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배자, 즉 사회적 배려대상자...듣기에 따라선 참으로 따뜻한 말인데 정작 현실은 서글프기만 하군요. 사실 사회적 배려 당사자의 입장에선 듣기 거북할 수도 있을겁니다. 자신이 처해있는 열악한 환경으로 말미암아 누구로 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 어른이라도 의기소침해 질 수밖에 없을 터, 하물며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의 아이가 받아들여야 할 혼란스러움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겁니다...

얼마 전 영훈 국제중학교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이 석연치 않은 사유로 입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분들이 어이없어 하거나 그들의 그릇된 작태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적격, 부적격을 떠나 사회 저명인사의 자제가 사배자로 둔갑하는 것에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사회지도층들의 부도덕한 윤리의식에 울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결국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같고, 마침내 이재용은 아들을 자퇴시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하오나 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영훈 국제중학교의 입학비리가 드러나게 됩니다...
이번 주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는 영훈 국제중의 탈선과 비리, 그리고 재단의 총체적인 부실과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게된 이유를 밝히려는 의도로 취재했더군요. 우선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책임을 통감하고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던 교감이 과연 이 사건에 몸통이였냐는 것입니다. 답은 글 벗님네들도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천만에" 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것은 예측 가능했기에 국제중의 태생 부터 문제점을 제기를 해왔고, 사배자 제도가 교육기회의 형평성 제고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 취지는 무색해졌고 편법과 반칙이 난무하는 교육 현장은 그들의 먹이사슬에 갇히고 만 것이죠...
# 재단 이사장의 비겁한 변명, 어른으로서 차마 보여서는 안 될 파렴치함의 극치!!
영훈 국제중 재단 이사장 김하주의 작태를 보면 우려했던 바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쉽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직 집도 마련하지 못하고 전세집을 전전하고 있다. 또한 재단으로 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입학비리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다. 자신은 이 사건에서 결백하고 더 이상 아는 것이 없다며 터무니없는 주장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취재한 바로는 취득세만 3억인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고, 결재 도장도 항상 자신만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그런 헤괴망측한 궤변이 통할까요? 자살을 선택한 교감에게나 자신의 반칙과 거짓말에 피해를 입은 아이들에게 부끄럽거나 죄의식은 들지 않을까요?...
그의 탐욕스러움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공공연히 교육계의 대두인 척 행세하며 사배자 전형의 허점을 이용하여 입학장사를 하기에 이릅니다. 아시다시피 영훈 중 입학정원 160명 중 32명만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 특별전형으로 선발된 신입생입니다. 이들 중 절반인 16명에게는 수업료와 방과후 교육활동비 등을 모두 무상지원하고 나머지 절반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 하는 것으로 국제중 지정을 받았죠. 여기서부터 비리와 편법을 동원한 반칙이 횡행합니다. 소위 "아버지 뭐하시노?" 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누구의 자녀인지 신원 노출한 채 심사하고 입학예정자를 미리 낙점하는 신공을 부리는 것이죠...
입학에 중요한 요건인 추천서, 자기개발계획서 등 서류평가서는 허울 뿐이고, 이미 재단 이사장의 술수로 모든 것은 정해져 있었다 이렇게 보시면 틀림이 없을겁니다. 물론 그 대가는 막대한 금품이었구요. 경이로운 것은 마치 승은이라도 베푸는 것 처럼 오히려 당당했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럴진데 김하주 이사장이 몰랐다? 난 관여한 적 없다? 철면피가 아니고서야 감히 할 말은 아닌 듯 하고, 그의 파렴치함에 치가 떨립니다. 자신은 편법과 비리, 그리고 반칙을 일삼으면서 아이들에게 정의와 진리를 깨우치고 탐구하라 말 할 수 있다니 참으로 기함할 노릇입니다. 이미 비리의 온상으로 변질된 국제중의 지정 취소를 검토할 단계가 왔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 학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로 전학마저 거부하는 교사...
없는 살림에 대출까지 받아 건낸 촌지의 액수는 차치하더라도 그것을 거리낌없이 받아 챙긴 교사들의 작태 또한 비난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견디다 못해 전학까지 결심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주저 앉아 있으라는 것이었으니,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과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겁니다. 또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자 급기야 부정입학한 학부모의 입을 건사하는 친절함(?) 을 보이기도 합니다. 더더욱 학교관계자의 입을 통해 나온 발언은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검찰은 따로 손쓰고 있으니 학부모님 입만 닫아 주면 된다는 것이죠. 도대체 이들의 광범위한 커넥션은 어디까지 닿아있는 것일까요? 얽히고 설킨 이 고리를 끊어내지 않고 묵과한다면 제2.3의 국제중 비리는 재현될 것이고, 그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우리 사회에 악영향만 끼칠 것입니다...
학교는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을 길러내는 곳이지 학교가 필요한 사람을 불러 모은는 곳이 아닙니다. 가치관과 인성이 허물어진 교육은 괴물을 생산하는 공장에 불과합니다. "상류층인 나는 특별하다. 너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같을 수가 없어, 아니 따라올 수 없으니 미리 포기하는 것이 현명할거야"... 이런 인성이라면 죽마고우는 고사하고, 열악한 환경속의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좌절감 부터 안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좋은 환경속에 받는 교육이 절대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까지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사회지도층 자제들은 이 말을 가슴깊이 새기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고, 가치있는 삶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헌신, 그리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끝없이 모색해야 될 것입니다...
# 사회지도층의 부도덕한 윤리의식에 경종을 울릴 기회가 됐기를...
우리는 싫든 좋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능력 위주의 사회에서 부딛치는 괴리감에 곧잘 절망을 느끼기도 합니다. 능력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고 능력없는 사람은 하찮은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하물며 재산이 없다는 단순한 이유로 하찮은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결코 재산이나 학벌로 평가해서는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저 사람 부자야?"...고개를 끄덕입니다. 또 묻습니다. "그러면 저 사람 착하기도 해?"...우리는 강하게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루저일까요?...
이번 국제중 사건으로 우리 아이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어른들의 광기, 이제 좀 부끄러움을 아셨으면 합니다...
당신들로 인해 아이들의 가치관과 인성이 허물어진 것은 아닌지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장사치의 논리로 재단하지 마십시요!!...
소외된 약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뱀발... 수사대상에 전여옥의 아들도 포함됐었는데 어찌 됐을까요?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