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곡의 한국 현대사에 5ㆍ18은 가슴 아프면서도 한국 민주화에 한 획을 그은 장면으로 남아 있다. 최근 한국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민주화 운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5ㆍ18에 대한 의미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견 반가운 일이지만 국내에선 '5ㆍ18' 무관심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1980~90년대에 태어난 세대에게 5ㆍ18은 '빛바랜 역사'쯤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 관심도 참여도 없는 대학가
17일 S대학교 사회대 앞에서는 5ㆍ18과 관련한 스티커 설문이 진행 중이었다. 5ㆍ18이 남긴 것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없다'와 '80년대 민중운동의 불을 지폈다'는 내용이 비슷하게 나왔다. 치기어린 장난이라고 볼 수 있지만 5ㆍ18이 가진 의미를 감안할 때 대학가에서 이런 답변이 나온 것은 충격적이란 반응이 많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대학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정 모씨(25)는 "요즘 학생들은 5ㆍ18에 관심이 전혀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최근 대학생들은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민주화 이전에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국민 힘으로 얻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잘 와닿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기 앞날을 고민하는 데 바빠서 그런 면도 없잖아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너무 당연하게 민주주의 정치제도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민주화 운동이라는 말에 대한 무게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운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 대학교들도 마찬가지다. 고려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단대별로 5ㆍ18을 다룬 '화려한 휴가' 같은 영화를 상영하고 광주 순례를 다녀오기도 한다"며 "하지만 사실 그렇게 많이 참여하지 않고 관심도 별로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대가 '탈정치화'하고 있어 사회 현안이나 정치에서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5ㆍ18과 관련한 특별한 행사가 없었다. 총학생회가 비운동권 후보로 구성된 지가 이미 10년쯤 되면서 관련 행사도 계속 축소됐다. 한 성균관대 학생은 "광주 순례단은 총학 차원에선 안 가고 문과대 사범대 등 일부 단과대학만 간다"며 "행사를 해도 추진도 잘 안 되고, 기본적으로 모이질 않는다. 축제를 해도 관심이 없는데 5ㆍ18 관련 논의가 되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민주화한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예전 같은 관심을 불러모으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 분석도 나온다. 연세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인 김영민 씨(24)는 "예전에는 5ㆍ18이 대학에 와서야 충격적으로 알게 되는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5ㆍ18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대학 캠퍼스 내에서 기념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5ㆍ18을 기릴 방법이 많다. 그래서 대학 캠퍼스 내에서 참여하거나 치르는 행사가 적고, 밖에서 보기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에서 더 주목받는 5ㆍ18
국내에선 5ㆍ18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에선 한국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 사례를 교훈 삼아 자국 민주주의를 심화ㆍ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5ㆍ18기념재단 등 관련 단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5ㆍ18 광주 민주화 항쟁과 한국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지 오래다. 한국 인권 관련 사업에 대해 외국에서 관심이 높다. 최근 5ㆍ18기념재단이 공모한 국제 인권단체 지원사업에 모두 250여 개 단체가 신청했다.
2명을 뽑는 인턴직원 모집에는 각국 인권활동가 60여 명이 지원해 3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여는 '광주인권학교'에는 20명 모집에 200여 명이 지원했다. 한 인권운동가는 이에 대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민주주의가 공고하게 자리 잡은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세계 각국, 특히 아시아권 국가 인권활동가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시민단체들은 외국 인권활동가를 초청해 한국 민주화 역사를 전하고 있다. 5ㆍ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16일 아시아 6개국 인권운동가 16명을 초청해 민주 인권 평화로 대표되는 '광주정신'에 대해 토론했다.
