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솔로 생활 발목잡는 고민들… 화려한 싱글? 감춰진 그림자도 짙다.

YOROKOBI 2009. 12. 9. 18:14
싱글족이 세상을 움직인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은 독신 생활이 근사할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줬다. 올해 중반 방송됐던 우리나라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는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담아 젊은층의 인기를 끌었다.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 이제 혼기를 넘긴 골드 미스(Gold Miss), 골드 미스터(Gold Mr.)는 더 이상 화젯거리가 아니다. 이혼한 경험이 있는 '돌아온 싱글(일명 돌싱)'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겉보기에 화려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싱글 족에게도 그림자는 있다.

◇경제적 부담, 노후 불안=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7년 비혼 1인 가구(미혼, 이혼, 사별) 표본 집단 1204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혼자 살면서 곤란하거나 힘든 점으로 경제적 불안감(34.3%)과 위기상황 시 대처(30.1%)를 가장 많이 꼽았다. 헬스케어 홍보컨설팅사를 운영하는 이명신(45·여) 씨는 소개팅 자리에 마다하지 않고 자주 나가는 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늘 한결같이 '혼자가 좋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이제 '나 홀로 생활'에 익숙해졌다는 것.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은 그녀의 삶을 늘 옥죈다. 이씨는 "나중에 일할 수 없는 나이가 됐을 때 노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항상 걱정"이라고 말했다.

역시 미혼인 회사원 이 모(42·남)씨는 "얼마 전 대장암 수술을 받았는데, 그렇게 큰일을 한번 치르고 나니까 노후를 확실히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노후에 대한 불안은 독신 생활을 청산하려는 의지로 이어진다.

4년 전 이혼한 박 모(38·여)씨는 내년 4월 재혼을 계획하고 있다. 이혼 후 다니던 증권사를 그만뒀다는 박씨는 "전문 직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생계를 꾸려가기가 쉽지 않아 재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외로움과 주변 편견도 부담=혼자가 좋아서 결혼을 미루거나 혹은 스스로 이혼을 선택한 이들이라고 외로움을 떨쳐낼 순 없다.

외국계 제약사에서 홍보 업무를 하는 곽 모(37·남) 차장. 부산이 고향인 그는 1999년부터 11년째 서울에서 솔로 생활을 하고 있다. 곽씨는 "업무상 밤늦게 귀가하는 경우가 흔한데, 불 꺼진 방에서 한기를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식물을 기르고 집을 다양하게 장식해 보지만 '싸한 느낌'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모 방송국 작가인 윤 모(36·여)씨는 "평일엔 일이 바빠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면서 "특히 주말 저녁에 삼겹살이 먹고 싶은데 혼자 식당에 가야 할 때 불현듯 가슴이 서늘해진다"고 했다.

11년 전 이혼하고 쭉 혼자 살아온 최 모(49·여)씨는 "처음엔 자유를 얻은 것 같아 좋았는데, 금세 외로움이 한 묶음처럼 따라오더라. 특히 몸이 아플 때 누군가 옆에 있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고 털어놨다.

나이가 들수록 독신이 느끼는 외로움의 깊이는 더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심하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인제대 의대 정신과 우종민 교수는 "특히 미혼 또는 이혼 여성은 배우자가 있는 여성에 비해 우울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친구나 가족들과 접촉할 빈도가 줄어들고, 반면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될 기회는 커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독신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도 여전하다.

◇건강 챙기기 쉽지 않아=제주도 출신으로 서울에서 30년째 혼자 살고 있는 임 모(46·남)씨는 대학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상담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상태는 썩 좋지 않다. 심한 복부비만에 지방간, 당뇨병 전단계인 '내당능 장애'도 있다. 아침은 거의 먹지 않으며 점심, 저녁은 기름지고 국물 있는 음식으로 과식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는 기관지에 미세한 구멍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하루 한 갑씩 피워대는 담배가 원인이란 진단을 받았다. 임씨는 "누군가 세심하게 챙겨주지 않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독신자들의 건강이 가족을 이루고 사는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덴마크 오르후스시게후스 대학병원 연구팀이 2006년 30∼69세 싱글족 13만80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조사한 결과, 혼자 사는 사람이 배우자와 함께 사는 사람에 비해 급성심근경색증에 걸릴 확률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책임자인 키르스텐 니엘슨 박사는 "식사를 부실하게 하거나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는 싱글족의 식습관이 심장질환의 위험을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독신자의 사망률이 결혼한 사람보다 58%, 이혼이나 별거중인 사람은 27% 높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