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기독교속 불교용어 알고 계십니까?

YOROKOBI 2007. 5. 25. 18:44
서울 대림동 A교회 금요철야기도회 시간. 평소보다 긴 설교에 몇몇 성도가 꾸벅꾸벅 졸자 목사는 “설교 중에 기도삼매경에 들어가시면 안된다”며 깨운다. B기독교 주간지 선교면. ‘탁발 전도여행을 떠나보자’란 제목으로 한 선교단체가 여비 없이 전도여행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C교회 여름성경학교. 유치부와 초등부 학생들의 소란 때문에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교사가 전도사에게 하소연한다. “학생들이 야단법석을 떨어서 성경공부를 진행할 수 없어요.”

삼매경 탁발 야단법석 등과 같이 불교에서 유래한 용어들이 교회에서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기독교인은 불교적 용어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도삼매경이나 탁발전도는 불교의식과 직접 관련 있기 때문에 단어 조합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일컫는 삼매경은 하나의 주제에 집중,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로 불교의 핵심 용어다. 탁발은 수행의 방법으로 음식을 구걸하는 승려의 걸식 행위를 가리킨다.

야단법석 이판사판 아비규환 등과 같이 우리말로 널리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삼국시대에 유입된 불교가 1600년 넘게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 때문이다. 야외에서 법회할 때 쓰는 단을 가리키는 야단법석은 매우 소란스러운 상태를 이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사생결단과 유사하게 쓰이는 이판사판은 교리를 연구하는 이판승과 사찰 재정을 담당하는 사판승을 뜻한다.

화두 찰나 면목 심금과 같이 고급 언어로 사용되는 불교 용어도 많다. 화두는 참선 수행을 위한 실마리, 찰나는 아주 짧은 시간을 가리킨다. 면목은 불성을 가진 상태로 흔히 ‘면목없다’로 사용된다. 심금은 석가가 거문고 비유를 통해 제자에게 수행의 자세를 가르친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 ‘목사님도 모르는 교회속 불교용어 바로잡자’를 펴낸 서재생 대현교회 목사는 24일 “교단 총회에서조차 ‘이번 총회 화두는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불교 용어를 적합한 기독교적 용어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천 이모(52)씨는 “비기독교인들도 희생의 의미로 ‘십자가를 진다’거나 강자와 약자의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이미 굳어진 용어를 굳이 기독교적으로 바꾸는 것도 편협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