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스크랩] 당신의 집은 안전합니까?

YOROKOBI 2007. 6. 5. 15:21
당신의 집은 안전합니까?
[일다 2006-09-20 05:51]

<필자 최병성님은 지난 5월부터 시멘트 제조과정의 문제점을 접하고 5개월여 동안 조사를 벌여왔다. 문제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충격적인 사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이 현재의 제조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시멘트로 인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 앞으로 3회 걸쳐 기사를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집과 사무실을 비롯한 우리의 공간은 사방이 시멘트로 이뤄져 있다. 생활이 시멘트를 떠날 수 없다면, 시멘트는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매일 먹는 음식처럼 24시간 거주하는 시멘트 공간은 우리 건강과 직결된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시멘트가, 제조될 당시의 원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삶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물질로 돌변할 수 있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연구 자료에 의하면 국내 시멘트에 포함된 중금속이 중국산 시멘트에 비해선 수십 배에 이르고,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일본에 비해 세배가 넘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어떻게 국내에서 생산되는 시멘트 안에는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가득한 것일까?

 

산업쓰레기 범벅으로 만드는 시멘트

 

원래 시멘트 제조 공정은 석회석에 점토와 규석과 철강석을 일정비율로 섞어 고온에 구워 만든다. 그러나 최근 만들어진 시멘트 중 천연 연료라곤 오직 석회석 하나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산업생산과정 중에 나오는 산업쓰레기들로 대체되고 있다. 한마디로 각종 쓰레기범벅으로 만드는 것이 오늘의 시멘트다.

국내 시멘트들이 인체에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관련 부처에선 쉬쉬하고 있을 뿐 대책마련엔 관심이 없다. 관련 전문가도 없거니와 연구된 자료도 없어서 2006년 5월부터 직접 시멘트 제조공장을 방문해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5개월여 동안 국내 시멘트공장 수 군데를 돌아다니며, 시멘트 제조과정과 어떤 산업쓰레기들이 원료로 사용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공장 관련자들과 면담을 통해 실상을 알아봤다. 결과는 충격을 넘어, 참혹할 정도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시멘트엔 제철소에서 나오는 폐주물사, 전기 제련의 부산물인 슬래그, 하수 및 정수 슬러지, 심지어 소각장의 소각재까지 원료로 들어간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원료 명목으로 점토와 규석 대신 들어가는 산업쓰레기만 아니라, ‘연료’로 사용되는 쓰레기들이다. 폐타이어, 폐전선, 폐고무, 폐비닐, 우레탄 등 생활 주변에 발생되는 모든 쓰레기들이 연료로 사용된다. ‘연료’라 하면 보일러에서 불을 때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의 연료라는 것은 소성로의 온도를 높여주는 연료인 동시에 원료가 된다.

 

시멘트의 용광로라 할 수 있는 소성로에서 석회석과 다양한 산업쓰레기들이 섞여 1450도의 고온의 불에 구워지면서 시멘트가 되는데, 바로 돌이 구워지고 있는 이 소성로에 폐타이어를 비롯해 모든 연소성 쓰레기를 직접 투입하는 것이다. 1000도가 넘는 뜨거운 불 속에서 구워지는 소성로 안의 돌들과 폐타이어 등이 함께 혼합되면, 폐타이어가 불타는 중에 소성로 안 온도가 올라가고, 폐타이어 등이 다 타고 남은 재는 자연스레 돌가루들과 섞여 시멘트가 되는 것이다.


보통 한 소성로에 투입되는 폐타이어는 1시간에 무려 450~800개 정도에 이른다. 한 마디로 타지 않는 쓰레기는 ‘원료’로, 타는 각종 연소성 쓰레기는 ‘연료’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멘트 속에 중금속과 발암물질 비율이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중금속 발암물질 대량 포함

 

시멘트 공장에 들어서면 눈앞에 가득 쌓인 각종 쓰레기들로 인해 이것이 쓰레기장인지 시멘트 공장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폐타이어와 폐전선, 고무종류를 비롯해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여 있는 쓰레기 더미들과 그 아래로 시커멓게 흐르는 침출수. 이것이 오늘 국내의 대부분 시멘트 공장의 실정이다.

시멘트업계가 생산과정에 산업폐기물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다. 환경부에서 쌓여가는 산업쓰레기들을 ‘자원재활용’과 ‘쓰레기 처리 비용의 경제성’ 명목으로 시멘트 소성로에 사용하도록 허가한 것이다. 환경부는 경제성을 이유로 산업쓰레기들을 사용하게 했으면서도, 수 년간 유독성 산업쓰레기들을 원료와 연료로 사용한 시멘트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유해성과 관련한 연구는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생각해야 할 환경부가 그저 쓰레기 처리에 급급했던 것이다. 경제 논리를 내세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생명에 대한 범죄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관련 자료들을 조사하면서 슬러지, 소각재, 폐주물사 등을 시멘트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수많은 연구와 논문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쓰레기를 활용한 시멘트가 인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자료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오직 각종 쓰레기들을 시멘트로 활용키 위한 ‘합법의 과정’으로 연구가 이뤄진 것이다.


