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특강 연재를 시작하며 >
서정수 (한양대 국문과 교수, 국어정보학회 회장)
무릇 산마루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지만 그 가운데는 바른 길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 바른 길 곧 좀더 확실하고 빠른 길을 찾아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글을 쓰는 데도 꼭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제부터 글을 짓는데 반드시 알고 익혀야 할 바르고 빠른 길을 찾아서 그 길로 곧장 내닫도록 해야 한다.
첫째로 글을 쓰려면 왜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지 그 목적을 바로 알 아야 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생각하는 힘을 깊고 알차게 가꾸기 위 해서 글을 쓴다. 글은 오랫동안 간직되고 널리 전달되는 것이므로 그 만한 값어치가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좀더 새롭고 남다른 알찬 내용을 엮어 내려고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하고 고심 을 하기도 한다. 더구나 글을 쓸 때는 대개 시간 여유를 가지고 차분 히 생각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생각을 다각도로 가다듬어갈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는 우리의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게 되는 것 이다.
우리가 글을 쓰는 또 한 가지 목적은 우리의 생각을 널리 교류시킴으 로써 삶과 문화와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글은 개인의 생각을 가 다듬어서 알차게 할 뿐 아니라, 그러한 생각들을 서로 주고받게 함으로 써 한층 더 깊고 참신한 생각을 낳고 가꾸어 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의 생각이 글을 통하여 만나고 부딪치는 과정에서 끝없이 옹글차고 값진 사상으로 꽃피게 된다. 일찍이 알랑은 그의 <문학론>에서 "가장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남의 생각의 좋은 점을 따와서 그것을 한층 발전시키는 이이다"라고 하였다. 케네디 대통령도 "우리들이 무엇보다 도 필요한 것은
새로운 생각의 계속적인 흐름"이라고 갈파하였다.
이제까지 우리는 앞선 이들의 글을 통하여 이루어 놓은 공동의 문화 마당에서 많은 일깨움을 받으면서 자라 왔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남 들에게 문화적으로 빚을 진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계속 공부 를 해서 생각과 지식이 깊어짐에 따라 그것을 글로 표현해서 문화의 공 동 터전에 좀더 능동적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이제까지 진 빚도 갚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글솜씨를 기르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글을 한 편도 못 쓰는 사람은 인간 문화의 공동체에서 낙오 될 뿐 아니라
받기만 하고 줄 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둘째로 글을 잘 쓰려고 하면 우선 글짓기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 하였듯이 시작을 해야만 한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도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런데 시작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무슨 일이든지 첫발을 내어 디디기가 마음 먹은 것처럼 되지 않는 일이 많다. 우리는 누구나 얼마만큼은 보수성 과 조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는 글쓰기를 꺼려하고 시작을 미루어 오는 사람이 상당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 러나 이러한 주저와 머뭇거림의 마음을 깨뜨리고 붓을 잡고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는
"용기"가 없으면 글 솜씨는 언제까지라도 닦아지기 어 려울 것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글을 쓴다는 것이 어렵다는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 글을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 대개 "글은 소질이 있 는 사람이나 전문가들만이 쓴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말을 할 수 있고 글자를 익힌 이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게 마련이다. 글 이란 문자 언어 곧 글자로 적어낸 말이기 때문이다. 말을 하고 싶을 때 상대방을 만나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다는 마음가짐으로 붓을 들고 종이 위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 나간다면 글이 된다. 물론 좀더 알차고 짜임새 있는 글을 쓰려면 그 기본 요령을 익혀야 하겠지만 자기의 생각 을 가볍게 나타내는 짤막한 글은 언제라도 써낼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또 한 가지 열쇠는 처음부터 명문이나 미문을 꿈 꾸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글이란 문학가나 전문 문필가들이 쓰는 이름난 글이나 아름다운 문학적인 글만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 생활 속의 생각과 느낌을 진솔하게 담아서 나타낸 글이 그런 이름난 글 보다 더 소중하고 알뜰한 것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는 글이라고 하면 문학적이거나 칭찬을 들을 만한 멋있는 글을 생각하는 그릇된 경 향이 있다. 그런 잘못된 생각을 떨쳐 버리고 "첫술에 배부르랴" 하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글을 시작하여야 한다.
셋째로 글을 짓는 데는 그 기본기(基本技)를 튼튼히 익히고 다져야 한다. 좋은 운동 선수가 되려면 처음부터 기본기를 잘 닦아야 한다 고 한다. 그래야만 큰 선수로 성장할 수가 있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서 기본기를 닦는데 열성을 다하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는 데도 그 기본기를 닦지 않고 남이 쓰는 글을 보고 대강 그 요령을 알아 가지고 글을 써서는 발전이 없다. 그런 사 람의 글은 늘 한계가 있고 또 그 짜임새가 허술한 것이 보통이다. 우 리는 이제부터 글짓기의 기본기를 제대로 닦아 보도록 함께 힘쓰기로 한다.
글의 기본기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주제 중심으로 글을 쓰는 기본 원리와 방법을 철저히 익힌다.
2) 글의 중간 조직체인 단락(문단)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게 글을 쓰 는 솜씨를 닦는다.
이 두 가지는 글을 쓰는 이가 최소한도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기틀이다. 낱말이나 문장을 알맞게 골라 쓰는 등의 초보적인 능력을 갖춘 이로서 위의 두 가지 기본 솜씨를 잘 익히고 닦아 놓으면 어떤 글도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우리의 주변에는 이런 기본기를 닦지 않고 쓰는 글들이 많은데, 우 리는 그런 잘못된 길을 걷지 않고 먼저 이 기본기를 철저히 닦아 나가 도록 최선을 다 하여야 한다. 국어정보학회의 글쓰기 특강은 그러한 기본기를 가장 빠르고 바르게 몸에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최대 역 점을 둘 예정이다. 따라서 글쓰기 특강을 철저히 익히는 이는 글쓰기 의 기본 솜씨는 물론이고 사고력과 논술력 향상에도 뚜렷한 향상을 보 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퇴고의 기법 1-형상화 (0) | 2007.05.28 |
---|---|
[스크랩] 글쓰기 특강 2 (0) | 2007.05.28 |
[스크랩] '고문진보' 한글 세대용 (0) | 2007.05.25 |
[스크랩] 김삿갓을 찿아가다. -강원도 영월 (0) | 2007.05.24 |
[스크랩] 懶 婦 (게으른 아낙네) / 김삿갓 (0) | 2007.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