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십일조 왕국, 성전 왕국

YOROKOBI 2008. 10. 1. 09:55

 

왜 나는 <십일조 폐지論>에 찬성하는가? 

 

본래 구약에서 말하는 십일조는, 성전 제사를 맡은 레위인이나 고아, 과부 등과 함께 "나눠 먹는 것" (예수님 공생애 기간에 사회적으로 헐벗고 불쌍한 사람들이 모두 참여해 함께 식사하는 <열린 공동체 식사>를 생각나게 합니다), 즉 <먹는 것>이었으므로, 반드시 밭의 소출과 가축에서만 드려야 하는 것이었습니다.(레27:30, 신12:17, 14:23, 느13:5, 12)

 

성전이 너무 먼 경우에도, 십일조 음식을 일단 돈으로 바꾸어 성전에 가지고 온 후,

다시 음식물로 바꾸어서 드리도록, 즉 철저히 <음식으로만> 십일조를 드리게 되어 있었습니다.(신14:24-26)

 

따라서, 십일조의 의무는 당연히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먹는 것>을 생산해 내는 농민과 목축업자만이 질 뿐이었고, 그 외의 직업인 상공업자, 세리, 어부와 목수, 기능공 등은 아예 그런 의무가 없었지요. 당연히 예수님도, 주로 어부였던 제자들도, 세리 마태도 십일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성전을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할텐데, 이렇게 <음식>인 십일조를 가지고 어떻게 성전을 관리, 유지했겠습니까?

그래서 필요했던게 바로 현금으로 내야 하는 <성전세>였습니다. 이 성전세는 십일조와는 달리 온 백성이 납부 의무를 지고 있었으며,

그 액수도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출30:12-15) 물론 예수님과 그 제자들도 이 성전세만큼은 예외는 아니었지요.(마17:27)

 

자, 이제 여기서 분명해 지는건, 십일조는 구약시대에 예루살렘 성전에서 레위족 제사장이 성전 제사를 드릴 때 유효했던 일종의 <음식물에 의한 빈민 구제제도>의 성격이 강했다는 겁니다. 따라서 초대교회 때도 시행되지 않다가 (당시는 <연보>개념이었고, 연보와 십일조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후에 교회가 제도화되면서 다시 시행된 제도입니다.

 

주목할 점은.. 당시 거의 독점체제였던 중세교회에서도, 4세기 무렵 십일조 제도 도입 후에도 무려 근 1,000년간 여전히 토지소출과 가축에만 십일조를 부과해 왔다는 점입니다. 십일조는 명백히 <먹는 것>이 대상이었기 때문에 쉽게 돈까지 포함시키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13세기에 이르러 교회의 극심한 타락과 함께 비로소 십일조의 대상이, <먹는 것>을 포함한 <모든> 소득으로 확대되며, 십일조가 엄청난 변질을 겪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잘못된 십일조는 그 엄청난 종교적 폐해로 말미암아 결국은 세계의 거의 모든 기독교 국가들에서 폐지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십일조의 폐해를 넘어서, 이들 나라의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분명 십일조가 성경적인 기반 위에 있지 않다는 교리적인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입니다. (이들 나라의 교단이 한국교단보다 기독교 신학이나 교리에서 뒤떨어져서 이런 교리 합의에 도달했겠습니까?)

 

그런데도 유독 한국교회만큼은 <십일조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십일조 제도가 <초교파적으로> 정착되어 있다는게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현상에 결정적인 기여을 한 성경 말씀이 바로 구약의 말라기 3장 8절-10절 말씀입니다. (좀 잘나간다는 교회 홈피 십일조 관련 화면에는 어김없이 이 말라기 3장 10절 말씀이 위압적으로(?)으로 걸려 있지요.)

 

무릇 성경은 그 말씀이 기록된 당시의 사회경제적인 배경과, 그 말씀 전후의 유기적인 문맥관계를 고려해서 해석해야 합니다. 이런 사항을 전혀 고려치 않고 특정 귀절만을 떼어 내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위해 이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말라기 말씀 역시 한국교회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왜곡되어 사용되는 대표적인 구절입니다.

말라기서와, 동시대에 쓰여진 느헤미야서 당시의 종교적, 사회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본 구절들을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해석해 보면..