환경부, 쓰레기시멘트 만드는 연구에 수십억 제공

 

심지어 ‘산업폐기물 재활용 기술개발 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철강산업슬러지의 복합처리에 의한 실용화 기술 개발”이란 연구에 환경부가 무려 25억6천6백만 원, 민간기업이 8억9천만 원 총 34억6천5백만 원의 비용을 지급한 사실을 알게 됐다. 산업쓰레기를 시멘트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수십억 원을 제공하면서, 인체 유해성에 대한 조사에는 단 한 푼도 들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국내 시멘트 중 6가크롬에 대한 용역 결과(이 용역 결과는 환경부와 양회협회가 함께했고, 비용 6천만 원도 양회협회에서 제공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신뢰성에 대한 문제는 다음에 살펴보기로 하겠다), 일본의 시멘트 평균치인 8.1㎎/㎏의 세배가 넘는 25.5㎎/㎏이 검출됐다.

 

특히 6가크롬의 용출시험 결과는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유독성 폐기물로 따로 처리해야 하는 ‘지정폐기물’(사업장 폐기물 중 주변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질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정 폐기물)의 기준치인 1.5㎎/ℓ를 대부분 넘고 있다. 즉, 시멘트 자체가 지정폐기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정폐기물의 유독성을 넘어선 시멘트로 지은 아파트는 무엇이 되는 것일까?

 

왜 대부분의 시멘트가 지정폐기물보다 더 유독성을 지니고 있는지 폐기물관리법을 살펴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17여 개의 지정폐기물 목록들 중에 폐석면과 두세 가지를 빼고는 현재 거의 모든 지정폐기물이 시멘트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유해한 지정폐기물의 총합으로 만들어진 시멘트니 당연히 발암물질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경부와 시멘트업계가 시멘트에 산업쓰레기를 사용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소성로가 1450도의 고열이기에 모든 중금속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환경부가 발표한 이번 용역 결과에서도 시멘트에 6가크롬이 높은 이유는 폐주물사를 비롯하여 각종 유해한 산업쓰레기를 사용했기 때문이고, 발암물질인 6가크롬을 줄이기 위해선 산업쓰레기 사용금지와 대체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소성로의 고열로 쓰레기 속에 포함된 유해성이 사라진다는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일본 산업쓰레기까지 처리해줘

 

시멘트업계가 사용하고 있는 산업폐기물을 조사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국내 시멘트에 일본 산업폐기물까지 들여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석탄재와 타이어 등이 국내 시멘트 재료로 들어오고, 심지어 일본에서는 처분이 불가능한 크롬이 무려 7000ppm 넘는 유해성 슬래그까지 돈을 받고 들여와 시멘트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 동안 일본의 폐타이어를 가져오면서 일본의 쓰레기를 처리해주는 까닭에 처리비용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 시멘트회사들이 서로 가져가다 보니 이젠 유가물로 전환되어 올해부턴 돈을 주고 사오는 실정이다. 석탄재와 슬래그는 일본으로부터 처리비용을 받고 국내로 들여오고 있는데, 즉 시멘트회사는 돈만 된다면 무엇이든 다 들여오는 것이다. 환경부의 무책임과 돈벌이에 눈먼 일부 시멘트회사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일본 쓰레기의 처분 장이 된 것이다.

 

이런 충격적인 사실에 대해 환경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할 듯 하다. 환경부가 산업쓰레기들을 시멘트의 원료와 연료로 사용토록 한 명분은 자원 재활용과 ‘소각장보다 쓰레기 처리비용이 경제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일본의 유독성 쓰레기를 돈 받고 들여와 사용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경제성이 있는가? 국토가 더러워지고 국민이 병들어도 시멘트회사만 이득이 생기면 경제성이 있는 것인가.

 

환경부는 눈앞에 쌓인 산업쓰레기들을 시멘트에 처리하여 쓰레기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지 모르겠다. 그러나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의 수명은 길어야 50~60년에 불과하다. 다음 세대가 지정폐기물 수준의 유해성인 콘크리트 건물을 허물 경우는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환경부의 잘못된 폐기물 재활용 정책으로 인해 전 국민이 병들고, 다음 세대의 미래까지 도둑질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산자부 법적 조치 마련해야

 

시멘트가 그 자체로 발암물질이 된 원인은 환경부뿐 아니라 산업자원부에도 있다. 요즘 모든 공산품에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첨가물과 성분을 표시하게 되어있다. 과자나 개 사료에도 성분표시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는 KS규격만 맞추면 성분 표시도 필요 없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밝히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시멘트 KS규격에 중금속과 6가크롬 등 유해성분 표시 규정이 단 하나도 없다. 얼마나 빨리 잘 굳는가라는 압축강도 규정만 맞추면 시멘트 안에 인체유해성분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 상관이 없다. 이런 법적인 미비점 때문에 각종 쓰레기로 범벅이 된 시멘트가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깨끗하고 안전한 시멘트가 만들어지려면, 시멘트 규격 안에 유해성분 규정을 두어야 하며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성분 표시 또한 해야 한다. 5월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공산품 안전관리제도에 의하면 안전관리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은 공산품 중에서도 안전성 조사 결과 유해화학물질 또는 내분비계 장애 물질 등이 함유되어 생명에 위해를 미치는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금지, 개선, 수거, 파기를 권고하고 이를 이행치 아니하는 경우 그 사실을 공표할 수 있도록 ‘신속조치제도’를 신설했다.

 

시멘트에 인체에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온 세상에 알려졌다. 산자부는 법에 따라 발암물질인 6가크롬을 다량 포함한 시멘트에 대해 마땅한 법적인 조치를 해야 할 것이며, 하루빨리 시멘트 KS규격 안에 유해성분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 또한 지금까지의 모든 문제가 환경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기인한 것임을 시인하고, 마땅한 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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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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