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과 같이 자연과학 지식이 일반화된 시점에서 “내일도 태양은 동쪽에서 떤다.”라는 명제는 정말 지당하고도 올바르다는 사실을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푸른 리트머스 종이를 산성 용액이 담긴 용기에 담그면 붉은색으로 변화된다는 것은 요즘은 초등학생이라도 알 수가 있는 상식의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만약 “내일 태양은 서쪽에서 뜰 것이다”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신념을 떠나 무지의 소치이거나 미친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아울러 붉은 색 리트머스 시험지를 알카리성 용액에 담그며 푸른색으로 변화 시킨다 해도 그것을 마법이라고 놀라는 이는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없는 형국이다.
이처럼 자연과학의 범주는 이미 지식의 수준을 넘어 우리 생활 곳곳에 실용화의 단계에 이르러 있고, 이러한 과학상식은 초등학생이 행하든 대학교수가 행하든 정당한 방법과 과정을 거친다면 그 결과는 모두 동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자연현상을 밝힌 범주를 통틀어 자연과학이라고 통칭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어떤 사람이 동전을 하늘을 향해 던지며 이번에는 반드시 뒤쪽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믿을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전자가 어떤 질서와 체계가 있는 자연과학의 범주라면 후자는 통계적 확률을 따져야 하는 불확실한 영역과 여타 환경변수의 개입에 좌우되는 불가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두 영역 간에 존재하는 엄연한 차이를 인식해야만 결국 우리가 추구하려는 영역에 대한 이해를 선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시장의 가격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에 대하여 알기를 원한다. 물론 여기에도 자연과학이 아닌 수학적 통계학의 이론을 통하여 그 확률을 구하는 방식과 경제학적인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른 향후 가격변화를 예견하는 패러다임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패러다임의 세계를 아무런 전제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야에 시장 가격형성의 원리가 존재하고 있는지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 우리가 취급하고자하는 주가지수 선물거래에 있어 “주가지수”라는 분야는 실제로 존재하는 상품도 아니며, 그 수요나 공급이라는 것 역시무의미한 무형의 실체요, 형이상학적 금융상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명한 사실을 직시할 수만 있다면, 왜 본인이 이토록 단순한 시스템 설계에 앞서 마치 철학적인 사고를 너저분하게 널어놓고 있는지에 대한 본의를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을 한다.
바로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채택한 방법이나 설명해야할 현상에 대한 일정한 기준조차도 없다면, 결국 우리는 그 어떤 공통된 소신을 가질 수가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함으로써 그에 관한 새로운 관찰이나 실험은 비교적 자유로운 가운데서도 일관성을 갖는 공통된 패러다임부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함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현존하는 패러다임의 종말을 구하고 우리가 논의하려는 분야에 대한 “기초부터 새롭게 확립되어야만 한다.”라는 대전제 하에 그 논의의 터전을 만들어 가고 있는 단계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사전의 검토와 논의를 통해 최소한의 패러다임조차도 갖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모든 사실들이 똑같이 적절한 것처럼 보이는 오류 속으로 빠지고 말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 때문에 이렇게 수많은 얘기들을 되씹으며 조심스럽게 접근해 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패러다임을 거부하는 결정은 항상 다른 패러다임을 수용하는 결정이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이론의 허위성 증명과 표면상 갈등의 제거 실패는 경쟁적 이론의 난립만을 초래하고, 문제 해결의 실패로 돌아 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초석을 세우는 작업을 선행하려는 이유인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 덤벼들고자 하는 이 세계에 예상되는 즉 동화 가능한 결과의 범주는 우리가 상상력의 날개로 펼치는 범주의 폭보다 훨씬 작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좁은 범위에 들지조차 않는 결과를 가져오는 작업은 결국은 연구의 실패로 돌려진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결과를 사전에 초래치 않을 수 있는 개념의 정립과 초석의 마련을 우선적으로 선행하려는 것이다.
그럼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이 세계에 직접적으로 침투하여 전통적 패러다임을 실체를 파헤치는 가운데, 우리가 지금 수행하려는 시스템 설계 작업의 기반을 마련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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