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유형기 목사와 아빙돈 단권주석
다음으로 우리가 한국교회의 역사 속에서 ‘신학적 문제’를 이단시하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민감하게 취급했던 경우를 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장로교 제24회 총회에서 다룬 유형기(柳瀅基) 목사외 51명이 역술한 『아빙돈 단권주석』 문제였다. 사실 그 당시에는 아빙돈 단권 주석을 ‘이설(異說)주석’으로 인정했다.46) 단권주석의 내용은 ‘복음적이면서도 전통에 구애되지 아니한다’는 서문의 한 부분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전통적 신학과 현대주의 신학의 중간을 취하여 절충 신학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신학적으로 중대한 문제점들에 대하여 정도를 벗어났기 때문에, 그 신학적 탈선으로 인하여 장로교 총회는 단권주석 동인된 장로교 목사에게 성명서를 요청했다. 단권주석 집필 동인들은 대부분 장감 양교에서 유명한 중견 지도자들이었기에 그토록 신중하게 다뤄졌다. 그 결과 장로교 총회에서는 박형룡 박사를 위원장으로 세워 정통파의 양주석(良註釋)을 발간하도록 추진했다.47)
4.5. 그 외 여러 사건들
이상에서 언급한 경우들 외에도 한국교회사 초창기 동안에 기독교 진리 혹은 신학사상에 있어서 논쟁을 일으키던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박용규 교수에 의하면, 양주삼 목사는 ‘인간저자들의 의도를 포함한 성경은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이 돌 수 없다"고 믿었다 한다. 48) 또한 감리교의 몇 몇 지도자들은 오경의 문학적, 역사적 그리고 고등비평적 접근 방법을 소개하면서 모세의 오경저작설을 간접적을 부인했다. 그 중에 유교사상에 심취해 있던 감리교도 가운데 최병헌 목사는 전통문화와 기독교와의 통합을 추구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49) 그리고 30년대 초에 일본의 영향 속에서 채필근, 송창근, 김재준 목사 등이 진보주의 사상을 전파했다. 그들은 자유주의를 전국적인 현상으로 부각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했다고 박용규 교수는 지적한다. 50) 그후 남대문교회 김영주 목사는 창세기의 모세 저작설을 부인하여 물의를 일으킨 적인 있었다. 그러가하면 1932년에는 당시 YMCA 총무를 역임했던 신흥우에 의하여 「적극신앙단」이 형성되었다. 그것은 미국적 서구적 조류에 편승하여 출발했는데, 그는 1926년 YMCA 회원을 중심으로 하여 ’기독교의 민중화‘와 ’조선적 교회의 건설‘이라는 기치하에 정통신학과 보수주의 교단에 도전했다. 신흥우 외에 정춘수, 유억겸 등을 비롯한 20여 명의 인사들이 급진적이며 초교파적인 토착화를 시도한 그 사건은 감리교 내부에서도 반대를 받았다. 51)
5. 韓國 敎會의 最近 情緖와 神學的 異端 主張者들에 대한 態度
연고(緣故) 관계 즉 인’(因)과 ‘연’(緣)의 관계 속에 기독교의 진리가 종종 가려진다. 동향, 동창, 선후배 관계, 동일 교파 소속 연대의식 등등이 개입되어 신학적인 이단설을 주장하는 이들도 잠정적으로 보호를 받는다. 때로는 교파간의 ‘정치적 조정’ 혹은 ‘정치적 제스추어’에 의해서도 조율되는 듯하다. 물론 이 비진리 혹은 반진리, 정통신학에서 벗어난 신학적 탈선들을 덮어주려고 하는 것은 인정적인 측면에서는 이해가 될지 모르나 참 진리의 근원이신 우리 주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회칠한 무덤’과 같은 것이다. 때로는 초창기에는 이설을 주장하는 자요 신학적 탈선 형태를 띠었지만 시간의 경과와 함께 거대 교회를 이룩하고 났을 때에는 감히 지적할 용기를 내지 못해 잠잠해지는 경우도 있어온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에 근거해 볼 때, 한국적의 ‘정적 정서’(情的 情緖)는 교회와 교계 내에서도 작용했기 때문에 특히 신학적 탈선자들을 끝까지 분별해내기 힘들어져가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인정적으로 온정을 베푸는 것은 의로운 이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역사적 기독교(historical Christianity)가 견지해 온 정통적 신학 사상 및 교리에 위배되는 이설을 주장하는 이들을 향해서는 경계의 태도를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물론 정치적 타협과 조정을 통하여 한 때 잠잠하고 있는 경우들도 주님이 원하시는 때에는 재조사 및 재고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한국교회 목회자들 및 신학자들은 ‘진리’의 문제에 있어서 정치적 회유에 물들지 말고 정로(正路)를 걸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역자들과 신학자들과 신학생들 그리고 나아가서 평신도들의 의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結 論
G. E. Ladd는 말하기를 ‘그 어떤 신학적 자유주의(theological liberal)도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적이요 가시적인 재림 없이 구속사역이 완성된다는 교리를 공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52) 이것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정통신학의 내용들을 신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단편적인 일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해 갈 때에 우리는 한 가지 중대하며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신학적으로 자유주의적 견해는 이단인가 아닌가?”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단 교리 혹은 이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신학적으로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이단’으로 규정해버리는 반면에, 신학적으로 훈련된 신학자들이 이설들을 주장할 때에는 ‘학문적 자유’의 영역에 두어 보호해주려고 하는 성향이 있지는 않은가?
