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특히 "88년 총선이후 한나라당 독식구조가 되면서 변화하지 못했다"면서 "변화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치팀의 엄지맨들은 오전 9시30분께 부산역에 도착했다.
황방열 팀장은 부산 지역의 전직 언론인을 만났고, 안홍기 기자는 부산 민심 이반에 영향을 준 동구 초량동의 부산상호저축은행과 자갈치 시장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오전 11시20분] "한나라당 찍으라? 그러면 누가 듣겠는교"
안홍기 기자는 택시를 탔다. 운전대를 잡은 박아무개씨는 부산사투리로 적나라하게 민심을 전했다.
"이젠 아무래도 당보다는 인물 위주로 안뽑겠는교. 인자는 부산 사람들도 성숙해 가 인물만 좋으면 민주당도 당선될끼라."
그는 이어 "신공항 안된 거 보면 한나라당 못믿겠다 카는기고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신공항은 밀양으로 완전히 물건너 가는거지"라면서 "그런데도 한나라당 찍으라 하면 듣겠는교"라고 말했다.
박씨의 발언을 트위터로 날렸더니, 트위터리언들은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가 남이가!!!(okjungwater) 이제...?! 진작 좀 그러지...(Kohgogo)
[낮 12시40분] "이명박 정부 '초잡게'했다"
8일 오전에 엄지맨들이 만나본 한나라당에 대한 부산 민심은 싸늘했다.
지난 5월 17일 여론조사 결과보다 체감기온은 더 떨어졌다.
심지어 황방열 팀장이 만난 한나라당 소속 부산 시의원조차도 민심 이반 현상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싸늘함을 느꼈다. 한나라당 싫어하는 사람들은 명함을 아예 안 받는데, 명함을 받는 사람들도 돌아서서 비웃더라. 씩웃으면서 '자식들 두고보자'는 그런 느낌이었다.
한나라당 당원들, 심지어 선거운동원들도 허남식 시장 안찍은 사람들이 꽤 있다.
선거는 흐름인데 이게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그는 그 원인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실책에서 찾았다. '초잡게'(치사하다의 경상도 사투리)했다는 것이다.
"경제 좋아졌다고 하는데 실제 그렇지 않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여기 사투리로 초잡게 했기 때문이다.
부산사람들은 초잡게 하는 게 굉장히 싫어한다. 별 것도 아닌 걸로 사람 쫓아내고, 계속 말 뒤집고."
그는 특히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정길 후보가 45%정도 얻었는데 그가 부산에서 아주 인기가 좋은 편은 아니다"라면서 "누구든 야당 단일후보로 나왔으면 그 정도 나왔을 것이고 더 인기있는 사람 나왔으면 당선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으로는 허남식이 더 낫지만 당이 싫다는 것"이었다
비오고 바람 부는 부산 자갈치시장.
영도 청학동에서 40년 토박이로 살아온 권아무개(60대)씨도 부산이 '젊은 참신함'을 원한다고 평가했다.
안홍기 기자와 만난 그는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젊은 사람이 나와서 영도를 살리는 참신한 공약을 내놓으면 유리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영도 뿐 아니라 부산 전체적으로도 한나라당 몰표는 안 나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권씨와 함께 있던 권씨 부인은 "그래도 한나라당"이라며 "민주당은 전라도 당인데 부산에서 뭘 해줄끼고"라며 권씨에게 퉁을 줬다.
자갈치시장 한 식당의 여 사장(60대)은 '선거 열기'를 느낄 수 없는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보통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안 남고 하면 한나라당 공천 받으려는 사람들이 미리 시장에 돌아다니면서 인사도 하고 그러는데 올해는 안 그렇다"며 "예전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3시 10분] "박근혜에 맞서 문재인이 고공전 담당하면..."
황방열 팀장이 만난 한나라당 소속 부산 시의원은 민주당이 벌써부터 들떠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을 만나서 '실제로 들떠있냐'고 물어봤다.
