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

'화려한 휴가'와 합천군민의 눈물

YOROKOBI 2007. 8. 25. 20:35

'화려한 휴가' 드디어 합천에서 상영하다

합천군의 공식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일해)공원반대 경남대책위원회'등 시민단체들이 주관한 '화려한 휴가 영화보기'가 합천군민과 합천을 찾은 광주의 5월어머니회등 2,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해공원'에서 열렸다.

 

당초 '화려한 휴가'의 상영을 반대해 온 합천군측에서 영화상영을 방해하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할 것이 아닌가하여 현장에서는 긴장감이 맴돌았지만 전사모회원의 짧은 방해시위외엔 특별한 물리적인 충돌이 없이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경찰은 충돌을 우려하여 4개중대의 병력을 공원 주위에 배치하였다.

 

경남대책위측에선"합천군의 반대가 심해 내심 관람객 수가 적지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주민들이 와주셔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오후 8시에 상영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많은 주민들이 일찌감치 공원에 나와 공원 주변에

준비되어 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사진전도 구경하면서 미리 광주를 느끼고 있었다.

 

 

 

 

 합천 일해공원 야외공연장을 가득 채운 '화려한 휴가' 관람객들

 

 

전사모와 주최측의 몸싸움

지난 20일부터 '일해공원 사수'를 주장하며 합천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회원 10여명은 '새천년 생명의 숲'간판이 일해공원반대 경남대책위에 의해

세워지자 "쓰레기가 신성한 일해공원에 있어 치우러왔다"며 간판을 철거하려했다.

이에 경남대책위측에서도 즉각 반발해 10여분간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남대책위측에서 간판을 다시 빼앗아 원래 자리에 설치하자 전사모회원들은 약100m정도

떨어진 그들의 캠프로 돌아가면서 몸싸움은 진정이 되었다.

 

 

전사모회원들이 그들의 천막농성장을 떠나 영화상영 행사장인 일해공원 야외공연장으로 가서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그들 앞에는 일해공원을 반대하는 포스트가 바닥에 붙어있다)

 

경찰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에 집회신고를 한 전사모회원들은 합천군민이 아니고 대구에 주소지를 둔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날 몸싸움 도중에 '전사모'라고 쓰여진 유니폼을 입지않은 건장한 체격의 청년들 너댓명이

"우리 형님들 건드리지 마"라고 소리치는 광경도 보였다.

그들의 천막농성장에는 '각하의 명예회복,영광의 그날까지''아이러브 전두환'등의 걸개그림을 붙여져 있고 텐트와 그늘막도 설치되어 있었다. 

 

 

전사모가 농성하고 있는 일해공원 3.1독립만세기념탑 부근의 모습  

 

 

주최측 기자회견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공동대표는 "참으로 어처구니없게도 총과 칼로 정원을 탈취한 몇몇군인들이 내세운 국정지표가 '정의사회구현'이었다"며 "진정한 '정의사회구현'은 오늘 바로 여기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각 언론사들의 취재경쟁이 한창이다

 

합천군을 대표해 나온 합천군의회 박현주의원은 "합천군민의 한사람으로서 지금 합천군이 전국의 600만이 관람한 '화려한 휴가' 상영을 반대하는 것에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지금이라도 심의조군수와 유관기관단체장들은 이영화를 보러오라"고 외쳤다.

 

한편 광주에서 회원20명과 함께 합천을 찾은 5월어머니회 안성례회장은 '외지사람들이 합천에와서 굳이 영화를 상영해야 하느냐'라는 지적에대해 '이땅에 외지가 어디있느냐 우리의 땅은 자손대대로 평화스러워야 한다"며 '전사모회원 그들도 인간인데 영화를 보면 크게 깨달을 것이다. 같이보자"고 했다.  

 

 기자회견중인 광주민주화운동 5월어머니회 안성례회장

 

 

합천군민의 눈물

"참 가슴 아픈 영화네예"

눈자위가 붉어진 이명희씨(합천읍,39)가 힘들게 말문을 열었다.

옆에서 엄마팔을 꼭 잡은 사내아이 둘은 이명희씨를 보며 덩달아 울먹거리고 있었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많은 방송사 카메라의 조명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영화의 여운을 가슴에 담고 있는 듯했다.

 

"합천군관계자들이 왜 이영화를 상영 못하게 했는 지 알 수가 없군요"

이명희씨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그동안 '일해공원'과 '화려한 휴가'등으로 합천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서 부끄럽고 억울했다."며 "오늘 이곳에 모인 많은 합천군민들이 우리 역사의 아픔을 함께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옆줄에서 인터뷰를 쳐다보던 여중생 서너명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합천이 고향이라고 해서 그 아저씨(전두환)를 무조건 옳다고 한다는 게 너무 웃기는 일이잖아요"

한 학생의 말에 옆에 있던 키 큰 친구가 답했다.

"우리 엄마,아빠를 그 사람이 죽였다면 나는 용서 못해요"

 

모두들 손에는 손수건을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