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의 기법 1
시를 쓰면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는 내가 언제 그 안에 들어가느냐 하는 문제이다.
성급히 들어가서도 안 되며 시기를 놓쳐 너무 늦게 들어가면 흐름이 깨져 시를 망가뜨리게 된다.
독자들이 눈치채지 않게 시기 적절하게 나를 집어넣는 일,
딴청을 부리는 체하며 은근슬쩍 내 할 말을 다하고 끝을 맺는 능수능란한 솜씨는 언제나 가능해질런지.
부채 이야기 속에 내 이야기가 다 들어가 있는데도 왠지 내 이야기는 빠진 듯하여
결국 ‘나’를 집어 넣고는 흐뭇해 했으나 시를 망침을 어쩌랴.
이 시 역시 초보자들이 빠뜨리지 않고 쓰는 추상적인 단어, ‘한숨’ ‘그리움’을 쓰고야 말았다.
시의 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외로움’ ‘쓸쓸함’과 같은 직설적 언어를
삼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알맞은 이미지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환 부분인 3연에서는 꼭 내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그래야만 직성이 풀리니까. 그리고는 이 단어 때문에 이 시를 쓰게 됐노라고 강력히 주장을 한다.)
시를 쓸 때는 시에 빠져 제 약점이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런 때는 일단 접어 두었다가 일 주일 후 다시 열어 보고 확인을 하는 방법이 좋다고 한다.
감정이 사그라진 후, 즉 객관화가 된 시선으로 시를 보면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약점이 뚜렷이 보여 제 스스로 낯을 붉히게 된다.
그런데도 이런 단어를 지우고 나면 시가 안 되는 것 같은 착각에 선뜻 지우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형상화’라는 작업이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출처 : 퇴고의 기법 1-형상화
글쓴이 : 소네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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