그러한 자유주의적이요 반기독교 교리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을 묵인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의 한국과 세계교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또 이단 사이비 단체들이 속출하게 된 것은 아닌가? 그러므로 우리 크리스천들은 ‘학문의 자유’라고 하는 차원을 ‘기독교 신앙의 교리적 차원’이라고 하는 여과장치 속에서 조망할 수 있어야 하겠고, 또 나아가서 교계적인 분명한 지적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신학적 탈선과 자유주의적인 신학자들의 사상적 영향 아래에서 이단 사이비 지도자들이 양산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기독교계를 비롯해서 세계교회가 신학적으로 탈선하고 기독교 교리에 위배되는 신학자들에 대하여도 엄중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역사적 기독교를 변증하는 일이요 지키는 일이며, 나아가서 더욱 바르게 전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교의들을 바르게 가르치고, 바르게 지켜야 할 사명은 모든 평신도들이나 신학자들, 모든 교파의 크리스천들에게 동일하게 주어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취급함에 있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빙돈 단권주석 관계를 논하면서 제시한 김린서 목사의 제안은 참으로 현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1935년 12월호 『信仰生活』지에 그와 관련한 문제를 다루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뚜렷이 이단을 주장하는 자나 가만히 이단을 심으는 자를 가차없이 막아야 가하다. 이것도 먼저는 사랑으로 권면한 후에 단행할 일이요 지엽 문제의 신학 문제같은 것은 설로 혹은 필로의 논전까지는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의 소대를 불문하고 즉시 교권 발동에 지함은 조심할 일이니 신학상 이론이나 목회상 권면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즉시 교권에 訴함은 敵方 타도의 暴擧에 출하기 쉬운 때문이라.”53) 김린서 목사의 이와 같은 표현은 이설을 주장하더라도 처음부터 교권을 발동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랑으로 권면하고 신중을 기하여 처리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였다.
그러므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정통 기독교 교리에서 벗어나는 신학적 탈선들’은 이단의 범주 속에서 이해되어져야 함을 재인식해야 하겠다. 나아가서 자신의 ‘신학작업’에 있어서 계속하여 자성(自省)하는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변종길 교수의 견해와 같이 “신학자는 교회의 토양과 보호 아래 자라나며, 교회의 감시와 지도를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54) 우리는 새로운 세기 새로운 정신문화의 기류, 특히 포스터모더니즘과 종교다원주의적 상황 하에서 요구되어지는 필요들에 응답하는 신학적 작업을 계속하여야 한다. 세르베투스나 다른이들이 ‘새로운 고안들(by new devices)을 가지고 모든 것을 혼동 속으로 내던지려 한다’고 간주하여 그들의 거짓 술책들을 폭로시켜 분쇄할 필요가 있다고 55) 역설했던 칼빈 선생처럼, 오늘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과 성도들도 정통 신학의 기준에서 벗어난 이설들 즉 신학적 탈선들에 대하여 더욱 경계하고 주시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서 한국기독교 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회와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 등을 비롯하여 초교파 이단연구전문기관들과 상담기관들도 ‘신학적 탈선들’에 대하여 더욱 철저한 경계의 태세를 강화해 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 때에 순교의 피로 얼룩진 이 땅에 ‘바른신앙’에 기초한 복음증거의 역사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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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사이트 http://eusakidok.kosin.org/web/html/ 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2008.08.11 정야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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