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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옮긴글> 시스템 설계(9)

YOROKOBI 2007. 6. 13. 16:37

이제 우리는 “주가는 분명 예측할 수가 있다.”라는 큰 패러다임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아류에 관하여 검증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바로 이 같은 패러다임을 지닌 아류의 하나가 가격결정이론에 대한 절대성을 믿고 있는 집단들인데, 우리는 이제 이들에 의해서 우리가 그토록 알고자 노력하고 있는 주가는 과연 예측할 수 있는 범주에 있는지 아니면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한 범주에 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은 “시장은 결국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그 가격이 결정된다.”라는 대명제에 의해 시장을 바라보고 있고 따라서 수요분석과 공급분석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상품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를 분명히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도 간결한 이 명제의 마력에 금방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떤 상품이 존재하고 있고 그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라면 그 상품을 필요로 하는 수요에 의해 그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아울러 어떤 상품에 수요가 제한적일 경우에 그 공급이 과잉상태라면 결국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명제가 갖는 분명함과 체계적인 논리가 사실임을 의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여기서 보다 면밀한 검토를 해 보아야만 할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제 일차적으로 만일 이 논제에서 말하고 있는 그 “어떤 상품이라는 존재”가 자연적 실체인가 아닌가의 문제로부터 먼저 그 범주를 좁혀가 보기로 하자. 그러면 대체적으로 그 해답을 보다 쉽게 찾을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올해 기후조건이 옥수수가 자라기에 나쁜 기상악화로 그 작물이 흉작이었다고 가정하고 이를 구매할 세력 집단은 동일 상황이라고 본다면 향후 옥수수의 값은 올라갈 것이라는 분명한 명제가 성립하고, 다음으로 올해 기후조건이 옥수수가 자라기에 좋은 기상조건이어서 대풍이었다고 가정하고 또한 이를 구매할 세력 집단은 변화가 없다면 향후 그 값은 내려갈 것이라는 분명한 명제가 성립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 옥수수를 세계 어느 시장이나 동일한 조건하에서 공급할 수가 있을 것이냐 하는 또 하나의 변수를 집어넣는다면 그 얘기는 조금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이기는 하겠지만, 어떤 국가는 자유무역의 체제이고 어떤 국가는 곡물에 대한 관세장벽이 높아 원활한 수입과 수출의 제한이 존재한다고 하여도, 대체적인 수급에 의한 가격의 예측은 가능한 범주에 놓이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따라서 이 가설은 분명히 성립조건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 “어떤 상품이라는 존재”가 이전의 전제와는 달리 자연적 실체가 아닌 주가지수와 같은 무형의 허상일 경우에도 과연 기존 명제의 성립조건에 그대로 유효한 것이며 부합할 것인가를 우리는 지금 알고 싶은 것이다.


이제 우리는 논제를 급상승시켜 실제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형이상학적인 상품인 “주가지수”라고 불리 우는 금융상품에 관하여 예전의 제반 전제들이 그대로 계속 유효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따져 보아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먼저 최초의 가설에서부터 큰 오류를 우리는 발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무형의 금융상품이라면 일단 그 실질적인 소비처가 존재하지를 않는다는 사실이다. 즉, 이 상품을 사는 사람은 결국 언젠가 팔기 위해서 살뿐이고, 또한 파는 사람은 언젠가 다시 사기 위해서 팔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곧 수요가 공급이 되며 아울러 공급은 수요를 유발시키는 복잡한 인과관계의 카테고리 속에서 진정 어느 쪽이 공급자이며 어느 쪽이 수요자인지를 구분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수요와 공급은 같은 재료(News)라도 그것을 인식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인식의 차이로 인하여 호재(Good News)로 받아들이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악재(Bad News)로 받아들이는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시장의 가격은 절대적인 가격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하나 한편으로는 상대적인 가격으로 표시되고 있다는 가격의 상대적인 속성이 특히 이 무형의 금융상품 시장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 뿐만이 아니다. 무형의 금융상품은 결국 이론적으로는 무한한 공급과 무한한 수요가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연과학적 실체를 거래하는 실물거래와는 수급상의 접근을 이미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기본적 가설은 벌써 그 터전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이 시점에서 분명히 인식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 금융상품의 단계에 이르면 “주가는 어떻게 결정되는가?”라는 대명제는 기존의 수요와 공급만의 논리로써는 결코 설명할 수가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되며,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더욱 비중을 싣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금융상품은 결국 “모든 투자자 심리의 결정체”라는 고도의 사회 심리학적인 측면이 더욱 강하게 대두되는 대단히 인위적인 경향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을 수급에 의하여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던 패러다임의 집단들은 점차로 통계학적인 접근방식으로, 그리고 이 역시도 그 변칙성에 대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자 비선형적인 수리학적인 접근으로, 다음으로는 카오스 이론을 접근시키며 어떻게든 “주가는 분명 예측할 수 있다.”라는 명제를 성립시키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직접 이 금융상품에 투자를 하라고 한다면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이제 이 고도로 발전된 금융상품의 시장에 이르게 되면 기본적 분석가들이 주장하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라는 것이 얼마나 무용지물인 것인지 그리고 직전까지도 그토록 비싸게만 보여 매도하던 세력들이 일순간에 갑자기 그 보다도 훨씬 더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매수 세력으로 급전환하는 것인지 등등의 인간의 심미적 변화를 기존의 논리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다는 하소연 섞인 고백을 들을 수가 있다는 점에서 이미 어느 쪽 패러다임이 진정한 승리자인지를 알 수가 있다.


이제 불과 몇 일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우리는 분명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세계에서 최강의 여론조사기관들을 모두 갖고 있는 그들이, 그리고 이미 그들의 과학 기술은 세계를 제패하고 있음을 자부하고 있는 그들이, 지난 4년 전의 대선에서 출구조사 오명을 말끔히 씻겠다면서 모든 기관들이 공동으로 모여 더욱 정밀하게 더욱 세밀하게 여론수렴을 한 결과라고 대선 직후 무엇이라고 발표를 했었는가? “케리 후보가 부시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승리할 것이라 발표를 했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후 뚜껑을 열고 과연 어떠하였는가? 정말로 우습지 않는가? !!


이제 이 시장은 어떤 곳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과학은 그렇게 어렵다는 기상변화마저도 예측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객관적 객체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잘 밝혀졌듯이, 그 속에 인간이라는 주체가 섞이게 되면 이는 벌써 객관성을 상실케 하는 요인이 가미되는 것이다. 더욱이나 이 시장이라는 곳은 과연 어떤 곳인가? 바로 제로섬게임의 전쟁터가 아닌가!! 절대로 자기의 속내를 들여 내놓고 보여서는 안 되는 그런 장소가 아닌가 말이다.

 

상대방이 잃어야만 내가 그 돈을 착취할 수 있는 총칼만을 들지 않았을 뿐 정말 치열한 전쟁터가 아니던가? 바로 이런 곳에서 각 정보를 수집하여 통계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그 결과가 예측치와 일치 하리라고 생각하는가? 너무도 순진무구한 발상이 아닌가? 를 자문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는 다시 이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아류들을 살펴보고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다음 여행을 떠나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 내일 또 다시.......

출처 : <옮긴글> 시스템 설계(9)
글쓴이 : 틴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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