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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공관복음서에 나오는 가이사랴 빌립보 담론이 종말론(Eschatology)과 기독론(Christology)을 전제로 한 기술이며 동시에 그러한 기독론의 틀 속에서 베드로의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쓰여진 이야기라면 이 도마복음의 이야기는 전혀 그러한 기독론을 전제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메시아의 비밀”을 암시하는 종말론적 경고가 들어 있지 않다. 공관복음서의 담론은 “내가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시다”라는 베드로의 고백을 통하여 예수가 그리스도됨을 구현하기 위하여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예고, 그 예고가 더 중요한 테마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예고를 받아들이는 자 또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좇아가야만 한다.
여기서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내가 무엇과 같은지” 진실로 생각하는 바를 말해 보라고 요구한다. 이에 베드로는 “의로운 천사”(a righteous angel) 같다고 말한다.
천사는 “메신저”(messenger)로도 번역된다. 하나님의 말을 전하는 의로운 천사와도 같다. 베드로는 역시 어떤 신적인 커넥션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마태는 “현명한 철학자”(a wise philosopher) 같다고 말한다. 천사에 비하면 매우 땅적(earthly)이다. 세속적인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를 너무 헬레니즘의 토양에서 분리시켜 생각하고 있다. 예수는 실제로 당시의 갈릴리 민중에게는 견유학파의 철학자(a cynic charisma)처럼 인식되었던 것이다. 마태의 고백은 매우 현실적인 예수의 민중적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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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도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말하여진 도는 참다운 도가 아니다.
道可道, 非常道.
한번 이렇게 생각해 보자!
예수를 예수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말하여진 예수는 참다운 예수가 아니다.
예수가 “누구라고” 규정하는 인간의 말들이 과연 살아있는 예수를 참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예수를 베드로처럼 그리스도라는 말로 규정한다고 해서 예수는 그리스도가 되는 것일까? 그리스도가 과연 무엇일까? 도마는 근원적인 규정성을 거부하는 의미에서는 인간 사유의 초극점을 달리고 있다. 나의 입은 도저히 당신이 누구라는 것을 말할 수 없나이다!
이에 예수는 말한다. 그대가 규정성을 거부한다면 옳다! 나는 그대의 스승도 아니로다. 하나의 스승(a Teacher)이라는 규정성조차도 사라져야 할 인간의 말일 뿐이로다. “그대는 취하였도다. 저 부글부글 솟아오르는 광천샘으로부터 직접 많이 마셨기에.” 이것은 저주 아닌 최고의 찬사이다. 같은 나그함마디 라이브러리에 속한 문헌인 『제8천과 제9천에 관한 담론』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모든 권능을 초월하는 권능의 시작을 나는 발견했노라. 그것은 시작도 없다. 나는 생명으로 부글부글 솟아오르는 샘을 본다. 나는 마음이로다. 나는 보아왔노라! 인간의 언어는 이것을 드러낼 수 없나니라.”(NHLE 324-58).
생명의 샘물을 직접 들이켠 사람은 예수의 마음을 언표(言表)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장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예수가 제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제2부는 예수가 도마의 대답을 듣고 그에게 무엇인가를 비전(秘傳)하는 장면이다. 제3부는 예수는 사라지고, 도마와 다른 제자들이 대화하는 장면이다. 예수는 도마를 특별 취급하여 은밀한 장소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에게 비전의 세 마디를 전한다. 그 세 마디가 세 개의 단어였는지, 세 종류의 다른 메시지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메이어(Marvin Meyer)는 타 문헌에 비정하여 그 세 마디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허망한 노릇이다. 그 예수의 말조차 근원적으로 인간의 언어를 초월하는, 개념적 언사의 저편에 있다. 그것은 절대(絶對)다. 절대란 모든 대(對: 개념적 짝)를 단절시키는 것이다. 제2부는 내레이터의 내레이션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제3부에서 도마는 예수에게서 무엇을 들었는지를 궁금해하는 제자들을 향해 외친다: “내가 예수께 들은 말 중 한마디만 이야기해도 너희들은 나를 돌로 쳐죽이려 할 것이다.” “돌로 쳐죽인다”는 표현은 그 말의 내용이 이미 정통적 사유를 벗어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나 그 돌에서 불길이 솟구쳐 너희들을 불살라버릴 것이다.
『바돌로매 복음서』 2:5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진리를 묻는 제자들을 향해 마리아가 말한다.
“나에게 이 신비에 관해 묻지 말라. 내가 그것을 말하기 시작하면, 나의 입으로부터 불길이 솟아 이 세상을 다 불사르리라.” 언표될 수 없는 궁극적 진리에 대한 단절을 상징하는 표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