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BOLS, 세상의 비밀을 푸는 열쇠…T. A. 켄너|서울문화사
인류는 역사를 꾸려오면서 숱한 상징들을 만들어냈다. 상징은 말로 표현하지 않는 또다른 언어. 문화권이나 특정 집단·조직, 종교 등 각 부문마다에는 독특한 상징들이 있다. 특정한 상징 속에 담긴 ‘침묵의 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이해의 폭이 좁아진다. 그러나 그들만의 상징, 한 개인이 숨겨놓은 기호는 쉽게 파악되지 않아 숱한 해석을 낳고, 그래서 더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반면 독특한 상징을 아는 것은 풍성한 문화교류를 가능케 한다. 거북이가 장수를, 용은 남성이나 권력을, 석류가 다산, 소나무나 대나무가 지조나 절개를 뜻한다고 알면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확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근래엔 소설 ‘다빈치 코드’가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면서 비록 종교적 부문에 치우쳤지만 상징과 그 의미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세상의 비밀을 푸는 열쇠’란 부제의 책은 현대사회 곳곳에 스며든 상징들을 6개 주제로 나눠 간단명료하게 소개한다. 영국의 상징전문가인 저자가 잡은 주제는 색깔과 숫자를 다룬 기초상징, 산이나 강·사막 등 자연환경, 다양한 미술작품, 건축, 권력, 정체성, 표지, 종교와 신화 등이다.
건축 부문에서는 미국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이 눈길을 끈다. 5각형 건축물은 사례가 드물어 오래전부터 그 의미와 품은 상징을 놓고 많은 설이 나돌았다. 5각형 5개가 동심원을 이루며 배열된 펜타곤 건물의 각 꼭짓점을 이으면 영락없는 ‘사탄의 5각별’이라는 주장. 미 국방부가 “5는 육·해·공군과 해병대·해안수비대를 상징한다”고 강조하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국방부가 사탄과 결탁했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집단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또 표현하는 데 특별한 상징만큼 효과적인 것도 드물다.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으로는 비밀결사단체인 프리메이슨의 ‘직각자와 컴퍼스’가 있다. 프리메이슨 회원들든 이 상징이 새긴 반지·넥타이와 넥타이 핀·손수건을 착용하는 데 직각자는 청렴 등을, 컴퍼스는 완벽 등을 뜻한다고 한다.
유럽의 문장(紋章)도 빼놓을 수 없다. 귀족들이 자기 가문의 권력, 힘 등을 강조하고 과시하며, 전쟁에서 피아구별 등을 위해 만든 문장에는 동물, 과일, 글 등이 오묘하게 녹아있다. 파인애플은 엘리트임을, 사자는 용기와 힘 등을 뜻한다. 책은 이밖에도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 속에서 피카소가 즐겨 활용한 상징인 황소와 부러진 칼을 찾아내고,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가 뇌의 단면도라는 주장도 소개한다. 또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사진에 담긴 영국 왕실의 의도, 나치나 각국 정당의 상징 등도 분석한다.
300여컷의 컬러 사진이 실린 책은 크게 머리를 쓰지 않으면서 읽을 수 있도록 요약정리됐다. 윤상운 옮김. 1만3천5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