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

5·18 광주 항쟁에 대한 <조선일보>의 왜곡 보도

YOROKOBI 2007. 8. 26. 23:31
<화려한 휴가>보셨나요? 저는 극장에서 두 번 보았습니다. 한번은 친구들이랑, 그리고 한번은 저희 어머님과 함께요. 처음 볼 때에는 '당시엔 더 심했다는데 그 사람들은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두 번째 볼 때는 휴지도 챙겨서 재미있는 부분에선 웃고 슬픈 부분에서는 마음껏 울며 배우들의 명연기를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처음 영화를 보고 나서는 머리가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도청 앞에 모여 있던 비무장 시민들을 향해 공수부대원들이 집단 발포해 평범한 시민들이 추풍낙엽처럼 스러져간 장면은 정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바란 소중한 사람들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짓밟을 수 있었던가요. 그것도 하필이면 애국가가 울리는 와중에!

그 충격은 나중에 인터넷 게시판의 논쟁에서 계엄군이었던 분의 토로를 보고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상부에서 불순분자들이 시민들 선동한다고 했고 내려갈 때 우리 나름대로 조국에 충성한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였죠.

저는 여기서 상부의 명령을 그대로 확대 재생산한 언론을 떠올렸습니다. 아니, 모든 언론이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에 광주의 진실을 타전한 외신기자들이 있었는가 하면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던 전남매일신문 기자들도 있었지요.

하지만 스스로 군부의 주구이길 자처한 언론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현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의 '「무정부 상태 광주」1주'라는 기사입니다. 기사는 부제로 '바리케이드 너머 텅빈 거리엔 불안감만/ 총 들고 서성대는 「과격파」들/ 길목서 저지-무기반납지연/ 시민들 "생필품 동나 고통스럽다"'라고 묘사합니다.

하지만 당시 광주는 위대한 시민정신으로 하나 되는 아름다운 민주 시민의 도시였습니다. 고립된 치안 부재의 상황에서도 폭력이나 약탈 등 단 한건의 범죄도 없었고, 아주머니들은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부상자를 위한 피가 모자란다는 호소에 황금동 창녀들까지 팔을 걷어 부치며 헌혈을 했던 시민들이었지요.

조선일보의 왜곡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공수부대의 과격 진압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실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전하지 않은 채 분노한 시민들의 무장에만 초점을 맞추어 광주민중항쟁을 '폭도들의 난동'으로 전락시키는가 하면, 80년 8월 23일자에서는 학살자 전두환을 '인간 전두환'으로 치켜세워 대통령 감으로 부각합니다.

이후에도 전두환 집권 7년 동안 맹목적인 지지와 찬양은 끝까지 이어져 그 덕택으로 조선일보는 80년에 3~4위를 맴돌던 것이 5~6년 사이에 1위로 껑충 뛰어올라 2위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지금의 독주태세를 굳히지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민우는 투항하면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폭도'라는 말에 저항하며 처참하게 죽어갑니다. "우린 폭도가 아니란 말이야. 이 개XX들아!"라고 절규하면서요. 5월 영령을 두 번 죽이고도 진지한 반성과 사과 없이 최고의 신문으로 군림하며 지금은 교묘하게 <화려한 휴가>를 폄하하는 조선일보. 그의 5·18은 현재 진행형인데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있지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