화적 요인이 더 크다고 하는 검사들도 많다. 지방의 한 간부는 "검사 방이면 어디에나 전국 검사 배치표가 있다"며, "검사들은 총장을 큰형님으로, 선배 검사를 형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옛 검찰청법의 '검사동일체' 원칙에서 오는 상명하복의 문화는 검찰 특유의 패거리 문화를 낳았고, 이는 80년대 군을 통해 수입된 폭탄주를 수용하면서 점도가 더욱 높아졌다.
한 부장검사는 "과거에는 전부 양폭(양주폭탄주)을 먹었는데, 잔에 술을 가득 따른 뒤 젓가락을 올려놓으면 표면장력 때문에 그 젓가락이 빙빙 돌던 기억이 난다"며, "이렇게 독한 술을 나눠마신 뒤 선배 검사 집으로 가서 다시 밤새 마시는 게 일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술자리에 합석해 비용을 치르는 '선배' 검사의 고교동문 사업가나 변호사를 보면서 '후배' 검사들도 자연스럽게 스폰서 문화를 익히게 됐다는 분석이 있다.
■ '시골 무사'들이 출세한다? 대검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이나카 사무라이'(시골 무사)로 불리는 일그러진 검사들을 스폰서 문화의 원인이자 산물로 꼽았다. 이 변호사는 "권력을 정조준해 수사를 해본 검사는 스폰서가 얼마나 무서운 줄 안다"며, "그러나 시골에서 왕 노릇이나 하던 검사들은 스폰서 문화에 푹 젖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검사들이 스폰서를 이용해 상사들에게 잘 보이고, 결국 인사에서도 열심히 일해온 동료들을 제치고 요직에 중용되는 검찰 인사 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런 '시골 검사'가 누군지 뻔히 알면서도 검찰 특유의 온정주의 때문에 감찰이 제구실을 못했고, 결국 이번과 같은 향응 리스트 파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권은중 노현웅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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