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盧분향소 철거, 서울경찰청장이 지휘했다”

YOROKOBI 2009. 7. 22. 16:47

[단독]“盧분향소 철거, 서울경찰청장이 지휘했다”

 이인숙기자 sook97@kyunghyang.com

 

ㆍ유원일 의원, 주상용 청장 - 대한문 현장 무선 교신내용 입수
ㆍ“신속하게 처리하라”…‘기동단장이 독자 판단’ 해명과 달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다음날인 지난 5월30일 경찰의 서울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의 강제철거를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지휘한 정황이 나왔다. 경찰은 당시 분향소 철거는 ‘현장 지휘부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21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당시 ‘지휘통신 무선망 교신내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폐쇄회로(CC)TV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보고를 받고 지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신내용에 따르면 분향소 철거작업은 5월30일 오전 5시18분부터 16분간 진행됐다. 주 청장은 철거작업이 시작될 무렵인 5시17분59초에 “기동본부장, 경비부장 잠시 기다려봐”라고 이들을 호출하면서 지시한 데 이어, 21분34초 “신중하게 조치하세요”라고 지시했다. 주 청장은 23분50초에 다시 “신속하게 처리해. 뭐 별로 장애물이 없네. 보니까”라고 말했다. 주 청장은 철거작업이 끝난 이후인 38분55초에는 경찰력 퇴로 방향을 지시하며 “횡단보도로 건너라, 횡단보도로”라고 소리쳤다. 주 청장이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경찰청은 이날 강제철거가 문제가 되자 지난달 4일 자체 감사를 통해 “서울청 황덕규 1기동단장의 독자적인 현장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을 발표했지만, 이날 공개된 교신내용에 따르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많다. 철거가 끝날 즈음인 5시34분 무전기록에는 황 단장이 “알겠습니다. 대한문 쪽에 텐트 전부 점거한 상황이에요. 텐트 전부 다 걷어내고 대한문쪽 완전 확보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황 단장이 ‘윗선’에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교신내용에는 “전화좀 해봐요” “경비부장이 전화할게요” 등 유선을 통한 의사소통의 흔적도 나타난다. 유 의원은 “용산 참사 때 무선 내용이 공개돼서 그런지 경찰이 예민한 지시 내용은 무선이 아닌 유선전화로 해결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분향소 철거는 지난 감사 결과 발표대로 서울청 1기동단장의 독자적인 현장판단에 따른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경찰 작전은 서울광장 봉쇄가 중요했고 대한문 앞 상황은 지엽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CCTV는 모두 서울광장을 집중적으로 비추고 있었다”며 “광장 상황이 종료된 후 주변으로 화면을 돌리다가 대한문에 경찰력이 있는 것을 본 주 청장이 ‘부대를 철수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청은 황덕규 1기동단장(총경)을 경고하고 지휘 책임을 물어 서울청 장전배 기동본부장(경무관)을 주의 조치했다.

<이인숙기자 sook97@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