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스크랩] 퇴고의 기법 2-시를 삭히는 법

YOROKOBI 2007. 5. 28. 16:23

퇴고의 기법 2-시를 삭히는 법


음식을 만드는 과정 중에 ‘삭힌다’는 말이 있다.
김치나 젓갈, 식혜 등을 제맛이 나도록 익히는 것인데 중요한 건 인위적으로 익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적당한 온도와 바람, 햇빛 등 자연적인 요소로 숙성시켜야만 잘 삭혀진다고 하겠다.
전문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음식물 속에 있는 효모나 박테리아같은 미생물에 의해서
유기 화학물이 분해·산화·환원하여 유기산이나 탄산가스 등이 생겨서 발효되는 것이다.
잘 익고 맛있게 삭은 고추장만 해도 그렇다.
메주가루와 고추가루, 엿기름가루, 소금물 등을 골고루 섞어 버무린다.
이것을 항아리에 담아 통풍이 잘 되고 양지바른 곳에서 낮에는 햇빛을 쪼이고,
밤에는 뚜껑을 꼭 덮어 물기가 스미지 않게 해서 두 달 이상이 지나야만 제대로 삭혀져서 맛이 나게 된다.

또 한 가지 예를 든다면, 내가 좋아하는 반찬 중에 가자미 식해라는 것이 있다.
함경도가 고향인 어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인데 잘 삭혀진 가자미 식해의 맛은
‘입에 살살 녹는다’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겨우내 먹을 김장을 끝내놓고 나면 꼭 가자미 식해를 담그시는데
노르스름한 색깔이 도는 참가자미를 결대로 썰어 놓고,
고슬고슬하게 지은 좁쌀밥에 채로 썬 무와 엿기름가루를 섞은 다음 고추가루를 듬뿍 넣어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다.
버무린 것을 키작은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은 다음 웃소금을 살짝 쳐서 바람이 잘 통하고
그늘진 곳에 두었다가 열흘쯤 지난 뒤에 꺼내 먹는다.

요즘 들어서 건강에 신경들을 쓰다보니까 이처럼 발효된 음식이 항암 효과가 있다고 환영을 받기도 하는 듯하다.
폐일언하고, 앞의 예를 든 조리 과정을 보건대 ‘삭힌다’는 건 지적한 것과 같이
열을 가하는 등의 인위적인 방법으로 익힐 수가 없다는 점,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한두 시간이나 하루이틀에 빨리빨리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마다 다르지만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맛이 숙성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멸치젓갈같은 경우는 몇 달간의 낮과 밤이 지나야만 소금에 버무린 생멸치의 살과
뼈가 녹아서 잘 익은 젓국이 우러나는 것이다.



출처 : 퇴고의 기법 2-시를 삭히는 법
글쓴이 : 소네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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