외국에서 5ㆍ18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문 소개서도 나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광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 민주화 역사를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책을 17일 펴냈다. '한국민주화운동사(The History of Democratization Movement in Korea)'에는 한국 민주화 운동 역사와 성과, 한계 등을 통사적으로 언급했다. 이 책을 집필한 '행동하는 양심' 상임이사 이명식 씨(57)는 "우리는 우리 자산에 대해서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경험을 외국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 진전에 대한 고민도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 관심도 참여도 없는 대학가
17일 S대학교 사회대 앞에서는 5ㆍ18과 관련한 스티커 설문이 진행 중이었다. 5ㆍ18이 남긴 것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없다'와 '80년대 민중운동의 불을 지폈다'는 내용이 비슷하게 나왔다. 치기어린 장난이라고 볼 수 있지만 5ㆍ18이 가진 의미를 감안할 때 대학가에서 이런 답변이 나온 것은 충격적이란 반응이 많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대학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정 모씨(25)는 "요즘 학생들은 5ㆍ18에 관심이 전혀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최근 대학생들은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민주화 이전에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국민 힘으로 얻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잘 와닿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기 앞날을 고민하는 데 바빠서 그런 면도 없잖아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너무 당연하게 민주주의 정치제도와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민주화 운동이라는 말에 대한 무게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운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 대학교들도 마찬가지다. 고려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단대별로 5ㆍ18을 다룬 '화려한 휴가' 같은 영화를 상영하고 광주 순례를 다녀오기도 한다"며 "하지만 사실 그렇게 많이 참여하지 않고 관심도 별로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대가 '탈정치화'하고 있어 사회 현안이나 정치에서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5ㆍ18과 관련한 특별한 행사가 없었다. 총학생회가 비운동권 후보로 구성된 지가 이미 10년쯤 되면서 관련 행사도 계속 축소됐다. 한 성균관대 학생은 "광주 순례단은 총학 차원에선 안 가고 문과대 사범대 등 일부 단과대학만 간다"며 "행사를 해도 추진도 잘 안 되고, 기본적으로 모이질 않는다. 축제를 해도 관심이 없는데 5ㆍ18 관련 논의가 되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민주화한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예전 같은 관심을 불러모으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 분석도 나온다. 연세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인 김영민 씨(24)는 "예전에는 5ㆍ18이 대학에 와서야 충격적으로 알게 되는 사건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5ㆍ18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대학 캠퍼스 내에서 기념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5ㆍ18을 기릴 방법이 많다. 그래서 대학 캠퍼스 내에서 참여하거나 치르는 행사가 적고, 밖에서 보기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 외국에서 더 주목받는 5ㆍ18
국내에선 5ㆍ18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에선 한국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 사례를 교훈 삼아 자국 민주주의를 심화ㆍ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5ㆍ18기념재단 등 관련 단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5ㆍ18 광주 민주화 항쟁과 한국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지 오래다. 한국 인권 관련 사업에 대해 외국에서 관심이 높다. 최근 5ㆍ18기념재단이 공모한 국제 인권단체 지원사업에 모두 250여 개 단체가 신청했다.
2명을 뽑는 인턴직원 모집에는 각국 인권활동가 60여 명이 지원해 3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여는 '광주인권학교'에는 20명 모집에 200여 명이 지원했다. 한 인권운동가는 이에 대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민주주의가 공고하게 자리 잡은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세계 각국, 특히 아시아권 국가 인권활동가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관심에 힘입어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30주년을 맞아 시민단체들은 외국 인권활동가를 초청해 한국 민주화 역사를 전하고 있다. 5ㆍ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16일 아시아 6개국 인권운동가 16명을 초청해 민주 인권 평화로 대표되는 '광주정신'에 대해 토론했다.
외국에서 5ㆍ18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문 소개서도 나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광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 민주화 역사를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책을 17일 펴냈다. '한국민주화운동사(The History of Democratization Movement in Korea)'에는 한국 민주화 운동 역사와 성과, 한계 등을 통사적으로 언급했다. 이 책을 집필한 '행동하는 양심' 상임이사 이명식 씨(57)는 "우리는 우리 자산에 대해서 너무 쉽게 잊어버리고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경험을 외국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민주주의 진전에 대한 고민도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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