그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면서도 "우리는 아직 18개 의석 중 절반도 인물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산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서 문재인 전 실장이 고공전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에 손색없는 인물들 내세우고 야권후보 단일화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부산 총 18석의 1/3인 6석이 뻥이 아니다"라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 부산에서도 전면에 나서겠지만,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일 거다.
그런데 17대 때와 지금은 다르다. 당시는 탄핵과 정권초기 기대감 때문에 급격히 상승했다가 식었지만 지금은 반 한나라당 정서가 서서히 구조화되고 있다. 그때와는 다르다.
한나라당 독식 20년동안 부산은 인천에 밀려 제3의 도시가 된다는 위기감이 있다.
인구가 50만명이 줄어서 350만명 수준이다. 인천은 배로 늘어 250만명이다. 출생률은 꼴찌고.
부산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서 문재인 전 실장이 고공전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후 3시 30분] "부자들만 돈 찾았다"
자갈치 시장에서 나온 안홍기 기자는 '부산 민심'을 들끓게 한 부산상호저축은행을 찾았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현재 두달 넘게 은행을 점거한 채 농성을 하고 있는 상태. 은행 출입문에는 이런 대자보가 붙었다.
"은행고객 모두가 VIP다. 저축은행 피해자 모두 보장해라."
"부자들만 돈찾는 MB정권 물러가라. 특혜받는 부자들, 발만동동 서민들. 문닫힌 셔터 안에서 부자들만 돈 찾았다."
[오후 4시 50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구의원'으로 불리는 이유
이번엔 황방열 팀장, 안홍기 기자 모두가 한 인물을 만났다.
'부산 정치'를 꿰뚫고 있는 송대성 <부산일보> 정치부장이다.
그는 "민주당은 다음 총선에서 자신들이 부산에서 5~6석 정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허황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는, 경제난이다.
그는 "부산에 광고를 할 만한 기업이 없을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하다"며 "대표적인 지역 신문인 우리 형편이 어려운 걸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토로했다.
송 부장에 따르면 이 같은 '부산 위기론'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초조해하고 있다.
그는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구의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며 "내년이 총선인 상황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렇게까지 일찌감치 지역에서 스킨십에 열중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최종: 오후 6시 40분] "한나라당만 찍는 부모님, 이해 되지 않아"
그렇다면, 현역 한나라당 의원이 바라 본 부산 민심은 어떨까?
금정구가 지역구인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초선)은 "부산 민심이 한나라당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를 보내던 상황과는 분명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황방열 팀장과 만난 김 의원은 '달라진 민심'의 이유로 "수도권에 대한 소외감, 서울과의 격차심화 등이 오래 누적된 문제라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저축은행 사태 등이 직접적인 요인"이라며 "저축은행은 직접적인 피해가 많고 절박함이 크게 느껴지는 문제로 파장이 크다,
지난 20년간 한나라당의 독점적 지배현상이 지역정치 발전을 촉진하지 못했다는 점을 겸허하게
인정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박 전 대표가 전면에서 내년 총선을 이끌 가능성이 높지만 요즘 시대에 누가 나온다고 일방적으로 정리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이제까지 지도부가 국민에 대한 설득력과 비전제시가 약했다는 점에서 일관된 신뢰와 리더십을 보여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20대 민심'을 탐색하기 위해 부경대학교를 찾았다.
학생회관에서 만난 이성용(23)씨는 "등록금이 다른 학교에 비해 별로 이슈가 안 되고 있다"며 "그래도 다른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에게서 등록금 부담이 많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등록금 대책을 실효성 있게 잘 만든 정당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대생인 최아무개씨는 "가을에 군대에 갈텐데 부재자 투표는 꼭 할 것"이라며 "야당 후보가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나온 걸 못 봐서 어떤 야당을 찍을지 잘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무조건 한나라당만 찍는 게 이해 되지 않는다"며 "이명박 정부의 표현의 자유 억압이 심해 인터넷 활동이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93205&CMPT_CD=P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