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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원서 ‘붐’…“해리포터? 우린 영어로 읽어요”

YOROKOBI 2007. 6. 12. 14:03


[한겨레] 중학교 2학년 때 미국에서 1년 동안 살다온 최혜랑(21·대학생)씨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책은 원서를 사 본다. 미국에 있을 때 <해리포터> 1권을 원서로 본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한 뒤에도 <해리포터>의 다음 시리즈들을 원서로 읽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오만과 편견> 원서를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해 읽었다. 최씨는 “영어 실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보통 두 권으로 나뉘어 나오는 국내판보다 값이 싼 데다 가벼워서 들고다니기 편해 원서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요즘은 지하철에서도 최씨처럼 영어 원서 읽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영어 원서 시장은 최근 3~4년 동안 양과 질 두 측면에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

성장하는 영어 원서 시장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외국서적 수입업체인 동방도서판매㈜(동방도서) 손용준 차장은 “3~4년 전부터 서점들의 원서 수요가 부쩍 늘어 전에는 수요가 없던 지방 중소도시 서점들로부터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2003년 나온 <해리포터> 5권을 기점으로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 양쪽에서 원서 구입이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동방도서가 22년 전 미국에서 처음 원서를 들여오기 시작했을 때는 거래처가 대형서점 10군데 정도에 그쳤다. 지금은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등 국내 100여개 서점에 영어 서적 3만여종을 공급한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전체 도서 매출에서 외서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5년 3.6%에서 2007년 4월까지 4.2%로 꾸준히 늘었다. 전체 도서 매출이 2004년부터 매년 40% 안팎씩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외국 도서 매출액의 상승폭은 크다. 인터넷 서점 인터파크 역시 2005년에 견주어 올해 5월까지 외서 매출액이 세 배 가량 늘었고, 전체 도서 매출 가운데 외서의 비율은 3%대에서 5%대로 올라섰다. 두 서점 모두 외서 매출의 90%가 영어 서적이다. 오프라인 외서 코너의 전통적인 강자인 교보문고 광화문점도 외서 매출 비율 10% 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교재를 제외한 영어 서적 비율은 50% 정도다. 교보문고의 2006년 도서 매출이 2004년보다 40% 오른 것을 감안하면 비율은 그대로지만 매출액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을 통해 개인적으로 원서를 구입하는 사람들까지 더하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진다.

어려진 독자들, 다양해진 책

전통적으로 영어 원서를 사는 사람들은 교수 등 전문가 집단으로, 주로 학술서와 전공 교재류를 구입했다. 그러나 어학연수나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늘고 조기 영어교육 붐을 비롯한 영어공부 열풍이 불면서 시장 판도는 달라졌다. 원서 보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일반인들의 구매가 늘었다. 책의 종류도 다양해져 소설과 실용서, 어린이 영어 교재 등의 수요가 폭증했다.

올해 예스24의 유아·어린이 대상 영어 원서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77% 늘었다. 예스24 마케팅팀 임수정 대리는 “영어 조기 교육 붐으로 어린이 영어 교재용 책의 판매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소설과 경영·인문서도 각각 68% 매출이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아직까지 20·30대가 주를 이루지만 최근 3년 동안 구매가 가장 증가한 연령대는 10대로 나타났다.

교보문고 광화문점 외국서적파트장 박효정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교수들이 주고객이었는데 이제는 구매자들의 나이가 어려지고 소설과 실용서, 어린이 영어 교재가 잘 팔려 매장 디스플레이도 이들 서적 위주로 바꿨다”고 말했다.

영어 원서는 국내 번역본에 견주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양장본이 나온 뒤 10개월~1년이 지나면 나오는 페이퍼백의 경우 보통 값이 1만원 안팎이다.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국내 책값과 보통 번역본은 두 권 정도로 나뉘어 출간되는 것을 감안하면 원서가 싸다.

시장 저변확대로 성장 이어갈 듯

영어 원서 시장은 앞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원서를 보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원서 시장의 저변이 확대됐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 전문서적부점장 김동욱 과장은 “외국 서적 수입업체도 늘었고, 어려서부터 영어 책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커서도 원서를 볼 것이기 때문에 원서 시장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