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아인 소프로부터 물질우주가 현현하기까지는 수많은 단계가 필요하였다. 카발라에서는 그 단계들을 세피로트의 체계로 설명하고 있다. 세피로트는 무한과 유한의 깊은 골을 연결하는 다리이며, 우주는 세피로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세피로트의 교의가 처음으로 문헌상에 드러난 것은 <세펠 예트지라>에서이다. 세펠 예트지라는 '형성의 서' 또는 '창조의 서'로 번역이 되는데, 우주 창조론과 우주철학을 다루는 비교(秘敎)전통인 '마쉐 베레쉬트'로부터 유래한 책이다. '마쉐 베레쉬트'는 '마쉐 멜카바'와 함께 카발라의 두 원류가 되는 신비학파로 바빌로니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마쉐 베레쉬트가 주로 창조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마쉐 멜카바는 멜카바 보좌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멜카바는 성경의 에스겔서 1장에 나오는, 에스겔이 환영 속에 본 천상의 보좌 또는 신의 전차를 일컫는 말로, 멜카바 보좌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곱 하늘과 일곱 천궁을 통과해야 한다. 마쉐 베레쉬트는 사변적 카발라로 그 전통이 이어졌으며, 마쉐 멜카바는 실천적 카발라에 그 원형이 남아있다.
<세펠 예트지라>는 대략 3세기에서 6세기 사이 마쉐 베레쉬트의 전통에서 유래하는 문서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은 열 개의 세피로트와, 히브리 알파벳 스물두 문자의 확립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세펠 예트지라> 6장의 다음 구절을 보면 이 책이 비전(vision)적 체험으로 쓰여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랍비들에 의하면 아브라함은 결코 자신이 받은 계시를 기록하지 않았으며, 대신 그것을 그의 아들들에게 구두로 전했다고 한다. 한편, 카발리스트인 제프 벤 시몬 할레비에 따르면 아브라함에게 카발라의 가르침을 전해준 것은 지극히 높은 하나님의 제사장, 멜기세덱이었다고 한다. 맥그리거 매터즈의 <베일 벗은 카발라>에서는 처음에 신이 에덴 동산(Paradise)의 신지학파를 형성하고 있던 선택된 천사들에게 직접 카발라를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이 천사들이 신성실락 이후 아담으로 하여금 신성 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카발라를 가르쳤다. 카발라는 아담으로부터 노아를 거쳐 아브라함에게 전해졌으며, 아브라함은 이것을 다시 이집트에 전했다는 것이다.
성경의 기록에 의하면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 사람이다.
"나는 이 땅을 네게 주어 업을 삼게 하려고 너를 갈대아 우르에서 이끌어낸 여호와로다" (창세기 15:7) 갈대아(칼데아) 우르는 메소포타미아의 유프라테스강 하류에 위치하고 있는데, 현재 역사학계에서 서양문명의 기원으로 보는 수메르문명이 자리잡고 있던 곳이다. 아브라함은 가나안을 거쳐서 헤브론에 거주하던 중 기근이 닥치자 이집트로 들어간다. 아브라함은 다시 헤브론으로 나오지만, 나중에 아브라함의 증손자인 요셉이 다시 이집트로 들어감으로써 이집트에서 유태인의 삶이 시작된다. 아브라함이 우르에서 나와 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이동하게 된 이유는 우르 지역의 우상숭배 또는 다신교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우르가 주변국의 침략에 패망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모세는 이집트에서 카발라의 비전에 입문했고, 히브리인을 노예생활에서 구해낸 뒤 40년 동안의 방랑을 거쳐 카발라에 통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세는 다시 70명의 장로들을 카발라에 입문시켰고, 그 이후 이스라엘에서 전승이 이어지게 되었다. 카발라(QBLH)라는 단어는 '받다'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어근 키벨(QBL, Qibel)에서 파생한 것으로, 본래 구전으로 전승되었다. 카발라가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서기 150년경 랍비 시메온 벤 요하이에 이르러서였는데, 요하이가 죽은 뒤 랍비 엘리자르, 랍비 아바 등이 그의 논문들을 모았고, 이 논문들은 후에 카발라의 대작인 <세펠 조하르>의 원형이 된다.
카발라의 우주론은 아인 소프와 세피로트로 설명이 되고, 세피로트의 체계는 다시 '생명의 나무'로 상징된다. 세피로트가 현현 이후의 존재계를 상징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생명의 나무 또한 물질계를 포함한 존재계 전체와 그 창조과정을 상징하고 있다.
