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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 대장 이현상 생애와 투쟁 복원

YOROKOBI 2007. 9. 15. 16:29
빨치산 대장 이현상 생애와 투쟁 복원
남부군 대원들 ‘선생님’으로 존경
지리산에 갇힌 채 장렬한 싸움
저자, 북한에 의한 암살설 반박
  
» <이현상 평전>
<이현상 평전>
안재성 지음/실천문학사 펴냄·1만5000원

장편소설 〈파업〉(1989)으로 80년대 노동문학의 한 획을 그었던 작가 안재성(47)씨. 2000년대 이후 그는 식민 시대 사회주의 운동가들의 삶과 투쟁을 복원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이재유를 중심으로 김삼룡과 이현상 등이 전개한 노동운동과 독립운동을 재조명한 〈경성 트로이카〉(2004)에서부터 시작된 작업은 지난해의 〈이관술 1902~1950〉을 거쳐 이번에 새로 낸 〈이현상 평전〉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현상 평전〉은 1948년 여순사건을 계기로 결성되어 전쟁 직후까지 지리산을 중심으로 빨치산 투쟁을 벌인 남부군 대장 이현상(1905~1953)의 생애와 유산을 꼼꼼하게 더듬는다. 특히 남부군의 존재를 남에서도 북에서도 잊혀진 ‘역사의 미아’로 묘사한, 남부군 기관지 〈승리의 길〉 기자 출신 이우태(필명 ‘이태’)의 논픽션 〈남부군〉 등의 관점을 강하게 반박한다. 이현상이 북에서 보낸 누군가에게 암살당했다는 설을 부인함은 물론이다.

»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이 죽기 전날까지 은신했던 곳으로 알려진 지리산 빗점골 아지트 자리. 실천문학사 제공
전북(지금은 충남) 금산의 유복한 양반가의 막내로 태어난 이현상은 1920년대 후반부터 해방될 때까지 총 12년 동안 옥살이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전향하거나 변절하지 않았다. 빨치산 시절 그는 나이와 계급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존대했으며, 포로나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하는 것을 엄금했고, 오락시간이면 북에서 배운 탭댄스로 흥을 돋우곤 했다.

그런 그를 대원들은 한결같이 ‘선생님’이라 부르며 존경과 호감을 표했다. 과묵하고 온후했던 그는 군사 지도자로서의 능력도 탁월했다. 전황이 낙동강을 경계로 교착 상태에 빠졌던 1950년 8월에는 90여 명의 유격대를 이끌고 강을 건너 두 달 동안 미군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 실천문학사 제공
그해 9월 인천상륙작전으로 북으로의 퇴로가 막힌 채 산에 갇히게 되고부터 마지막 순간을 맞기까지의 3년 동안이 그의 생애의 절정이자 〈…평전〉의 클라이맥스이기도 하다. ‘얼어죽고 맞아죽고 굶어죽는다’는 빨치산의 운명은 이 시기를 다룬 평전의 마지막 세 장에서 비극적 광휘를 한껏 내뿜는다. 이 시기의 유격 투쟁은 분명 불가피한 몰락을 향해 가는 하강 운동이었지만, 이현상의 인간적 면모는 몰락의 드라마를 배경으로 오히려 상승하는 듯 보인다.

마침내 그가 수긍하기 어려운 죄목을 뒤집어쓰고 평당원으로 강등된 뒤 의문의 죽음을 맞을 때에도 그는 끝내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책 말미에는 선배 소설가 김성동씨의 장문의 발문이 곁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