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은진수 전 감사위원 긴급체포… 측근비리 파문 확산

YOROKOBI 2011. 5. 31. 09:36

2011-05-30 오후 1:49:45 게재
청와대 인사철학 부재가 빚은 '사고'
감독기관에 측근 앉히면 로비집중 불가피 … 지난해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도 같은 맥락

30일 새벽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은진수(50) 전 감사위원이 긴급체포됐다. 은 전 위원이 부산저축은행 퇴출 저지를 위해 청와대와 측근실세에 로비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권력형 비리로 확산될 개연성이 커지면서 청와대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은 전 감사위원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뒤 "타인의 업무를 감독하고 감찰하는 조직의 비리는 용납돼선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를 청와대와 무관한 것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오히려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사철학에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감사·감찰기관에 측근을 앉힌 인사철학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보수성향의 한 원로인사는 "은진수 사건은 측근인사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말했다. 실제 감독·감사기관에 측근핵심을 앉히면 로비가 집중되게 되어 있다.

은 전 감사위원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을 맡아 'BBK 대책팀'을 이끈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감사원 감사를 받았던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감사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힘'이 필요했고, 힘 있는 인사에게 로비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했다.

이 대통령의 인사철학 부재는 지난해 말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독립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감사기관에 수석비서관 출신을 앉히려고 한 것 자체가 철학부재를 입증하는 것이다.

2009년 은씨의 감사위원 내정에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했지만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안상수의 반란'으로 정동기 감사원장 임명은 불발로 끝났지만, 이 대통령은 당시 안 대표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감독·감찰기관에 측근인사를 앉히는 게 무슨 문제냐'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엔 점퍼 차림으로 금감원을 전격 방문, '감사비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26일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찾아 1시간여 머물면서 '성역 없는 조사와 지위고하를 막론한 엄중한 처벌'을 주문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더구나 측근인사는 바로 '권력형 비리'와 연결될 개연성이 적지 않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검찰의 칼은 현재권력의 약한 고리를 향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 정권 인사들은 '돈'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다.

집권 초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여권인사는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은 출범 때부터 '국민들이 MB에 대해서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불법한 사실만 없다면 일을 잘하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 지배했다"고 전했다. 핵심인사들이 돈 문제에 쉽게 노출될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는 얘기다.

'은진수 사건'처럼 '인사철학 부재'와 '돈철학 부재'가 만나면 파열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급격하게 레임덕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요즘 잠 못 이루는 측근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다. 청와대가 '은진수 사건은 개인비리 문제'라면서도 전전긍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