우파니샤드에서는 "우주는 하늘에 뿌리를 박고 온 땅 위에 가지를 드리운 거꾸로 선 나무"라고 말한다. 페르시아 신화에서도 생명의 나무가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앞서 보았듯이 바다는 혼돈, 무형성, 존재의 모든 잠재적 가능성의 원천이자 우주만물의 원천, 현상계를 만들어내는 근본 질료인 물라프라크리티, 또는 에테르를 상징한다. 이 밖에도 지구상에는 '세계수(世界樹)' 또는 '우주수(宇宙樹)'에 대한 신화가 널리 퍼져 있는데, 이는 나무가 우주를 나타내는 보편 상징임을 암시한다. 세피로트는 아인 소프로부터 발출되어 나온 빛의 광구(光球)로 표현된다. 물질계를 상징하는 말쿠트에 이르기까지 모두 10개의 세피로트가 아인 소프의 무한계로부터 우주의 여러 존재계를 이루며 순서대로 아래로 하강한다. 10개의 세피로트(각각의 세피로트는 세피라라고 한다)는 각각 케텔, 호크마, 비나, 헤세드, 게부라, 티페레트, 네짜, 호드, 이소드, 말쿠트라는 이름이 있다. 제1세피로트에 해당하는 케텔(KETEL)에는 NEGATIVE 와 POSITIVE 의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즉, 절대공 아인 아인 소프 아인 소프 오르 케텔의 과정이 되는 것이다.
또한 각 세피라는 그 내부에 더 세부적인 현현의 과정을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 세피라인 케텔을 예로 들면, 케텔의 내부에 또 하나의 생명의 나무가 포함되어 있는데, 케텔 중의 케텔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무한계와 유한계를 연결해주는 태고의 존재, 곧 호아이다. <그림 7.4> 생명의 나무 <그림 7.5> 케텔 중의 케텔
호아에 이르기 전의 잠재되거나 비현현인 상태는 호아 또는 케텔을 넘어서는 과정이다. 호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현현의 과정을 밟기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생명의 나무 그림에는 케텔보다 상위에는 그 어떤 세피라도 없으며, 때로는 비현현의 세 베일(아인, 아인 소프, 아인 소프 오르)을 케텔 위에 표시하여 케텔 이전에 어떤 잠재 활동이 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카발라와 신지학에서 존재의 계는 4중체계 또는 7중체계로 구분된다. 생명의 나무는 존재의 4중 체계와 7중 체계를 모두 나타내는데, 각 세피라가 이들 체계에 대응하는 방식에는 몇 가지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상위의 세 개의 세피라, 즉 케텔, 호크마, 비나를 아찌루스계(원형계 또는 영계), 그 다음의 세 개의 세피라인 헤세드, 게부라, 티페레트를 브리아계(창조계 또는 멘탈계), 또 그 다음의 세 개의 세피라, 즉 네짜, 호드, 이소드를 예찌라계(형성계 또는 아스트랄계), 마지막 세피라인 말쿠트를 아시아계(물질계)로 본다. 아니면 다음 그림 7.6의 (b)와 같이 구분하기도 한다.
(a) (b) <그림 7.6> 생명의 나무와 존재의 4계
존재의 계를 구분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나듯이 생명의 나무는 삼개조씩의 세피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삼개조의 첫 세피라인 케텔에서 최초로 분출되는 호크마는 양성의 세피라이며 두 번째 발출물인 비나는 음성의 세피라인데, 이 둘은 케텔의 속성을 분화하여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 이 셋은 하나, 또는 하나의 케텔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각각의 세피라에는 나름의 속성이 부여되는데, 호크마는 지혜, 비나는 지식(또는 이해)의 측면을 나타낸다.
두 번째 삼개조를 이루는 헤세드, 게부라, 티페레트는, 세피로트의 속성에 있어서 헤세드는 자비를, 게부라는 정의(또는 심판)를 나타낸다. 자비가 없이 정의만 행사된다면 세계(우주)는 파괴되고 말 것이며, 정의 없는 자비는 무정형의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이 둘을 조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티페레트는 아름다움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 삼개조 네짜, 호드, 이소드에서 네짜는 승리를, 호드는 영광을 나타내며, 이소드의 속성은 기초라고 한다. 한편, 5장에서 잠시 언급하였던 존재의 일곱계, 또는 일곱층의 피부를 갖는 공간은 다음과 같이 존재의 4중 체계와 대응을 이루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원형계 혹은 영계에 아디계와 아누파다카계(모나드계), 아트만계, 붓디계 4계가 포함되는 것이다.
┌ 아디계 │ │ 아누파다카계 │ │ 아트만계 │ └ 붓디계 아찌루스계 (원형계)
멘탈계 브리아계 (창조계)
아스트랄계 예찌라계 (형성계)
물질계 아시아계 (물질계) 출처 : [기타] "http://www.cowhiterose.net/layaforce/anu/anu0702.htm"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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