하나님께서 십일조 도둑으로 책망하는 말라기 3장 8절에서 말씀하시는 <너희>는, 온 백성이 아니라 바로 백성의 십일조와 헌물을 관리하는 제사상들임에 틀림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즉, 목회자들이 십일조를 거두기 위해 너나 나나 써먹는 이 구절이 사실은 제사장을 책망하는 구절이라는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분이 계신다면, 함께 검토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또한 개역 한글판 말라기 3장 10절의 <쌓을>이란 말도 원전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KJV 영어 및 한글 번역판, 그리고  NIV 영어성경에도 분명히 이 말이 없습니다. 개역 한글판에는 이를 알리기 위해 단지 작은 글자로 구별해 놓았죠.)  다분히 특정 목적을 위해 삽입해 넣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 한국교회는 이 십일조 제도에 발맞추기라도 하듯이 교회(예배당)를 성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동탄 성전>이니, <수원 성전>이니 하는 명칭이 그렇구요, 심지어는 한 교회(성전^^)내에서도 <제1 예배당>, <제2예배당>하면 될 것을, <예루살렘 성전>이니, <가나안 성전>이니, <솔로몬 성전>이니 하고 부릅니다. 심지어는 목사님의 설교단을 <제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구약시대에 이스라엘도 성전은 하나밖에 없었는데, 그리고 그 성전마저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으로 이미 완전히 사라졌음에도, 2,000년이 지난 현대의 한국에서 이른바 <온 나라의 성전化>가 이루어져 있다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겠습니까!!

 

제가 십일조 폐지에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흔히 기존 교회에서 주장하듯이 "돈에 인색하다", "믿음이 없다" 하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제도 자체가 현재의 신약시대, 복음시대에는 전혀 성경적인 근거가 없는, 심지어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목사님 사례비를 포함한 교회 인건비, 건물 유지비, 선교비, 불우이웃 구제비 등 재정 지출문제는 이렇게 성경적으로 근거가 없는 십일조를 강조함으로써 해결할게 아니라, 목회자들이 구체적인 재정 필요사항들을 교인들에게 알려서 그들이 기쁜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는 <연보>개념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바로 사도 바울이 한 방법 말입니다.(고후 9장5)

 

때로는 성도들을 옥죄며, 때로는 성도들을 <십일조 도둑>으로 만들면서, 성경적 근거가 이미 사라진 십일조를 열심히 거두어서, 성경적 근거가 이미 사라진 엄청난 성전들을 짓는 행위들이 과연 정상적인 기독교 교회인지, 유대 교회인지.. 솔직히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제사와 예물과 전체로 번제함과 속죄제는 원치도 아니하고 기뻐하지도 아니하신다 하셨고(이는 다 율법을 따라 드리는 것이라)(히 10 :8)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어이없는 설교 ▼

 

현재 세계적으로 십일조를 걷는 상위 교파들을 보면.. 먼저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 남부의 오순절 교파가 있습니다.  "십일조를 안 내는 것은 하나님의 것을 도적질하는 것이다." 라는 말라기의 구절을 엉뚱하게 인용해 선량한 성도들을 <십일조 도둑>, <범죄자>로 몰아치는 한국의 모 유명교회도 바로 이 오순절 교파에 속합니다.
 
특히 오순절 교회는 방언이나 성령치료 등을 강조하는 기복 신앙적인 종파로(이른바 <성황당 종파>라는 비판을 듣는),  십일조나 헌금을 강요하고, 어떤 오순절 교회에서는 예배중에 헌금바구니를 3번 돌리는 곳도 있을 정도랍니다.
 
다음, 여호와의 증인, 몰몬교(말일성도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북미의 worldwide church of god(WCG) 등이 십일조 leading group에 속하는데(Christian Ministry紙)..
 
보다시피 컬트 종교적 색채가 농후한, 거의 이단으로 분류되어 있는 종파들입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는 정상적인 교회에선 <교리적 컨센서스로> 전 세계적으로 십일조가 폐지되었다는 겁니다. 십일조를 폐지한 나라들 역시 치명적인 재정적 문제가 없었겠습니까? 아무리 곤란한 문제가 있더라도 <성경적이지 않기 때문에> 폐지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대신 이런 나라들에선 대부분 기부문화, 즉 교회 밖 문화인 parachurch 운동이 크게 발달되어 있어, 현실적인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다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십일조 문제는 교회의 재정적인 문제 등.. 그런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라, <성경적 근거의 문제>라는 겁니다. 성경적으로도 근거가 없고(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계 기독교 추세와도 역행하는 제도라는 겁니다.
 
아니, 확실한 성경적 근거가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런 폐지론이 나올 수도 없었고, 전세계 국가들 역시 아직도 십일조를 거두고 있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